후두개
“숨이나 쉬고 먹어라.” 밥을 급하게 먹을 때 어른들이 하는 말이다. 추석 같은 명절에는 음식이 많아 뭐부터 먹을지 고민하는 즐거움이 생긴다. 음식이 맛있어 급하게 먹다 보면 가끔 사레가 들려 고생을 하는 경우도 있다.
사람의 목은 숨길(기도ㆍ氣道)이 자리잡고 있어 그야말로 ‘목숨이 달려 있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코로 들이마신 숨은 기도를 지나 폐로 들어가는데 음식물이 들어가는 식도(食道)와 입구를 같이 쓰는 관계로 교통정리에 항상 신경이 쓰이는 곳이다. 목젖 뒤에 코로 통하는 기도가 있다.
기도와 식도는 여기서 서로 만나 아래로 내려가서 기도는 앞으로 자리를 잡고 식도는 뒤쪽으로 자리잡아 나란히 붙어 있다. 이처럼 식도와 기도가 가까이 있기 때문에 잘못하면 음식물이 기도로 들어가거나 공기가 식도로 들어가는 일이 생길 위험이 있지 않을까?
그러나 아주 다행스럽게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후두개(喉頭蓋)라는 문지기 때문이다. 후두개는 공기가 통과해 기도를 거쳐 폐로 가는 길로, 겉에서도 찾을 수 있다. 성인 남자의 목에는 여자와 달리 톡 튀어나온 부분이 있다.
‘아담의 사과(Adam’s Apple)’라고도 불리는 이 부분이 바로 후두다. 후두는 한 개의 뼈와 여섯 종류의 연골이 막과 인대로 연결돼 있다. 남자는 이 연골이 튀어나온 정도가 약 90도이고, 여자는 120도 정도이므로 남자의 후두가 여자에 비해 두드러져 보이는 것이다.
입으로 들어온 음식이 식도를 넘어갈 때는 기도를 가로지르는 셈이 된다. 이때 기도를 보호하는 두 장치가 작동한다. 입으로 음식이 들어가면 일단 목젖과 연구개(입 안쪽의 부드러운 입천장)가 위로 젖혀지면서 코로 통하는 기도를 막아준다.
어쩌다 이 일이 제대로 안 되면 물이나 밥풀이 코로 역류하게 되고 재채기가 나와서 기도의 이물을 밖으로 내보낸다. 재채기를 할 때는 최고 시속 167㎞로 태풍보다 센바람이 나온다.
첫 번째 교차로를 지나 아래로 내려가면 앞으로 기도, 뒤로는 식도가 시작되는 두 번째 교차로에 이르게 된다. 음식물을 삼키면 후두의 연골이 위로 움직이면서 연골의 위에 있는 후두개가 기도를 막아 음식물이 기도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한다. 그리고 숨을 쉴 때는 반대로 식도를 막아서 식도로 공기가 들어가지 못하게 한다.
즉 후두개는 음식물이 내려가면 닫히고 음식물이 지나면 열리는 자동문이다. 기도와 식도의 문이 서로 열리고 닫히면서 공기와 음식물을 폐와 위로 분리하여 내려가게 한다. 음식물이 목으로 넘어갈 때는 후두개로 후두 입구를 막기 때문에 공기가 폐로 들어갈 수 없어 숨을 쉬지 못하며 소리를 내면서 음식물을 삼킬 수도 없다.
정상적인 경우 음식물을 삼킬 때 이 교차로에서 사고가 생길 위험은 거의 없다. 그런데 가끔 급하게 음식물을 먹으면 후두개가 미처 닫히기도 전에 음식물이 들어와 기도로 들어가는 경우가 있다.
음식물이 폐로 들어가면 아주 위험하기 때문에 우리 몸은 순간적으로 기침을 하여 들어간 음식물을 밖으로 뱉어내려 한다. 사레가 들리는 것은 바로 이런 현상이다.
따라서 음식물을 먹을 때는 후두개가 교통정리를 잘 할 수 있도록 천천히 여유있게 먹는 습관을 가지는 게 좋다.
또한 늙으면 식도벽에서 점액이 적게 나오고 침이 적게 분비되어 후두개가 뻣뻣해지기 쉬우므로 나이가 들수록 식사 전에 물이나 국물을 한 수저 떠 마셔 후두개를 부드럽게 해주면 식도로 음식물이 스르르 미끄럼 타듯 잘 통과할 수 있음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