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노인의 오형(五刑)과 오락(五樂)

은오 2015. 6. 29. 15:00

 

              

 

     천지에는 사계절의 질서가 있다. 마찬가지로 사람에게는 일생에 시기(時期)가 있다.      천지가 그 질서를 어기지 아니하므로 만물이 나고 자라고 열매를 맺고 거두는 순서를     갖게 되는 것이다.

     사람도 그 시기를 잃지 아니하여야 일생의 생활과 생사거래(生死去來)에 노예가 되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일생의 순서를 얻게 된다.      그러므로 노년기(老年期)에는 세상의 애착(愛着), 탐착(貪着), 원착(怨着)을 다 버리고 세상       이치를 관조하는 방법을 단련시켜야 한다.

     이것이 인생에 시기를 잃지 않고, 질서에 순응하는 것이라 판단된다.      사람이 늙어 갈수록 고고(孤高)하고 청결(淸潔)한 품격(品格)을 잃어서는 안 된다.      질서를 망각하고 제멋대로의 인생길을 걸어온 사람은 아무리 보아도 천격(賤格)이다.  

 

 

     정조시대의 심노숭(沈魯崇·1762-1837)자저실기(自著實紀)를 보면,      노인의 5가지 형벌(五刑)5가지 즐거움(五樂)에 대해 논한 대목이 나온다.

     먼저 5가지 형벌(五刑)이다.     ① 보이는 것이 뚜렷하지 않으니 목형(目刑)이요      ② 단단한 것을 씹을 힘이 없으니 치형(齒刑)이며      ③ 다리에 걸어갈 힘이 없으니 각형(脚刑)이요      ④ 들어도 정확하지 않으니 이형(耳刑)이요      ⑤ 그리고 또 궁형(宮刑)을 말함이다.  

     눈은 흐려져 책을 못 읽고, 이는 빠져 음식을 잇몸으로 흐물흐물 이겨 넘겨야 한다.      걸을 힘이 없어 집에만 박혀 있고, 보청기 도움 없이는 자꾸 딴소리만 한다.      마지막 궁형은 여색(女色)을 보고도 아무 일렁임이 없다는 뜻이다.  

     다음으로 5가지 즐거움(五樂)이다.      ① 보이는 것이 또렷하지 않으니 눈을 감고 정신을 수양할 수 있고     ② 단단한 것을 씹을 힘이 없으니 연한 것을 씹어 위를 편안하게 할 수 있고      ③ 다리에 걸어갈 힘이 없으니 편안히 앉아 힘을 아낄 수 있고     ④ 나쁜 소문을 듣지 않아 마음이 절로 고요하고     ⑤ 여색으로 망신을 당할 행동에서 저절로 멀어지니 목숨을 오래 이어갈 수 있다.

       이 같은 오락(五樂)은 승지(承旨) 여선덕(呂善德)이 오형(五刑)에 관해 주장하는 말을 듣고     심노숭(沈魯崇)이 반격에 나선 데서 나왔다는 이른바 노인의 5가지 즐거움이다.  

 

생각건데 심노숭의 '자저실기'란 고전을 재해석한 것은 학자들의 학위논문이나 학술지에

기고를 위하여 연구한 결과물 이겠지만 예나 지금이나 긍정적인 사고의 중요성을 강조한

대목이라 할 수 있다.

    모든 것이 마음먹기에 달린 것 아닌가.      화를 복으로 돌리는 심노숭(沈魯崇)의 말은 일품이다.      생각을 돌려보면 그 많던 내 몸의 불행과 좌절이 더없는 행운과 기쁨으로 변한다 

     사람이 노년기에 다가오면 건강과 생사(生死)에 대한 일 그리고 정신을 잃지 말아야      하는 것이 가장 크고 긴요한 일이다. 그래서 가능하면 오직 수양에 집중하는 것이 우리가 오락(五樂)누리는 방법 중의 하나일 것이다. 

     ① 눈에 보이지 않는 일은 기어이 보려하지 말 것이요     ② 귀에 들리지 않는 일은 기어이 들으려하지 말 것이요     ③ 보이고 들리는 일이라도 나에게 관계없는 일은 간섭하지 말 것이요      ④ 의식 용도를 자녀에게 맡긴 후 대우의 후박을 마음에 두지 말 것이요      ⑤ 소시적 일을 생각하여 스스로 한탄하는 생각을 하지 말 것이요     ⑥ 재산이나 자녀나 그 밖의 관계있는 일에 착심을 두지 말 것이요     ⑦ 과거나 현재나 원망스럽고 섭섭한 생각이 있으면 다 없앨 것이요       

세상 일은 한량이 없고 3(愛着, 貪着, 怨着)도 한계가 없다.      그래서 인간사 모든 일을 3착에 매달리면 그 착()의 경계를 벗어날 수 없으나     이를 해탈로써 해결하려고 하면 어떠한 역경과 괴로움에도 걸림이 없게 된다.      그러므로 우리가 진정으로 모든 일에 해탈을 얻기를 원한다면,

먼저 불생불멸(不生不滅)의 진리, 자성(自性)의 원리, 인과응보(因果應報)의 이치 등

모든 이치의 근원을 관조(觀照)해야 한다.

     이렇게만 된다면 진정 해탈의 경지에 오르지 않을까?     해탈하신 분의 심경에는 그깟 오형오락(五刑五樂)의 경계쯤이야 문제가 안 된다.      이미 생사를 초월한 사람에게는 인간세상의 생사고락이 한 조각 뜬 구름 같고      부평초(浮萍草)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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