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속의 내 모습
- 당 설직薛稷 <秋朝覽鏡> -
客心驚落木 夜坐廳秋風
朝日看容鬢 生涯在鏡中
나그네 마음 지는 잎 하나에도 소스라쳐 놀라고
밤새도록 오뚝 앉아 가을바람 소리를 듣네
아침되어 몰골 들여다보니
내 평생이 그 거울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네
가을이 되면 벼 이삭이 고개를 숙이고,
나그네는 객창에서
오동잎 하나 굴러 떨어지는 소리를 듣고도
소스라쳐 놀란다.
당 이백은 <추포가秋浦歌>에서
"저 밝은 거울 속 어디에서 흰머리를 얻어왔는가”
不知明鏡裏, 何處得秋霜라고 하였으며,
당 백거이는 또 <남경희로覽鏡喜老>에서
자신의 늙은 모습을 거울 속에서 발견하고
대견스러워했다 한다.
覽鏡喜老(남경희로) - 白居易
今朝覽明鏡 오늘 아침 거울을 들여다보니
鬚鬢盡成絲 구레나릇 살쩍머리 온통 백발이네
行年六十四 나이 예순넷이니
安得不衰羸 어찌 노쇠하지 않을 수 있으랴
親屬惜我老 가족 친척들은 나의 늙음이 아쉬워
相顧興歎咨 서로 돌아보며 탄식을 하는데
而我獨微笑 나는 홀로 미소를 지으니
此意何人知 그 뜻을 누가 알랴
笑罷仍命酒 웃음 멈추고 나서 술상 차리라 이르고
掩鏡捋白髭 거울 덮고 흰 수염 쓰다듬네
爾輩且安坐 그대들 자리에 편히 앉아
從容聽我詞 조용히 내 말 들어보게
生若不足戀 사는 것이 소중한 일 못 된다면
老亦何足悲 늙는 것이 어찌 슬퍼할 일이랴
生若苟可戀 사는 것이 진실로 소중한 일이라면
老卽生多時 늙음은 곧 그만큼 오래 살았음일세
不老卽須夭 늙지 않았다면 요절하였을 것이고
不天卽須衰 요절하지 않았다면 노쇠하여 마땅한 법
晩衰勝早夭 노쇠는 요절보다 나은 것
此理決不疑 그 이치 의심할 나위 없네
古人亦有言 옛 사람도 말하였거니
浮生七十稀 덧없는 인생 일흔 넘기기 드물다고
我今欠六歲 내 이제 여섯 살이 모자란 터
多幸或庶幾 다행히 그렇게 될 수도 있으리라
儻得及此限 만약, 그때까지 살 수 있다면
何羨榮啓期 어찌 영계기를 부러워할 것이랴
當喜不當歎 기뻐할 일이로다 탄식할 일 아니로다
更傾酒一巵 다시 술이나 한 잔 기울임세
내담자란 여인이 1년 넘게 한 남자를 사랑하며 지내다가 헤어졌답니다.
그 남자는 고달픈 인생살이에 큰 언덕이 되어 주었던 남자였답니다.
중년이 되어 가을을 맞이하면 그저 감상적일 수만은 없습니다.
머지 않아 또 한 살을 갖게 되는 서글픔이 있습니다.
우리는 긍정적 사고를 늘 주장하면서도
행하는 일에는 결코 쉽지 않습니다.
백거이가 흰 머리카락에서 미소를 담으며 오히려 감사함을 느끼는 그 사고
바로 이것이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긍정적 사고가 아닐런지요.
내담자에게 물었습니다.
그 남자와 교제할 당시 가장 괴로웠던 일이 무엇이었느냐고
그 녀가 대답했습니다. "죄의식"이었다고.
그 남자는 가정이 있는 남자였던 것입니다.
상담자는 그 녀의 어깨를 토닥거려 주었습니다.
당신은 큰 사랑을 한 것이라 말해주었습니다.
사랑하는 남자의 가정을 지켜 주었고
본인에게는 죄 짓는 일에서 벗어 날 수 있었으니
이별의 아픔은 큰 사랑을 하게 한 밑거름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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