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조지훈-승무

은오 2007. 2. 9. 09:42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대에 황촉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히 접어 올린 외씨보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 개 별빛에 모두오고,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사에 시달려도 번뇌는 별빛이라.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 속 거룩한 합장인 양하고,

 

이 밤사 귀또리도 지새우는 삼경인데,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승무]   조  지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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