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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3대 신화라고 꼽을 수 있는 신화는 그리스 로마 신화와 켈트 신화 그리고 바로 북유럽 신화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은 그리스로마 신화지만 현대에 와서는 북유럽신화를 모티브로 하여 현대적 문화소재로 활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세상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이야기로 표현한 신화들을 살펴보면 각 나라 혹은 지역별로 조금씩 차이가 보이며 다양한 유래들을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바그너의 불후의 악극 중 하나인 니벨룽겐의 반지를 영화한 것이 바로 이 영화이다.
그렇다면 이 영화 속에서는 어떻게 북유럽신화의 특징이 잘 나타나고 있는지, 또 현대에 와서 북유럽신화 모티브가 왜 많이 차용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니벨룽겐의 반지’ 영화 속에서는 처음부터 전쟁의 장면을 보여줌으로써 시작되는데 잔텐 왕족이 색슨족으로부터 침략을 받아 어린 왕자였던 지그프리드만 살아남게 되는 장면인데 이 장면을 통해 북유럽 신화가 가지고 있는 강한 투쟁의식과 새로운 세계에 대한 갈구가 유럽인의 마음속에 있다는 것을 표현하는 유럽 신화의 특징이라고 본다.
바이킹 전사들의 후예로 북유럽 일대에 퍼져있던 유목민 계통의 신화는 운명에 대한 체념이 또한 특징이며 인간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살아가던 여신들마저 멸망을 면치 못한다는 장렬한 종말만이 그리스 신화와 대조를 이룬다.
중세 북유럽을 배경으로 라인 강 깊숙이 숨겨져 있는 전설의 황금과 이를 차지하려는 영웅들의 무용담을 담은 이 영화는 설화 속 인간 군상들의 모험을 통해 탐욕과 구원, 신성, 죽음과 삶 등을 보다 현대적으로 다루고자 한다. 대장장이의 아들로 성장한 지그프리드가 군터 왕국의 용을 물리치고 신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니벨룽겐의 반지를 차지해 영웅이 되기는 하지만 니벨룽겐 신들의 저주와 맞서 싸워야 하는 운명을 비극적으로 전개해 나가고 있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비해 약간은 어둡고 비관적이며 결말 역시 죽음으로 이어지는 스토리 전개를 가지고 있다는 것 또한 특징이며 새 세상의 도립이라는 색다른 사상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지그프리드와 운명적인 상대가 되는 여성이 아이슬랜드의 여왕인 브룬힐드라는 설정도 북유럽 지방의 바이킹들이 대부분 활약하던 아이슬랜드를 중심으로 했기 때문이고 이것은 북부 스칸디나비아인들의 중세 문학과 관련된다고 본다.
지그프리드가 운석을 가지고 아주 단단한 칼을 만들어 나쁜 용과 대적을 하는 설정 역시 악마의 축을 내세워 악마들은 안정적인 상태를 혼란한 상태로 몰아넣고자 하는 위협을 가하는 존재로 묘사된다는 것이 사회의 질서를 깨트리고자하는 악의 축과 부를 쟁취하고자하는 인간들과 지혜롭고자 하는 신들의 의도에 반하는 것을 하나의 예로써 그 특징을 살펴 볼 수 있다.
특히 인간들은 험한 기후와 불안한 생활에 맞서 투쟁해야 하는 강인한 인물들로 새로운 영토 개척을 위하여 늘 전투태세를 갖추고 있는 모습들을 간혹 볼 수 있었다. 이런 생활을 제시해 줌으로써 북유럽 지방의 사람들은 힘과 용맹성을 얻었고 육체적 힘을 기르는 것을 좋아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이슬랜드의 여왕이 신들께서 자신에게 선물한 무한한 힘이 있기 때문에 그 힘을 쓰러트릴 수 있는 사람과 결혼하겠다는 그녀의 의지에서도 다른 신화 속 여성들에게서는 볼 수 없었던 색다른 강인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또 지그프리드라는 영웅은 다른 신화 속 영웅들과는 달리 영웅의 존재가 오래가지 못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지그프리드는 사랑을 이루지 못한 채 인간의 탐욕에 의해 죽음을 맞이하게 되고 신들에게도 유한한 삶이 있는 마당에 인간에게는 더 가혹한 현실을 제시한다.
세상의 종말 역시 이 신화 속에서는 있을 수 있는 일이 되며 고대 게르만인의 특징을 많이 반영한 영향 때문인지 북유럽 신화에서는 그리스 로마 신화처럼 세련된 멋보다는 꾸밈없고 직선적인 태도로 원시적인 생명력과 인간의 본능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이렇게 현대인들에게 조금은 생소한 유럽 설화를 바탕으로 한 모티브가 현대적 문화코드에 활용되고 있는 이유는 그 속에서 현대인들도 공감할 수 있는 요소를 발견해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특히나 하나의 작품에서만이 느낄 수 있는 유일한 아우라를 추구하는 요즘의 세태에 걸맞게 그리스 로마신화에 비해 덜 알려진 북유럽 신화가 호기심을 자극하고 독자도 뚜렷이 알지는 못하지만 어디선가 한 번쯤은 들어봤음직한 이야기들로 구미를 당기는 매력이 숨겨져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잠자는 숲 속의 미녀와 여러 명의 난쟁이, 북풍한설이 몰아치는 동토에 웅거하고 있는 거인, 태양을 뒤쫓는 무시무시한 늑대, 용의 피에 목욕을 하고 불사신이 된 사나이, 하늘만큼 큰 나무이야기 등 유럽의 민담과 전설과 동화에 풍부한 자양분을 제공한 이런 이야기들의 뿌리를 따라가 보면 어느 새 북유럽 신화에 다다른다는 것이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무한한 삶을 사는 그리스 로마 신화 속신과는 다르게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원시적이고 원색적으로 표현되어 있으며 신과 거인이 충돌하여 세상을 끝장낸다는 충격적인 결말에 예고되고 있는 만큼의 모든 등장인물들의 행동이 본능과 욕망의 극단을 향해 줄달음치는 색다른 모습에서 지극히 신화적인 모습이 아닌 현실적인 신화를 현대인들이 주목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신들의 세계와 거인들의 세계, 저승세계, 인간들이 사는 세계의 경계가 나누어져 있다는 것과 같은 북유럽 신화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 역시 빠질 수 없는 요소이다.
북유럽 신화에서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에서 존재할 수 있는 비슷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데 시작하는 곳에 끝이 있는 것처럼 북유럽 신화에서도 시작과 끝이 동시에 존재하다. 세계가 거인에서부터 생성되고 라그나뢰크로 인해 멸망하는 모습 등이 지극히 현실적이라 현대인들이 더 공감되기에 충분한 요소로 작용하지 않았나 생각하기 때문이다. 신화를 통해 우리는 때때로 문화나 예술에서 많은 영감을 얻어 창조를 해나가듯이 북유럽 신화만이 가지고 있는 원시적이고 아기자기 하면서도 단순한 이야기들을 모티브로 현대적 문화코드에 종종 적용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것은 시대적인 타이밍인 동시에 그 동안에 우리가 탈피하지 못했던 신화에 대한 고정관념의 한계를 넘어가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지금 북유럽 신화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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