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쏘기

각궁 올리기

은오 2006. 12. 9. 20:26
  
우리활을 배우면서 간혹 국어에 대한 아름다움을 느끼는데, 활장비에 대한 옛이름과 표현어법이 그것이다.
 
영어는 "string" 이란 한 단어를 사용하여 시위를 활에 거는 단순한 동작만을 표현하는데 반해, 우리식 표현인 "활을 올린다" 라는 말은 굳어져 있던 활에 뭔가 새로운 활력을 심어주고, 제대로 된 활의 모양세를 갖추게 한다는 의미와 함께, 불을 보이고 밟는 여러과정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의미이다.
 
극도의 신중을 기해야 하는 활올리는 과정은 활을 올려보지 않은 사람으로서는 활을 부러뜨릴지도 모른다는 걱정과, 개량궁 활올리기의 손쉬움에 익숙한 나머지 도전해 보고싶은 생각이 쉽게 들지 않는게 현실이다.
 
'활쏘기'보다 '활올리기'가 더 힘든다는 말을 선배 구사들로부터 들어왔었다.
 
어려울 수록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는법.
 
그리고 우리활을 제대로 공부하려면 활을 제압할 줄 알고, 나에게 꼭맞게, 나 스스로 조율할 수 있어야겠기에 수시로 거실에 앉아 활 올리는 연습을 해본다.
 


활을 올리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장비가 바로 곤로이다. 옛날에는 어떤 곤로를 이용했을까가 궁금하기도 하다. 내가 산 곤로이다. 3단계로 열을 조절할 수 있는 것으로 구입을 했다.
 


도지개이다. 주로 갓 만든 활의 형태를 잡아주기 위한(해궁)용도로 쓰이나, 초보자 또는 오랜동안 점화장에서 묵어둔 활을 올릴 때도 사용한다.
각궁을 올리는 연습을 하던 초반에 위의 도지개를 몇번 사용했는데, 도지개로 올리는 것 역시 녹록치 않음을 알았다. 끈을 감는 과정에서 화피를 상하게도 하는 단점이 있었다.
재질은 박달나무로서 물에 적당히 숙성(?)되어 무늬가 아름다운, 나름대로는 잘 빠진 작품이다.
 


활올리는 과정의 첫째이다. 우선 곤로에 불을 넣은 후, 점화장에서  꺼내어 식어진 각궁을 한 두번 째주며 워밍업(?)을 시켜준다.
 


양손 엄지로 도고자 부분을 쥐되, 왼손 도고자엔 현을 낀 상태라야 한다. 도고자가 바닥에 닿은 상태에서 왼발을 구부리고, 줌통을 가운데부분에 위치하도록 한 상태로(오른쪽으로 치우쳤다 --;), 오른발은 편안하게 하고서 끌어 올릴 준비를 한다.
 


구부린 왼발의 중앙부위에 줌통을 고정시키고, 양손을 당겨 벌리면서 활을 펴준다. 이때도 도고자가 바닥에서 떨어지지 않게 한다.
 


어느정도 충분히 벌어지면 그때서야 무릎을 내리 눌러서 줌통을 바닥에 붙게한다.
이때가 가장 신중을 기해야 하는 단계로서, 도고자가 바닥에서 떨어져 있거나 목소를 쥔 손이 부실하면 활이 순식간에 용트림을 하면서 활이 튕겨지고, 그 순간의 반동으로 인해 뿔이 깨지기도 한다.
 


줌통이 바닥에 닿도록 왼발로 눌러 고정이 되고나면 활을 시계방향으로 돌려준다. 그래야만 오른쪽 고자부분을 오른다리 무릎 위편에 엊어 놓을 수 있게 된다.
 
각궁을 올리기전 파운드가 센 개량궁으로 수차례 혼자 연습을 하였었는데, 틀어주는 과정을 모르고서 용만 쓰다가 실패한 적이 많았다. 모든게 힘보다는 요령이 중요한 이치다.
 


시계방향으로 틀어주고 나면 활 목소의 굴곡이 다리의 둥근 형태와 딱 들어맞는다.
우리활이 우리 신체에 딱 맞는 싸이즈라는게 이 과정에서도 확인이 된다.
 


현이 양쪽에 걸려진 상태이지만 활은 제모양을 갖추지 못하고 한쪽으로 과도하게 치우쳐져 있는게 보통이다. 일단 왼무릎을 떼지 않은 상태에서 양쪽 고자 끝을 잡고서 좌우로 수차례 제껴주면 어느정도 일방적이던 치우침이 없어진다.
 


일차적인 치우침을 제거하더라도 오래간만에 올리는 활은 편하게 펴져있던 옛 모양으로 되돌아가고자 계속적으로 뻣댄다. 
사진의 오른쪽부분(아랫장)이 너무 살아있는 상태이다.
"살았다"는 표현은 펴지려는 성질, 즉 부린상태의 활 모양으로 회귀하려는 성질을 띠어 에너지가 과도한 상태이다.
반면 좌측(윗장)과 같이 상대적으 볼록한 부분은 "죽었다"는 표현을 쓴다.
힘이 살고, 죽었다는 식의 표현일 것이다.


모난돌이 정맞는다고, 힘이 살아 넘치는 아랫장을 수차례 들어올려 약간이나마 힘을 죽여 윗장 아랫장의 힘이 비슷하게 만들어준다.
 


이제부터 "불보이기"이다.
불보이기의 기본원칙은 살아 있는 부분을 우선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화피를 통하여 열기가 가해지면 그안의 부레풀과 엉켜있는 심줄이 이완되어 할이 불룩해진다.
이 과정이 활의 생명력을 느낄 수 있는 과정으로 열이 가해지면 활 몸체가 마치 뱀이 꿈틀거리듯이 서서히 움직이는데, 활이 뒤집어 질 수 있으니 목소와 현을 적절히 잡아주어 뒤집어지는 것을 방지하여야 한다.


기본적인 모양이 잡아졌으면 일차로 활 전체에 적당히, 골고루 불을 보여준다.
 


활의 강약과, 안정된 형태를 잡아주는 단계가 목소와 후궁뿔끝 "밟아주기"이다.
활을 오른쪽발을 이용, 줌통이 바닥에 고정되게 하고서 양손을 고자부분을 현과 함께 잡고서 왼발의 엄지위주로 부드럽게 훑어주듯이 밟아준다.
이과정을 통해서 활의 탄력과 강약을 유지/조절하면서, 뒤집어지지 않도록 해준다.


밟아주는 과정에서 틀어진 균형을 다시 잡아준다.
 

 
 

활이 제대로 균형이 잡히기 올려졌는지를 현과 활 몸통의 정열상태를 보고서 확인한다.
 
활이 제대로 올려진듯하면, 활을 직접 당겨서 천천히 놓으면서 도고자에 현이 제대로 맞게 붙는지를 확인한다.
 




활이 제대로 올려졌는지 한오금과의 거리를 손으로 측정해 본다.
 


아랫장은 윗장보다 조금 더 살게 올려야 제대로 올리는 법이다. 양쪽을 측정해 보았을 때 아랫장부분의 현줄 간격이 조금(약1cm 미만) 짧아야 한다.
 



활을 올리고 나면 식히는 과정이 필요한데, 힘들게 잡아논 형태로 고정시키는 과정이다.
이때 혹 성질나쁜 놈은 용트림을 해서 뒤집어 지는데,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 보궁을 채운다.
 
위의 가죽재질 또는 아래의 실로 엮은 보궁을 채우는데, 아래의 보궁은 삼지끈이라고도 하며 하삼지에 감아 줌통을 쥐었을 때 미끄러지지 않도록 사용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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