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보따리

흰조개가 웃는 구나

은오 2009. 6. 11. 11:34
 

      예전에 어느 양반집 대감이


      직접 돌아다니며

      며느릿감을 구하러 다니던 중...


      한 마을의 우물가를 지나치다 보니

      한 처녀가 물을 긷고 있었다.


      차림새는 비록 남루하지만

      용모가 뛰어나고

      관상도 복스럽게 생긴 훌륭한 규수였다.


      뒤를 따라가 보니 상민(常民)의 집 딸이었으나

      신분과 관계없이 자청해 며느리로 삼기로 했다.


      그러나 아들은 상민의 딸을

      신부 감으로 맞아들이는 데 대해 불만이 많았다.


      그리하여 첫날밤에 소박을 놓아 쫓아 낼 작정으로

      신부에게 시 한 수를 써 주며 적절한 댓구로

      화답하지 않으면 잠자리를 같이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신랑 왈(曰)...


      "청포대하(靑袍袋下)에 자신노(紫腎怒)이니,

      [=푸른 도포의 허리띠 아래 붉은 양물이 성을 내니,]


  


      그러자 신부가 기다렸다는 듯이 붓을 받아 들고는...


      "홍상고의(紅裳袴衣)에 백합소(白蛤笑)라.

      [= 붉은 치마 고쟁이 속에서 흰 조개가 웃는구나 ]


      하고 써서 화답하니...


      신랑은 신부의 학문에 놀라

      소박은 커녕 신부를 덥석 끌어안고

      운우지정(雲雨之情)을 나누며

      첫날밤을 밤새 새웠더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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