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마지막 수업 - 알퐁스 도데

은오 2008. 7. 11. 10:16

 


나는 그 날 아침 학교에 몹시 늦었습니다. 더구나 아멜 선생님이 문법에 대해 질문을 하겠다고 하셨는데 나는 하나도 익히지 않아서 야단맞을까 겁이 났습니다. 차라리 이렇게 화창한 날 수업을 빼먹고 놀러갈까 생각도 했지만 꾹 참고 학교로 달려갔습니다.


교실로 들어서면서 나는 교실 안 분위기가 여느 때와 다르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너무도 조용했고 평소와 다른 엄숙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습니다. 선생님은 나를 보시더니 화도 내지 않고 부드러운 음성으로 말씀하시는 것이었습니다.



“프란츠야, 어서 네 자리에 가서 앉거라. 우린 너를 빼놓고 수업을 시작할

  뻔했구나.”


아멜 선생님은 특별한 날에만 입으시는 정장을 입고 계셨습니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평소에 비어 있던 교실 뒤 걸상에 마을 사람들이 한결같이 슬픈 표정을 하고 조용히 앉아 있는 것이었습니다.

 

아멜 선생님은 교단에 올라가 부드럽고 엄숙한 목소리로 말씀하셨습니다.



“여러분, 이것이 저의 마지막 수업입니다. 알사스와 로렌의 학교에서는 독일어만을 가르치라는 명령이 베를린으로부터 왔습니다...

 

새 선생님이 내일 오십니다. 오늘은 여러분의 마지막 프랑스어 수업입니다. 부디 열심히 들어주시기 바람니다.”



나는 무척 당황했습니다. ‘마지막 프랑스어 수업?’,

 

"나는 이제서야 겨우 글을 쓸 정도인데 이젠 영영 배울 수가 없단 말인가? 이대로 끝내야 한단 말인가? 이제 와서야 나는 새둥지나 찾아 다니고 강에 썰매 타러 다니면서 헛되이 보낸 시간들이 너무도 후회스러웠습니다.

 

조금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따분하고 어렵게 느껴지던 문법책이 이제는 헤어지기가 무척 섭섭한 친구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동안, 아멜 선생님은 나를 호명하셨습니다. 내가 문법을 욀 차례였습니다. 그러나 나는 첫 마디부터 막혀버려 부끄럽고 죄송한 나머지 고개를 들 수 없었습니다.



선생님은 나를 꾸짖지 않으시고 대신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뭐, 서두를 것 없어. 내일 공부하지’ 했던 우리 알사스인들의 생각이 프랑스언어를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프랑스인이 되게 했으며 이는 학생과 부모, 우리 모두가 스스로 반성하고 꾸짖어야 할 일이라고.



그리고 선생님은 말씀하셨습니다. 우리 프랑스어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가장 분명하고가장 확실한 말이라고 우리는 그 언어를 잘 간직하고 잊지 말이야 한다고, 왜냐하면 한 겨레가 남의 노예가 되었더라도 자기 말만 잘 간직하고 있으면 그것은 감옥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수업 내용을 놀라울 정도로 쉽게 이해했습니다. 우리 모두는 얼마나 열심이고 또 조용했던지요! 아마 나는 이 마지막 수업을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입니다.

 

갑자기 괘종시계가 열두 시를 쳤습니다. 바로 그 때 훈련을 마치고 돌아오는 프러시아 병사들의 나팔소리가 교실 창문 바로 밑에서 울려 왔습니다… 아멜 선생님은 몹시 창백한 얼굴로 교단에서 일어나셨습니다.


“여러분!"

그리고는 한참있다가,



“여러분, 나는…, 나는...”



선생님은 말을 끝맺지 못하시더니 칠판을 향해 몸을 돌리셨습니다. 분필을 쥐고서는 온 힘을다해서 큰 글자로 이렇게 쓰셨습니다.

 

‘프랑스만세’

 

그리고 이마를 벽에 대고 한참을 계시더니 말없이 우리를 향해 돌아가라는 듯이 손짓하시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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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작가 알퐁스 도데의 단편 ‘마지막 수업’ 은 보불전쟁 이후 프랑스가 프러시아(독일) 에 알사스와 로렌 지방을 빼앗긴 당시를 시대적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평소 모국어 공부를 게을리했던 ‘나’는 어느 날 갑자기 다시는 학교에서 모국어인 프랑스어를 배울 수 없으며 이제부터 독일어를 배워야 한다는 말을 듣게 되고 마지막 프랑스어 수업을 받게 됩니다. 교사인 아멜 선생님은 모국어가 얼마나 소중한것인지를 마지막으로 혼신의 힘을 다해 강조하며 민족혼을 불어넣습니다.


이 단편소설을 읽는 한국의 독자들은 아마 우리의 말과 글을 빼앗겼던 일제 치하에서의 우리민족의 모습을 연상했을 것입니다. 우리는 어떻습니까? 물론 육적인 모국어를 빼앗겼을  때의 아픔도 생각하겠지만 우리 영혼의 모국어인 진리 말씀을 빼앗겼을 때의 더 큰 아픔이 생각나지 않으십니까?

 

 

 

알사스 지방이 프러시아의 지배 하에 들어가자 더 이상 모국어인 프랑스어를 쓰지 못하고 독일어를 써야 했듯 암흑세기 동안 사단의 통치하에 놓이게 된 우리는 천국 언어는 빼앗기고 지옥 언어만을 써야 했습니다.

 

언어를 빼앗긴다는 것은 곧 그 혼을 빼앗긴다는 뜻입니다. 마귀의 유혹 속에 혼미해진 우리는 천국 언어는 하나하나 빼앗겨 가면서 지옥 언어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그와 동시에  프랑스어를 잊어버린 프랑스인이 더 이상 프랑스인이 아닙니다

 

마치 소설 가운데 아멜 선생님처럼 우리 모국어인 진리 말씀의 소중함을 깨우쳐 주시고 혼신의 힘을 다해 하나하나 그 진리를 가르쳐주신 사랑으로 우리는 모국어를 보고 들을 수 있는  백성이 되었습니다.

 

소설 중 아멜 선생님의 말 가운데 ‘한 겨레가 남의 노예가 되었더라도 그 말을 잘 간직하고있다면 감옥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 라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아마 이 부분은 우리가 가슴깊히 새겨야 할 부분일 것입니다.

 

우리 한글이

세계적으로 독창성을 인정받고 있으면서도 그 빛을 보지 못합은 자기것을 등한시 하는 어리석음에 있다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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