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거울 속의 내 모습

은오 2009. 3. 26. 11:02

                   거울 속의 내 모습


                                       - 당 설직薛稷 <秋朝覽鏡> -



客心驚落木 夜坐廳秋風


朝日看容鬢 生涯在鏡中


나그네 마음 지는 잎 하나에도 소스라쳐 놀라고

밤새도록 오뚝 앉아 가을바람 소리를 듣네

아침되어 몰골 들여다보니

 

내 평생이 그 거울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네

가을이 되면 벼 이삭이 고개를 숙이고,

나그네는 객창에서

오동잎 하나 굴러 떨어지는 소리를 듣고도

소스라쳐 놀란다.

 

당 이백은 <추포가秋浦歌>에서

"저 밝은 거울 속 어디에서 흰머리를 얻어왔는가”

不知明鏡裏, 何處得秋霜라고 하였으며,

 

당 백거이는 또 <남경희로覽鏡喜老>에서

자신의 늙은 모습을 거울 속에서 발견하고

대견스러워했다 한다.


覽鏡喜老(남경희로) - 白居易


今朝覽明鏡  오늘 아침 거울을 들여다보니

鬚鬢盡成絲  구레나릇 살쩍머리 온통 백발이네

行年六十四  나이 예순넷이니

安得不衰羸  어찌 노쇠하지 않을 수 있으랴


親屬惜我老  가족 친척들은 나의 늙음이 아쉬워

相顧興歎咨  서로 돌아보며 탄식을 하는데

而我獨微笑  나는 홀로 미소를 지으니

此意何人知  그 뜻을 누가 알랴


笑罷仍命酒  웃음 멈추고 나서 술상 차리라 이르고

掩鏡捋白髭  거울 덮고 흰 수염 쓰다듬네    

爾輩且安坐  그대들 자리에 편히 앉아

從容聽我詞  조용히 내 말 들어보게


生若不足戀  사는 것이 소중한 일 못 된다면

老亦何足悲  늙는 것이 어찌 슬퍼할 일이랴

生若苟可戀  사는 것이 진실로 소중한 일이라면

老卽生多時  늙음은 곧 그만큼 오래 살았음일세


不老卽須夭  늙지 않았다면 요절하였을 것이고

不天卽須衰  요절하지 않았다면 노쇠하여 마땅한 법

晩衰勝早夭  노쇠는 요절보다 나은 것

此理決不疑  그 이치 의심할 나위 없네


古人亦有言  옛 사람도 말하였거니

浮生七十稀  덧없는 인생 일흔 넘기기 드물다고

我今欠六歲  내 이제 여섯 살이 모자란 터

多幸或庶幾  다행히 그렇게 될 수도 있으리라


儻得及此限  만약, 그때까지 살 수 있다면

何羨榮啓期  어찌 영계기를 부러워할 것이랴

當喜不當歎  기뻐할 일이로다 탄식할 일 아니로다

更傾酒一巵  다시 술이나 한 잔 기울임세

 

내담자란 여인이 1년 넘게 한 남자를 사랑하며 지내다가 헤어졌답니다.

그 남자는 고달픈 인생살이에 큰 언덕이 되어 주었던 남자였답니다.


중년이 되어 가을을 맞이하면 그저 감상적일 수만은 없습니다.

머지 않아 또 한 살을 갖게 되는 서글픔이 있습니다.

우리는 긍정적 사고를 늘 주장하면서도

행하는 일에는 결코 쉽지 않습니다.

 

백거이가 흰 머리카락에서 미소를 담으며 오히려 감사함을 느끼는 그 사고

바로 이것이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긍정적 사고가 아닐런지요.


내담자에게 물었습니다.

그 남자와 교제할 당시 가장 괴로웠던 일이 무엇이었느냐고

그 녀가 대답했습니다. "죄의식"이었다고.

그 남자는 가정이 있는 남자였던 것입니다.


상담자는 그 녀의 어깨를 토닥거려 주었습니다.

당신은 큰 사랑을 한 것이라 말해주었습니다.

사랑하는 남자의 가정을 지켜 주었고

본인에게는 죄 짓는 일에서 벗어 날 수 있었으니

이별의 아픔은 큰 사랑을 하게 한 밑거름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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