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아서 시린 풍경/감사로
한적한 들길 음지 쪽 잔설에
산새가 하나의 흔적으로
가느다랗게 걸어 올라갔다.
탐욕도 허물도 허세도 위압도 없다.
분분하지 않은 지상의 발자국이
문득 맑아서 시리다.
동자승의 눈동자며
인적 드문 계곡의 물이며
어미젖을 문 채 쌔근쌔근 잠든 애기 얼굴이며
비온 뒤 혼탁함을 씻어낸 젖은 나뭇잎이며
맑아 울림이 있는 것들이
발자국에 가만가만 스며든다.
날개를 펴지 않아 상처 없는 자리
날개를 접은 곳, 비로소 상처 아무는 자리
기쁨의 눈물이 고이는 저 자리
햇살조차 건드리지 않아
쉬 사라지지 않을 한 폭의 오랜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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