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쏘기

활병/속사병

은오 2008. 4. 3. 20:31

속사병이란 활병의 일종으로 아주 고치기 힘든 활병중의 하나이다

아마 다른 스포츠에는 없는 활(국궁)만의 병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활은 당김을 완료하고 과녁을 정확히 조준하고 화살을 내보내는 게

정석이다. 하지만 속사병에 걸리면 과녁을 바라보기만 해도 화살이 이미 나가버린다

그래서 과녁에 명중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이 속사병은 활을 잘 쏘는 사람들에게만

걸리는 요상한 병이다.

 

이 활병에 걸리면 몇달이 아니라 일년 아니면 몇년을 고생하고 그래도 안되어 활을

접고 하산을 하기도 한다고 한다. 내가 활병에 걸린지가 일년이 다 되어간다.

그동안 활병인 줄도 모르고 지내다가 활병이란 진단을 스스로 내리고 나니 참으로

참담했다. 온갖 방법을 동원하고 이에 관한 자료를 찾아보았으나 도움이 될만한 것

은 없었다 .

 

하지만 병이 있으면 약이 있는 법

나름대로 속사병을 직접 경험하고 고쳐오면서 경험한 몇가지 늘어 놓아볼까 한다

제 3자는 이론적으로 여러가지를 이야기하지만 그게 맘대로 안되는 게 바로 속사병

입니다

여기저기에 자문을 구하고 노력해 보았지만  [바로 이거다] 하는 대답을 듣지

못해 나 자신도 고달펐다고 할까요. 우리 국궁에 그렇게도 속사병에 관한 자료가

없는가 싶은 생각에 슬프기까지 하더군요

 

참아야지 하고는 당김을 해보면 어느새 깍지 손을 못 놓아서 안달이 난 내자신을

발견하니 한심스럽기까지 합니다. [안 맞아도 좋으니 과녁의 표나 보고 발시하게

해다오 ]

 

어떤 날은 될 것 같으면서 다시 은근슬적 되살아나는 그 지겨운 병은 얼마나 나를 더

괴롭힐런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이제 그 긴 터널을 빠져나가는 출구를 발견한 것 같은 생각으로 기운이 나고 있습니

다.   나름대로의 그동안의 속사병에 좋다는 방법을 열거해 보면

 

1. 활을 자주 내지 않는다

 마음을 비우고 활터를 3개월정도 휴회를 하기를 권장합니다

그 사이엔 궁력도 기를 필요없고 활을 떠나서 푹 쉬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궁력이 걱정된다면 헬스장에 가면 밀고 당기는 장비가 있더군요

활로 하지말고 그것으로 팔힘을 기르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활로 궁력을 기르는

제일 좋겠지만 활을 사용하면 자세가 나와야 하고 자세가 나오면 병은 제자리에

맴돌뿐 도움이 안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그런데 난 틈틈히 당김을 하고 사대에도 섰으니 고쳐지기가 어려웠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나중에라도 사대에 서면 활을 자주 내지 않는 습관부터 만들어야 한다고 봅

니다. 하루에 5순 혹은 더 적게 정해 놓고 미련없이 활을 접으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2. 표보기를 바꾸기를 권합니다(궁체 바꿈)

이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려운 것 같지만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뭔가 자세를 바꾸지 않으면 반복되는 동작에 익숙해 있는 몸이 내 생각대로 따라

주지 않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촉보기를 하는 분은 깍지손을 올리고 주먹의 표를

보고 주먹의 표를 보는 사람은 그 반대로 촉보기를 해 보기를 권합니다.

또한 암깍지는 숫깍지로 바꿔보는 방법도 권하고 싶구요.

 

표보기를 바꾸기 하고 처음엔 자세를 다듬기 위해 연궁을 사용하도록 권합니다

그래서 여유로운 자세가 나오도록 충분히 연습한 연후에 실제로 사용할 활로 단계를

밟아 나가시기 바랍니다.

 

처음엔 깍지손이 안 올라가서 혼이 났습니다. 깍지손 올리는 것이 이렇게 힘든 줄

몰랐습니다. 하지만 이젠 잘 됩니다. 더욱이 숫놈깍지도 스스로 익숙하게 터득을 했

으니 천만 다행이지요

또한 고개방향으로 인해 표가 주먹 뒤까지 옮겨간다는 사실도 이번에 알았습니다

 

그리고 궁체를 바꾸면 모두 해결됩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궁체를 바꾸기를 어려워합니다

우리는 속사가 마음의 병이다. 조급증이다 등등 어려표현을 하지만 내가 겪어본 바로는

속사는 마음의 병이 아니라 바로 몸(신체)의 습관병이다

 

따라서 우궁을 좌궁으로 혹은 좌궁을 우궁으로 바꾸면 이로인한 속사는 자연히 해결된다

문제는 좌우궁을 바꾸면 어느정도의 궁력을 길러야하므로 이 동안에는 참고 견뎌야한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궁체를 바꿈으로서 확실하게 해결되니 생각해 볼 일이다

 

3. 마음의 여유로움을 가진다

여유로운 마음을 가지기를 권합니다

오늘 안되면 내일 , 내일 안되면 그 다음날 , 올해 안되면 내년에, 이렇게 할 정도의

여유로움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집착을 가지고 해서는 안된다는 걸 말씀드립니다.

조급해서도 안됩니다.

집착을 하는 자는 오래가지 못합니다 변동이 심합니다. 조급해 하는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로지 활과 나와 화살이 3위일체가 되는 무아지경의 쏘임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활을 스포츠의 개념으로 보지 말고 게임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정신(마음)에 지배를 받는 운동이 바로 활입니다. 활만큼 정신상태를 가장

극명하게 나타내주는 운동도 없습니다.

 

우리가 화투를 치거나 윷놀이를 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 마음이 불안하고 돈에만 집

착하면 그 반대로 게임이 안풀립니다. 활은 스포츠를 가장한 게임이란 생각이 듭니

다.

따라서 여유롭고 즐거운 마음, 게임을 즐기는 기분으로 하시기를 권합니다.

이상 3가지가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활병 치료제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가지 더 이야기한다면  보기좋은 자세를 가지기를 권합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속담이 있듯이 관중에만 집착한 나머지 요상스런 자

세를 취한다면 그것은 좀 생각해 볼 문제가 아닐까 여겨집니다

그래서 이왕 활병을 고칠려고 한다면 요상스런 자세로 고칠려고 하지말고 누구나가

보아도 편안하고 여유로운 자세를 갖도록 함이 좋을 듯 싶습니다

'활쏘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암정 여궁사들  (0) 2010.03.15
穿楊貫蝨(천양관슬)  (0) 2009.10.30
나의 궁체  (0) 2008.04.03
집궁제원칙  (0) 2007.11.23
정간의 의미에 대한 고찰(퍼옴:설촌)  (0) 2007.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