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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악산 국립공원 지도를 놓고보면 정남으로 주흘산(1,106m), 정북으로 월악산
(1,094m) 정동으로 포암산(961.7m), 정서로 신선봉(967m)의 중심으로 산세의
높이조차 전후좌우로 대칭을 이루는 지점의 복판을 차지하고 있다.
주산이 주흘산, 좌청룡이 신선봉, 우백호가 포암산, 안산은 지릅재와 하늘재 물길이
만나는 지점의 작은 동산, 조산이 월악산이 되는 모양이다.
이외 남동, 남서로 각각 하늘재와 새재(조령), 북동, 북서로 만수봉(985.2m)과 북바위
산(772m)에 에워싸여 마치 연꽃의 꽃술과 같은 모습이다.
설악산의 현란한 아름다움과 지리산의 장엄함을 섞어놓은 듯한 월악산을 찾은 것은
친척들의 하기모임이 송계계곡 덕주산장에서 1박2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물론 출발하기전에 등산계획을 세워 놓는 것을 잊지 않았다
기암괴석과 함께 어우러진 노송들을 바라만 보아도 마음이 동하는 이곳에서 산을
오르지 않을 생각을 했다면 내가 인간이 아니리라.
산행은 아침을 먹은 후 11시쯤 시작되었다
우선 코스는 가까이 있는 덕주산장-덕주사-마애불-영봉-동창교매표소로
정하고 시동을 걸었다
오후3시30분에 수안보로 이동한다는 일행의 말을 뒤로 하고 어디까지인지는 모르지
만 오후 2시까지 오르는 등산을 하고 하산 시간을 1시간 30분정도로 잡았다
산행지도에 5시간정도 걸린다고 하여 도중에 시간이 여의치 못하면 하산할 생각이었
다
숨이 가쁘게 빠른 걸음을 걸으며 덕주사를 지나 이정표대로 영봉을 향해
오른쪽으로 막 꺽어 갈쯤에 앞서가던 웬 아줌마가 말을 걸어온다
"저어, 같이 동행하면 안될까요?"
옆모습을 쳐다보니 베시시 웃는 모습이 동행하면 좋은 길동무가 될 듯싶은데
난 지금 단시간에 영봉을 다녀와야 할 몸이니 시간이 없다. 안타깝지만(?)
"시간이 없어서요. 천천히 올라오십시오"
얼마를 가자 오른쪽으로 비켜서 <마애불>이 보인다. 바쁘지만 그냥 지나칠 수는
없다.
어느 노스님 한분이 “우리나라에서 ‘영봉(靈峰)’이라 칭하는 산은 백두산과 월악산
뿐이고 월악산은 영산이라는 태백산보다 더 신령시하던 산이고 그래서 신(神)공부
하는 사람들은 태백산에서 공부를 시작해 월악산에서 마친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덕주사의 마애불은 마의태자의 누이인 덕주공주가 조성했다고 한다. 북향의 석불과
남향의 마애불은 확실히 마주보는 형국이다.
이 전설의 내막을 살펴보면. 마의태자와 덕주공주가 동시에 꿈을 꾸었다. 관음보살이
나타나 ‘하늘재 넘어 서천에 이르는 큰 터에 절을 지어 석불을 세우고 북두칠성이 마
주보이는 자리의 영봉을 골라 마애불을 이루면 억조창생에게 자비를 베풀 수 있다’
했단다.
전설대로라면 나라잃은 설움, 왕자와 공주의 신분을 하루아침에 마의에 싼 두 비련의
주인공이 자신들의 처지는 상관없이 억조창생을 위해 이 거대한 불사를 일으켰다는
것. 두 문화유산의 대승적인 배경이다.
또하나. 덕주사앞에 보존된 망측한(?) 남근석 3개. ‘여자= 달(月)’이란 논법에서 음기
가 강한 산 월악산의 음기에 균형을 맞춰 음양조화를 이루자는 취지라고 한다.
미륵사지 석불이나 덕주사 마애불이나, 중생은 미륵세상을 갈구하는데 미륵은 조화
를 깨는 중생을 아쉬워한다.
덕주공주는 덕주골에 덕주사를 짓고 살면서 절옆 바위에 자기의 모습을 닮은 마애불
을 남겼는데 오늘날 보물 406호로 지정된 마애불이다.
북향한 미륵사 터 석불입상은 덕주골 마애불과 마주 보고 있다. 나라에 큰 일이 있
을 때면 서로 마주하고 있는 미륵사 입석불과 덕주골 마애불에 오색무지개가 걸친다
는 전설이 있다고 한다
이 전설을 빼두고 가면 월악산의 신령스러움이 약할 것 같아 일단 옮겨보았다
마애불을 지나 계속되는 철계단이 더욱 숨을 가쁘게 만들고 한걸음 발자욱마다
땀이 쉬임없이 흘러내린다. 한참을 철계단과 씨름하는 동안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것을 느끼며 고개를 들자 산아래 사방으로 굽이굽이 산봉우리들이 장관이다.
정말 멋진 곳이다. 이런 명산을 가까이 하지 아니하고 그동안 어디로만 그렇게 다녔
는지 후회스러울 정도이다
이제 영봉까지는 2km. 시간을 보니 다녀와도 넉넉할 시간이다
흐르는 땀을 훔치고 속도를 더해서 뛰었다
영봉이 가까워오자 계단은 더욱 경사가 심하고 한번에 오르기가 쉽지 않았다
중간 중간 쉬면서 밑을 내려다 보니 목적지에 도달했다는 느낌으로 힘이 더욱 솟는다
단번에 영봉에 오르니 오후12시50분이다. 숨가쁘게 달려온 1시간 50분동안 흘린 땀
이 영봉에 오르게 한 것이다. 베낭에서 마지막 남은 생수로 목을 축이고 하산.
하산은 짧은 코스로 이동하기로 정하고 계속 뛰었다.
계단이라 쉽지는 않았지만 땀을 쭉 빼기로 작정한 이상 힘이 남은 한 뛰기로 맘을
먹고 달렸다 . 물론 아차 실수하는 날엔 계단밑으로 떨어져 큰 사고를 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생각도 들었지만...
영봉밑 3거리에 팻말이 있는데 동창교매표소로 가는 길이 2.8km로 덕주골로 가는
길보다 훨씬 짧은 코스이다. 코스가 짧은 탓도 있지만 안가 본 길을 탐색하는 기분도
산악인에겐 매력이다
덕주골 매표소에 도착하니 오후 1시40분.
아내한테 전화를 해서 동창교매표소로 데리러 와 달라고 부탁을 하고 도로 나무그늘
바닥에 잠시 앉아 있다 일어나니 다리에 쥐가 난다. 앉으면 괜찮고 일어서면 넙적다
리 근육이 꼬이면서 경련이 일어난다. ㅎㅎ 정신없이 달렸으니 그럴 만도 하지
아줌마가 같이 동행하자고 할때 거절하지 말았어야 했어 ㅋㅋ
다시 앉아서 군대에서 하던 오리걸음을 몇분동안 했다
예전에 구보를 한 후 다리 근육을 풀어주는 좋은 방법은 힘들지만 오리걸음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몇분동안 이상한 짓(?)을 하고 나니 괜찮아 졌다
청주에 살면서 충주,제천의 좋은 산을 가까이 두고도 자주 찾아보지 못한 것이
미안하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을 만들어서 종종 충주호 주변의 명산들을 두루 살필 것이다
오늘도 월악산의 그림자는 충주호에 비치고 뜨는 달은 산봉우리에 걸쳐 지는 줄 모르
니 이곳에서 숨쉬는 우리님들의 모습을 감히 어디에 견줄 수 있으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