깍지손의 발시동작
[1]
화살이 과녁에 맞고 안 맞고는 모두 발시하는 순간에 달려있다. 발시하는 것이 가볍다는 것은, 손과 손가락만을 사용해서 발시하는
공부만은 아니다. 만작한 상태에서 뒷깍지손을 당기듯이 버티며 힘을쓰다(살촉을 뺏기지 않고 한순간 자신도 모르게) 저절로 (깍지가)
벗겨지기를 기다려 살이 날아가도록 하는데 발시하고 난 후 그 모습이 힘들어 보이지 않는 것처럼 아주 가볍게 이루어져야 한다.
이것은 세밀하여 일정하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
[2]
법에 이르기를 '앞손은 태산을 밀어 받치듯이 하고 뒷손은 범꼬리를(미끄러져 놓치지 않도록) 움켜잡듯이 하며 한 주먹(줌손)을 주된
것으로 정하여 (앞뒤를 곧바르게 하면서) 활을 활짝 열고 (화살을 가득 당겨서 뒷주먹이 물러나지 않도록) 팽팽하게 한 후에 살을 놓아
보낸다. 이 손쓰는 법은 아주 신기한 것이다. 앞뒷손의 동작이 올바르면 앞과 뒤가 서로 호응하여 힘을 고르고 조절하는 오묘함이 있다.
활을 밀며 당길 때 양쪽 팔뚝으로 하여금 각각의 방향으로 펼쳐지게 하고 앞으로 뻗는 힘과 뒤로 끄는 힘이 하나로 되어 앞손과 뒷손이
같은 힘으로 가지런히 서로 힘쓰는 방향으로 나가게 한다.
[3]
화살이 날아가면서 위아래 또는 좌우로 흔들거나 꼬리치지 않게 날아가게 한다면 화살은 한 가닥 선처럼 (곱고 곱게)날아간다.
이렇게 하려면 (만작하여 발시할 때) 앞손과 뒷손을 함께 쓰는데 있으므로 화살이 날아가면서 흔들리는 탈도 없어진다.
[4]
발시를 빠르게 한다는 것은 화살을 당겨서 조금도 지체하지 말고 곧장 (화살을) 놓아 보내라는 것이 아니다.
이른바 '앞손에서 놓아준 화살을 뒷손은 알지 못한다' 하는 것은 뒷깍지손과 손가락이 부지런하고 가벼워서 빠르기 때문이다.
과녁을 알아보는 공부는 표적을 찾아 겨눈 후 모두 발시하는 순간에 달렸는데 발시할 때 화살을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조금이라도 하면
도리어 (깍지손이나 손가락의 놀림이 게을러져서) 늦게 (깍지가) 떨어진다. 그러므로 빠르게 한다는 것은 뒷손을 (시위에서 뺄 때) 가볍
게 하여 자신도 모르게 화살을 보내는 것이니 활 배우는 사람은 꼼꼼하게 익혀야 한다.
[5]
뒷주먹(깍지손)은 앞주먹(줌손)과 더불어 (힘을) 균등하게 하면서 (화살대를 따라) 수평으로 벗겨야 하는데, (깍지를 수평으로 벗기려면)
뒷팔꿈치가 아래로 숙여지면서 등쪽을 향하도록 한다. 이와 같이 뒷팔꿈치를 숙여서 뒷주먹을 수평으로 벗겨 발시를 하면 (화살이) 가볍
게 떠서 꽁지를 떨며 나는 것 없이 과녁에 이른다.
[6]
(활을 열 때) 앞어깨가 (솟지 않게) 낮추면서 (상반절뼈를) 틀고 (힘이 팔등) 위로 가도록 하여 화살을 보내야 한다. 뒷어깨는 (앞어깨와
호응하여) 불쑥 올려지게 하고 (뒷손의 팔꿈치도 올려서) 팔은 높은 곳에서부터 물이 쏟아지듯이 운용하여 시위를 벗겨야 한다.
그렇게 하여 (발시를 하고 나면) 가슴 앞쪽의 근육이 펼쳐지고 등뒤의 근육이 팽팽해지는데, 두 어깨는 단단하다가 부드럽게 (팔은) 맹렬
하다가 느긋한 상태로 되는 것을 깨닫도록 해야한다.
[7]
(발시할 때 깍지손을 빼면서) 다섯 손가락에 들어있는 힘을 한꺼번에 똑같이 놓아서 손바닥을 뒤쪽으로 향하게 하면 (가볍고 유연하게
벗겨져서) 적중하기가 용이하다.
[8]
무릇 힘은 있는데 활이 약하면 (그 활을 함부로 쏠 것이 아니라) 오로지 굳건한 자세를 유지하는데 정성을 쏟아서 (힘을) 고르도록 하고
(약한 활을 쏘게 되면) 이를 헤아려서 쏘아야 한다.
활이 약하기 때문에 화살을 보내겠다는 마음으로 발시를 너무 지나칠 정도로 맹렬하게 하면 (오히려 화살은) 과녁에 미치지 못하는 것
이다.
[9]
봉이 머리를 끄덕인다는 것은 (줌손의) 범아귀가 앞쪽을 향하여 한번 팽팽히 긴장하는 것이며, 용이 꼬리를 챈다는 것은 오른손이 뒤쪽
으로 향하면서 한번 뿌려지는 것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