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가을엔 어디론가 떠나고 싶습니다

은오 2011. 9. 14. 22:34

가을엔 어디론가 떠나고 싶습니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습니다


이 가을이 떠나버리기 전에
내가 먼저 떠나고 싶습니다







삶이 빈

껍질처럼 느껴져


쓸쓸해진 고독에서 벗어나
그대를 사랑하고 싶습니다







그리움으로
피멍이 들었던 마음도
훌훌 벗어던지고


투명한 하늘빛 아래     
넋 잃은 듯 취하고 싶습니다








간들거리며 불어오는 바람에
몸부림치도록 고통스럽던 마음을


하나도 남김없이
날려 보내고 싶습니다






늘 비질하듯
쓸려나가는 시간 속에


피곤도 한구석으로 몰아넣고
한가롭게 쉬고 싶습니다






머무르고 싶은 곳  


머무르고 싶은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랑에 나도 물들고 싶습니다








내 혼을 쏙 빼놓을 정도로
곱게 물든 낙엽들이


온몸을 투신하는 이 가을엔
어디론가 떠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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