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구역

남원의 남근석

은오 2008. 10. 23. 21:42
 

우리 나라에 현존하는 남근석 가운데 그야말로 '터프 가이' 형의 좇바위에 해당하는 남근석이 임실군 덕치면 사곡리 자경부락에 있다.

1996년은 여성신문에 '성신앙 조형물'에 대하여 연재한 덕택에 유달리 조상들의 성신앙과 성풍속에 관한 강연 요청과 답사가 많았던 해였다.


나의 의도나 전공영역과 관계 없이 성문화에 관한 전문가 아닌 전문가가 되어버린 듯 싶을 정도였다. 1997년 2월 전주 '황토현문화연구회'의 요청에 따라 '한국미술사에 나타난 조상들의 성문화' 강좌와 전북지역 성신앙 민속유적지 답사를 가졌을 때였다.

 


 

정읍에서 순창을 돌아 임실군 사곡리에 도착해서 보니 , 아뿔사 마을 앞 들판에 있어야 할 남근석이 보이지 않았다. 마을 앞에 세워 놓은 남근석 가운데 가장 힘이 좋게 생긴 터프 가이로 늘상 소개하던 그 물건이 없어져 버린 것이다.


남근석이 세워진 주변의 논들은 모두 파헤쳐졌고, 농지정리가 한창이었다. 그래서 답사객들을 풀어 찾아나섰다. 다행히도 마을의 왼편 산기슭의 개울가에서 발견하였는데,두 동강으로 깨져 나뒹굴고 있었다.

 

그 버려진 현장에 둘러둘러서서 우리는 모두 안타까운 마음으로 아연실색하였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포크레인에 의해 무참히 깨어진 남근석을 보며 지금의 참담한 민족현실을 떠올렸다현재는 복원되어 약간 경사진 비탈논 가운데 서 있다.

 

 

사곡리는 임실군의 남서쪽 순창군과 인접한 곳으로 회문산을 끼고 있다. 회문산은 남부군으로 유명해졌지만 원래 길지와 명당이 많아 풍수가의 관심을 끄는 곳이기도 하다.


회문산의 높고 큰(德 ) 지세와, 재(峙 )를 많이 넘어야 한다 해서 덕치면이 된 것이다. 이곳은 노령산맥의 동쪽 경사면으로 전라도지역으로 보아서는 깊은 산악지대이고 곳곳에 분지를 이룬 지형이지만, 옛날에는 동서를 지나는 교통의 요지이기도 했다.


지금도 덕치의 북쪽에 인접한 강진은 순창에서 전주로 가는 27번 국도와 태인에서 임실로 가는 30번 국토가 만나는 지점이고, 남쪽으로 순창과 남원으로 나 있는 717번 지방도로가 만나는 곳이다.

 

특히 신라 때에는 경주에서 당나라와 교역하는데 주요 무역항이었던 줄포를 내왕하는 주요 요충지이기도 했다.


섬진강 상류인 이곳은 인근 강진에 섬진강 다목적댐을 막아 거대한 운암호가 형성되어 , 본래 지녔던 계곡 계곡의 아름다운 정취는 잃어버렸다.

임실군에서도 가장 오지가 덕치이다. 서쪽으로는 회문산이, 동쪽으로는 원통산이, 남쪽으로는 용골산 이 둘러 있고, 북쪽 강진에는 필봉산과 백련산이 가로막고 있다.


강진 갈담에서 현포로 가는 지방도로를 따라 2km남짓 남쪽으로 내려오면 사곡리가 나온다. 동쪽의 원통산을 배경으로 그리 크지 않은 분지가 형성되어 있고, 섬진강의 상류인 사곡천이 회문산 기슭을 따라 흐른다.

 

 

원통산 아래에는 서쪽 회문산을 향하여 세 개의 마을이 자리잡고 있고, 세 곳 마을과 이어있는 논밭의 들판 한중심에 남근석이 우뚝 서있다. 이 남근석도 현재는 동제가 없으며 밭두렁가에 외롭게 박혀 있다.

 

 해질녘 이 남근석에서 원통산을 바라보면, 가운데 등그레한 산능선과 원통산 자락의 형국이 영락없는 여근곡을 연상시켜 준다 (위쪽사진:뒤로 보이는 산이 원통산 전경). 도로가에서 남근석을 향해가다 윈통산의 중심과 잘 맞추어 보면 남녀 성기가 정확하게 만난 지점도 발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