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새들이 조용할 때

은오 2008. 12. 15. 09:09

    새들이 조용할 때 - 김용택

    어제는 많이 보고 싶었답니다.
    그립고, 그리고
    바람이 불었지요.


    하얗게 뒤집어진 참나무 이파리들이
    강기슭이 환하게
    산을 넘어 왔습니다.


    그대를 생각하면
    단이 닳아진 산자락들이 내려와
    내 마당을 쓸고
    돌아갑니다.

     

    당신을 사랑했지요
    평생을 가지고 내게 오던, 오! 그 고운 손길이
    내 등 뒤로 돌아왔지요.

     

    풀밭을 보았지요.
    풀이 되어 바람위에 눕고
    꽃잎처럼, 날아가는 바람을 붙잡았지요.
    온몸이 다 꽃이 되었지요.

     

    사랑이 시작되고
    사랑이 이루어지기까지
    그리고 사랑하기까지
    내가 머문 마을에는


    닭이 울고
    나는 수도 없이
    그대에게 가는 길을 만들어
    아침을, 저문날을
    걸었지요.

     

    사랑한다고 말할까요.
    해는 지는데
    새들이 조용할 때
    물을 보고
    산을 보고
    나무를 보고, 그리고
    당신이 한없이 그리웠습니다.

     

    사랑은
    어제처럼
    또 오늘입니다.
    여울은 깊이를 알 수 없는 강물을 만들고
    오늘도 강가에 나앉아
    나는 내 젖은 발을 들여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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