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맑아서 시린 풍경

은오 2009. 1. 3. 11:45


 맑아서 시린 풍경/감사로 
 한적한 들길 음지 쪽 잔설에
 산새가 하나의 흔적으로 
 가느다랗게 걸어 올라갔다.
 탐욕도 허물도 허세도 위압도 없다.
 분분하지 않은 지상의 발자국이
 문득 맑아서 시리다. 
 동자승의 눈동자며 
 인적 드문 계곡의 물이며
 어미젖을 문 채 쌔근쌔근 잠든 애기 얼굴이며
 비온 뒤 혼탁함을 씻어낸 젖은 나뭇잎이며
 맑아 울림이 있는 것들이 
 발자국에 가만가만 스며든다.
 날개를 펴지 않아 상처 없는 자리
 날개를 접은 곳, 비로소 상처 아무는 자리
 기쁨의 눈물이 고이는 저 자리
 햇살조차 건드리지 않아
 쉬 사라지지 않을 한 폭의 오랜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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