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면 고향을 생각캐하는 수수한 꽃이 하나 있으니 바로 할미꽃이다
어릴적 동네 친구들이랑 뒷동산에 올라 호미와 다래끼를 준비해서 양지바른 곳에
솟아 오른 할미꽃을 고사리 손으로 캐어 집에 가져와 심고 매일 열심히 물을 주었
건만 하루 이틀이 지나면 점점 시들어 결국 말라죽어 동심을 안타깝게 했던 기억이
난다.
할미꽃(백두옹)
할미꽃을 한자로는 백두옹(白頭瓮)이라 쓴다. 곧 머리가 하얀 노인이라는 뜻이다.
이는 꽃이 지고 난 뒤의 열매가 흰 수염이 성성한 노인의 머리 모양을 닮았다고 해
서 붙은 이름이다. 할미꽃을 백두옹으로 부르게 된 데에는 전설이 있다.
옛날 어느 마을에 한 젊은이가 배가 몹시 아팠다. 젊은이는 급히 의원에게 달려갔으나 마침 의원은 집에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집으로 돌아오는 중에 지팡이를 짚은 머리가 하얀 노인을 만났다.
노인은 머리에 하얗게 털이 난 풀을 가리키면서 ‘이 풀의 뿌리를 캐서 먹으라’고 하였다 젊은이가 그 식물의 뿌리를 캐서 세 번을 먹으니 복통이 멎었다. 그 뒤로 젊은이는 마을에서 배가 아프고 설사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 풀을 캐어 아픈 사람에게 주었다.
과연 배가 아파 고생하던 사람들이 그 풀뿌리를 달인 물을 마시고 모두 나았다. 사람들은 그 젊은이가 어떻게 해서 그 약초를 알게 되었는지 물었다. 젊은이는 백발 노인에게 들은 것을 그대로 이야기했다.
젊은이는 그 백발 노인을 만나 감사의 인사라도 하고 싶어 처음 노인을 만났던 장소에 가 보았지만 만날 수가 없었다. 그 일대에 사는 사람들에게도 물어 보았지만 그 노인을 보았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젊은이가 실망하여 길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멍하니 앞을 바라보고 있는데 그때 눈에 털이 하얗게 달린 풀이 바람에 이리저리 날리는 것이 보였다. 그 모양은 마치 백발 노인 같았다.
그 젊은이는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그래 그 노인은 신선이야. 내게 약을 가르쳐 주시려고 오신 것이 틀림없어. 여러 사람으로 이것을 기억할 수 있도록 이 약초를 백두옹이라고 하자.” 이렇게 해서 백두옹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할미꽃은 복통에도 좋을 뿐만 아니라 두통·부종·이질·심장병·학질·위염 등에 약으로 쓴다. 특히 뇌 질환을 치료하는 데 신통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할미꽃 뿌리를 잘 법제해서 사용하면 뇌종양을 비롯, 갖가지 암을 고칠 수 있다.
실제로 할미꽃 뿌리를 주재로 약을 만들어 뇌암·간암·신장암·위암 같은 암을 호전시킨 사례가 있다.
할미꽃 뿌리는 독이 있으므로 조심해서 사용해야 한다.절대로 많은 양을 한꺼번에 먹어서는 안 된다. 또, 임산부가 복용하면 낙태할 수가 있다.옛날에 할미꽃 뿌리를 사약으로 쓰거나 음독 자살할 때 달여 먹기도 했다.
할미꽃 뿌리를 민간에서 약으로 이용하는 방법을 적어 보면 다음과 같다.
■ 두통에는 8∼9월에 할미꽃 뿌리를 캐서 햇볕에 말려 두었다가 쓴다.
할미꽃 뿌리 40그램에 물 1리터를 붓고 달여서 절반쯤으로 줄어들면
꿀이나 설탕을 넣어 한번에 15그램씩 하루 세 번 밥 먹기 전에 마신다.
이 방법은 뒷목이 당기고 아프며 뒷목 밑에 군살이 생긴 데에 특효가 있다.
■ 몸이 붓는 데에는 할미꽃 잎 5백 그램을 물 3리터에 넣고 절반이 되게 달여서
그 달인 물과 찹쌀밥 한 그릇을 단지에 넣고 뚜껑을 덮어 10일쯤 두면 술이 된다.
이 술을 한번에 한잔씩 하루 세 번 밥 먹기 전에 먹는다.
이 방법은 부종·두통·뼈마디가 쑤시고 아픈 데·설사·위염·위궤양·위암 같은 여러 질병에 두루 좋은 효과가 있다.
■ 머리가 빠질 때에는 할미꽃 속에 있는 노란 꽃가루를 따서 피마자 기름에 개어 바른다.
■ 만성위염에는 할미꽃 뿌리를 깨끗이 씻어 잘 말렸다가 가루 내어 한번에 2∼3그램씩 하루 세 번 밥 먹고 나서 먹는다. 15∼20일 동안 먹고 나서 7일쯤 기다렸다가 낫지 않으면 한번 더 먹는다.
할미꽃이 피고 난 후 꽃이 떨어지고 흰 머리칼이 생긴 모습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