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새들이 조용할 때
은오
2008. 12. 15. 09:07
새들이 조용할 때 - 김용택 어제는 많이 보고 싶었답니다. 그립고, 그리고 바람이 불었지요.
하얗게 뒤집어진 참나무 이파리들이 강기슭이 환하게 산을 넘어 왔습니다.
그대를 생각하면 단이 닳아진 산자락들이 내려와 내 마당을 쓸고 돌아갑니다.
당신을 사랑했지요 평생을 가지고 내게 오던, 오! 그 고운 손길이 내 등 뒤로 돌아왔지요.
풀밭을 보았지요. 풀이 되어 바람위에 눕고 꽃잎처럼, 날아가는 바람을 붙잡았지요. 온몸이 다 꽃이 되었지요.
사랑이 시작되고 사랑이 이루어지기까지 그리고 사랑하기까지 내가 머문 마을에는
닭이 울고 나는 수도 없이 그대에게 가는 길을 만들어 아침을, 저문날을 걸었지요.
사랑한다고 말할까요. 해는 지는데 새들이 조용할 때 물을 보고 산을 보고 나무를 보고, 그리고 당신이 한없이 그리웠습니다.
사랑은 어제처럼 또 오늘입니다. 여울은 깊이를 알 수 없는 강물을 만들고 오늘도 강가에 나앉아 나는 내 젖은 발을 들여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