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정기를 머금은 송이버섯
송이버섯은 20~50년된 적송림에서 자라는 것으로 향기가 독특하다. <동의보감(東醫寶鑑)>(1613)에서는 ‘송이는 성질이 평(平)하고 감미(甘味)가 있으면서 무독하다. 맛이 매우 향기로우며 송기(松氣, 소나무 기운)가 있다.
산속의 오래된 소나무 아래에서 송기에 힘입어 잘나다. 나무에서 자라는 버섯 가운데 가장 좋다’라고 하여 송이가 송기로 자란다고 했다. 즉 송이버섯을 소나무의 정기를 받아 청아한 기운이 집결된 것으로 이해한 것이다.
그리고 산속에서 솔잎으로 몸을 가리고도 향기가 수십리 밖까지 퍼져나간다고 했으며, 이러한 송이버섯을 먹으면 그 향기가 몸속에서 살갗으로 스며 나와 몸과 마음이 맑아진다고 했다.
송이버섯은 갓이 퍼진 것처럼 퍼지지 않은 것이 맛과 향이 더 좋다.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1766)에서도 ‘송이버섯은 소나무 아래에서 자라는데 그 흙이 저절로 부풀어 부석거리게 된다.
백기(白氣, 흰 기운)가 있는 곳에서 나오며, 흙에서 나오지 않은 것을 동자송이버섯(童子茸)이라 한다. 흙에서 이미 나온 것은 삿갓송이버섯(笠茸)이라 하며 동자송이벗서의 향미(香味)보다 떨어진다.
음력 7~8월에 많이 나온다.’라고 하여 갓이 퍼지지 않은 송이버섯이 더 맛있다고 했다. 이는 갓이 퍼지면 품고 있던 향기가 퍼져나가기 때문에 오히려 송이버섯 본래의 향이 줄어든 것으로 이해한 것이다.
우리나라 특산품의 대표 격
송이버섯은 위암이나 직장암 발병을 억제하는 크리스틴이라는 항암 성분이 함유돼 있다고 밝혀지면서 건강식 재료로 각광받고 있다. 주로 우리나를 비롯한 일본, 중국에서 재배하며, 인공 재배가 어렵고 가을에 잠깐 나오기에 더욱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송이버섯이 소나무 그늘에서 자라는데 아무 때나 채취한다.’라고 하여 채취하는 시기가 우리나라 다르다. 중국 문헌에는 자주 소개되는 것을 보면 송이버섯이 우리나라 특산품임을 알 수 있다.
지금은 강원도를 중심으로 깊은 산에서 볼 수 있지만 <의약월보(醫藥月報)>(1914)에 ‘목멱산(木覓山, 남산)에서 송이버섯이 나온다’라고 한 것을 보면 우리나라 곳곳에서 송이버섯이 자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풍부한 향과 효능을 지닌 식품
송이버섯의 맛은 먹어본 사람만 안다. 우리나라 공식 기록 중 하나인 <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에 ‘송이버섯, 생복(生鰒, 생전복), 아치(兒稚, 새끼 꿩), 고초장(苦椒醬, 고추장) 4가지가 있으면 좋은 반찬이 된다.’라고 한 것을 보면 밥상에서 송이버섯의 위상이 얼마나 높은지 짐작할 수 있다.
송이버섯으로 조리하는 음식에는 화학조미료를 넣지 않는 것이 상식으로 통할 정도로 영양과 향이 풍부한데, 요리에 활용하는 범위도 넓다. 밑반찬을 비롯한 각종 요리는 물론 밥을 지을 때 넣어도 그윽한 향이 살아나 입맛을 돋운다.
<증보산림경제>(1766)에서도 ‘송이버섯을 꿩고기와 함께 국을 끓이거나 꼬치를 만들어 기름장을 발라 반숙(半熟)의 구이로 만들어 먹으니 채소 가운데 선품(仙品, 신선이 먹는 식품)이라 할 수 있다.’라고 했다.
이질과 부종의 특효
송이버섯의 맑은 기운으로 대소변의 이상을 치료하기도 한다. 음식이 소화되면 찌꺼기가 대변과 소변으로 구분되어 나가야 하는데, 이상이 생기면 설사를 하거나 소변을 참지 못하고 자주 보게 된다.
<의휘(宜彙)>(1871)에 따르면 ‘이질에 마른 송이버섯 3~4개를 진하게 달여 복용한다. 2~3차례 복용하면 신효하다. 오래된 이질이 그치지 않을 때에도 같이 사용한다.’라고 하여 송이버섯을 이질, 설사가 날 때 쓴 것을 알 수 있다.
그 밖에 탈항(脫肛, 내치핵(內痔核)이 항문 밖으로 심하게 나온 상태), 소변이 탁하고 요의를 참지 못하는 사람에게도 효과적이다. 또 부종 치료에 사용하기도 한다. <주촌신방(舟村新方)>(1687)에 따르면 ‘부종이 온몸에 나타났을 대 오래된 송이버섯을 채취해 말린다.
2~3년 말린 것을 달여 조금씩 마시고 뜨거운 온돌방에 들어가 눕는다. 닭털을 물에 담갔다가 몸에 붙이고 그 닭털이 마르는 것을 한도로 한다’라고 했다.
산후조리에도 효과적
출산 후의 발열에도 복용하는데, 특히 복통이 동반될 때 말린 송이버섯을 달여 먹으면 효과가 있다. 출산 후 몸이 붓는 증상에도 송이버섯, 소엽(蘇葉, 차조기), 호초(胡椒, 후추), 생강 등을 오랫동안 달여 복용했다.
유방이 아플 때도 사용하는데, <의휘>(1871)에서는 ‘유통(乳痛)이 처음 나타날 때 송이버섯을 달여 복용한다’라고 했다. 따라서 젖멍울이 생겨 풀리지 않는 유선염에 송이버섯을 삶은 물을 자주 마시면 좋다.
부스럼과 인후통에 사용
부스럼이 생기거나 인후에 이상이 있을 때 사용하기도 했다. <의휘>(1871)를 보면 ‘종단(腫丹), 붉은색 부스럼)에 송이버섯을 태운 다음 분말로 만들어 붙인다’ 라고 하여 부스럼의 치료법을 설명했으며, ‘인후(咽喉)가 아파 음식을 넘기지 못하는 경우 송이버섯을 달여 복용한다.
또한 박하(薄荷)를 같은 분량 넣고 달여 복용하기도 한다’라고 했다. 편도가 부었을 때 말린 송이버섯을 분말로 만든 다음, 숟가락으로 혀를 누르고 양쪽 편도 부위에 골고루 뿌리기도 한다.
송이버섯은 구충제?
지금은 좋은 구충제가 많아 찾아보기 힘들지만 예전에는 기생충이 많았다. 따라서 구충을 위해 여러 방법을 시도했는데, 그 중 하나가 송이버섯을 이용한 것이다. <주촌신방>(1687)에 따르면 ‘송이버섯을 말려 분말로 만든 다음 묽은 꿀물로 다식(茶食)을 만든다.
어린아이가 배부르게 먹으면 한달이 지나지 않아 회충이 모두 소화되어 내려간다. 여러 번 시험하고 여러 번 경험한 것이다’ 라고 했다. 송이의 맑은 기운으로 기생충을 물리치는 기전으로 한의학에서는 이해된다.
송이버섯을 보관하는 요령
송이버섯은 신선할 대 바로 먹는 것이 가장 좋다. 부득이하게 보관할 경우 일정한 수분을 유지해야 하는데 습도가 너무 높으면 색이 변하고 썩기 쉬우므로 송이버섯을 캔 소나무 아래 흙을 가져와 묻어두고 그 소나무 솔잎을 덮어두면 오래간다.
그렇다면 장기간 보관하는 과정에서 송이버섯이 마르면 예전에는 어떻게 대처했을까? <증보산림경제>(1766)에 따르면 ‘좋은 황토와 물을 섞어 묽은 죽같이 만들고 송이버섯을 그 속에 담갔다가 3일이 지나 꺼내어 깨끗이 씻으면 새로 캔 것과 같다’ 라고 하여 말린 송이버섯을 촉촉하게 하는 방법을 소개했다.
냉장 기술이 발달한 현대는 송이버섯을 그대로 냉장고에 보관하면 5~7일간 신선한 상태로 먹을 수 있다. 장기간 보관하려면 송이 버섯을 은박지, 창호지, 신문지로 싸서 급냉동해 비닐팩에 넣어두면 2년간 그 향을 유지할 수 있다.
해동할 때는 찬물에 소금을 넣고 약 5분간 담가두면 향이 유지된다. 냉장고 덕에 송이버섯을 예전보다 오래 즐길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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