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험난함이 내 삶의 거름이 되어

은오 2009. 2. 19. 20:48

       


              사랑했던 날보다 
                            / 이 정 하

          그대는 아는가, 만났던 날보다 
          더 많은 날들을 사랑했다는 것을. 
        사랑했던 날보다 더 많은 날들을 
          그리워했다는 것을. 
         그대와의 만남은 잠시였지만 
          그로 인한 아픔은 내 인생 전체를 덮었다. 
         바람은 잠깐 잎새를 스치고 지나가지만 
          그 때문에 잎새는 내내 흔들린다는 것을. 
         아는가 그대. 이별을 두려워했더라면 
          애초에 사랑하지도 않았다는 것을. 
         이별을 예감했기에 더욱 그에게 
          열중할 수 있었다는 것을. 
         상처입지 않으면 아물 수 없듯 
          아파하지 않으면 사랑할 수 없네. 
         만났던 날보다 더 많은 날들을 사랑했고 
          사랑했던 날보다 더 많은 날들을 그리워하고 
          있다는 것을, 그대여 진정 아는가. 
        

              험난함이 내 삶의 거름이 되어 
                                   / 이 정 하

          기쁨이라는 것은 언제나 잠시뿐, 돌아서고 나면 
          험난한 구비가 다시 펼쳐져 있는 이 인생의 길. 
         삶이 막막함으로 다가와 주체할 수 없이 울적할 때 
          세상의 중심에서 밀려나 구석에 서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 
          자신의 존재가 한낱 가랑잎처럼 힘없이 팔랑거릴 때 
          그러나 그런 때일수록 나는 더욱 소망한다. 
         그것들이 내 삶의 거름이 되어 
          화사한 꽃밭을 일구어 낼 수 있기를. 
         나중에 알찬 열매만 맺을 수만 있다면 
          지금 당장 꽃이 아니라고 슬퍼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참 회 
                              / 이 정 하
          때로는 
          서럽게 울어보고 싶은 때가 있네 
          아무도 보지 않는 데서 넋두리도 없이 
          오직 나 자신만을 위하여 정갈하게 울고 싶네 
          그리하여 눈물에 흠씬 젖은 눈과 
          겸허한 가슴을 갖고 싶네 
          그럴 때의 내 눈물은 
          나를 열어가는 정직한 자백과 뉘우침이 될 것이다. 
         가난하지만 새롭게 출발할 것을 다짐하는 
          내 기도의 첫 구절이 될 것이다.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핸드폰(2G폰, 3G폰)  (0) 2009.02.20
2G 핸드폰, 3G 핸드폰  (0) 2009.02.20
그리운 당신이 오신다니  (0) 2009.02.16
산이 날 부르네  (0) 2009.02.07
내 몫까지 살아주 / 문주란  (0) 2009.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