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의 시

한 잎의 여자

은오 2008. 1. 21. 10:36


                        한 잎의 여자
                                                         오 규원
나는 한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잎같이 쬐그만 여자, 
그 한 잎의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그 한 잎의 솜털, 그 한 잎의 맑음,
그 한 잎의 영혼, 그 한 잎의 눈, 
그리고 바람이 불면 보일 듯 보일
듯한 그 한 잎의 순결과 자유를 얻었네. 
정말로 나는 한 여자를 사랑했네.
여자만을 가진 여자, 
여자 아닌 것은 아무것도 안 가진 여자, 
여자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여자, 
눈물 같은 여자, 슬픔 같은 여자, 
병신 같은 여자, 시집(詩集) 같은 여자,
그러나 영원히 가질 수 없는 여자, 
그래서 불행한 여자, 
그러나 영원히 나 혼자 가지는 여자, 
물푸레나무 그림자 같은 슬픈 여자.
☆ 그런 여자를 반복해 나열하면 할수록 묘사하면
할수록 여자의 실체가 사라진다. 
여자는 신비의 옷을 입는다. 세상의 절반이 여자다. 
물푸레나무에 달린 쬐그만 잎처럼 하고많은 여자와
여자라는 보통명사를 이토록 입에 척척 달라붙도록
혀에 휘휘 휘감기도록 구체화시켜 놓고 있다니!
여자는 남자의 여자다.
남자의 엄마이고 누이이고, 애인이고, 아내이고, 딸이다.
남자의 과거이고 미래이다. 그러니 시작이고 끝이다.
그런 여자를 어찌 정의할 수 있으랴. 
모두 가지지만 결코 가질 수 있는 그런
한 여자를 누가 가졌다 하는가.☆ <정끝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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