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빈 꽃병의 말
은오
2009. 3. 23. 09:26

빈 꽃병의 말
/ 이해인
1
꽃이여
어서 와서
한송이의 사랑으로
머물러 다오
비어 있음으로
종일토록 너를 그리워 할수있고
비어 있음으로
너를 안아 볼수 있는 기쁨에
목이 쉬도록
노래를 부르고 싶은 나
닦을수록 더 빛나는
고독의 단추를 흰 옷에 달며
지금은 창밖의
바람소릴 듣고있다
너를 만나기도 전에
어느새 떠나 보낼 준비를 하는
오늘의 나에게
꽃이여
어서 와서
한 송이의 이별로 꽃혀다오
2
꽃들을 다 보낸 뒤
그늘진 한 모퉁이에서
말을 잃었다
꽃과 더불어 화려했던
어제의 기억을 가라 앉히며
기도의 진주 한 알
입에 물고섰다
하얀 맨발로 섰다
아무도 오지않는 텅 빈 가슴에
고독으로 불을 켜는
나의 의지
누구에게도 문 닫는 일 없이
기다림에 눈뜨고 산다
희망의 잎새 하나
끝내 피워 물고 싶다
그림 / 오진국(Teardrops-4)
음악 /Tol_&_Tol-Pava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