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며 이루어지는 사랑 - 詩;이종인
내가 사랑하는 너는 한그루 나무였다
계절은 부지런히
너를 오르 내렸으나
아직 꽃이 피지않은 그런 나무였다
몸은 크고 어린 너의 영혼
지금은 감당하지 못할 내 사랑
나는 새가 되고 바람이 되어
너를 간지럽힐 수 밖에 없다
아침이면 물안개 호수
저녁이면 달빛에 박자 되는
풀벌레 울음까지 퍼 담아
너의 나뭇가지에 반지처럼 걸어 주었다
나를 몰라도 풍경에 반하도록
순진한 너의 가슴에 추억을 쌓았다
냉가슴 앓는 고백을 화살처럼 쏘았다
그리고 나는 떠났다
너에게 쌓인 추억만큼
아주 떠난듯이 숨어서 지켜 보았다
단 한번 뇌성 번개가 나무를 치던 날 밤
너는 심하게 떨며 울었지
추억이 풍경이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너의 때를 기다리고 기다렸던
내 사랑 때문에 그 토록 아름다웠다는 것을...
♬ 낭송 - 고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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