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금(金) 왜 이렇게 오르나

은오 2008. 2. 1. 08:01

                금(金) 왜 이렇게 오르나

 

 * 인도 결혼예물이 국제 금값 견인… 세계 금 수요의 20%

 * 남아공 등 공급은 줄어… 달러 하락·원자재값 상승도 한몫

 

국제 금값이 작년 하반기(6~12월)부터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작년 8월 말 1온스당 660달러 선이던 국제 금값은 1월 중순 900달러를 돌파했다. 4개월 반 만에 36%가 오른 것이다. 최근엔 상승세가 잠시 꺾여 1월 22일 현재 857달러 선으로 떨어졌다.

 

금의 무게를 따지는 1온스는 약 31g이다. 국내에서 주로 통용되는 돈쭝(3.75g)으로 따지면 1온스는 약 8.3돈쭝이다. 1온스당 857달러라는 건 환율을 고려하면 1g당 2만6265원으로 3.75g당 9만8493원이다. 1월 22일 한국귀금속판매업중앙회가 고시한 국내 순금 도매가격은 3.75g당 10만9670원. 국제 금값과 국내 도매 가격의 차는 관세, 도매업체 마진, 가공 비용 등에서 발생한다.

 

금 거래의 국제 무대는 런던이다. 런던금시장협회(London Bullion Market Association·LBMA)에서 결정된 가격이 국제 금 시세로 통용되고 있다. 런던금시장협회의 회원은 국제적인 금융회사와 금거래회사, 정련회사 등이다. 작년 12월엔 하루 평균 201억달러어치의 금이 거래됐다.

 

▲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한 광산에서 금을 채취하고 있다. photo 조선일보 DB국제 금값은 기본적으로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따라 움직인다. 최근 금값 급등은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영국의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는 2000~2007년 국제 금값은 온스당 270달러에서 850달러로 치솟았지만 같은 기간 금 생산량은 6.7% 줄었다고 보도했다.

 

영국의 귀금속 전문 조사기관인 GFMS에 따르면 작년 세계의 금 생산량은 1% 이상 감소했다. 전통적인 금 생산국인 남아프리카공화국, 미국, 호주 등지의 생산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임금 상승에 따른 채굴비용 상승, 안전규제 강화, 폐광의 증가 등이 그 원인이다. GFMS에 따르면 작년 3분기(6~9월) 평균 채굴 비용은 1온스당 400달러에 달했다. 전년 대비 24%나 늘어난 수치다.

 

특히 세계 최대의 금 생산국이었던 남아프라카공화국의 퇴조가 눈에 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작년 금 채굴량은 272t으로 전년에 비해 12% 이상 줄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1970년 한 해 1000t의 금을 생산하면서 세계 금 생산량의 79%를 담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10년 사이 금 채굴량이 4분의 1 정도로 줄었다.

 

작년엔 1905년 이후 처음으로 중국(276t)에 이어 세계 2위 생산국으로 밀려나기도 했다. 반면 중국은 약진하고 있다. 금광 개발도 활발하다. 중국은 작년 9월 간쑤(甘肅)성에서 매장량 308t에 이르는 초대형 금광을 발견하기도 했다. 공급은 줄고 있지만 수요는 치솟고 있다. 인도·중국 등의 경제 성장으로 이 두 나라의 금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특히 세계 금 수요의 20%를 차지하는 인도의 영향이 크다. GFMS는 전세계적으로 작년 보석용 금 수요가 인도의 영향으로 전년에 비해 5%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인도에선 금 목걸이·금팔찌 등을 결혼 예물로 가져가는 게 전통인데 이로 인한 금 수요만 연간 500t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때문에 인도의 결혼 시즌만 되면 국제 금값이 요동을 친다.

 

작년에도 인도 결혼 시즌인 9월을 전후로 해서 세계 금값이 급등세를 보였다. 인도의 모든 가정에 쌓여 있는 금만 합쳐도 1만5000t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전세계에 현존하는 금(약 16만t)의 9%에 해당하는 양이다. 달러화의 가치 하락도 국제 금값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국제 금값은 달러로 표시되기 때문에 달러화의 가치가 떨어지면 금의 수요와 공급이 변하지 않아도 금값은 오르게 된다.

 

달러화의 가치 하락으로 달러의 대체 수단인 금에 대한 투자 수요가 증가해서 금값을 올리는 것이다. 달러화의 가치는 작년 한 해 유로화 대비 11.3% 떨어졌다. 달러화의 가치에 대비해서 통화 가치가 올라가는 경우엔 국제 금값이 올라도 큰 영향이 없는 경우가 있다. 2006년의 경우 국제 금값은 한 해 23.2% 올랐으나 국내 금 소매 가격은 9.8%밖에 오르지 않았다.

 

달러 대비 원화의 가치가 8.8% 올랐기 때문이다. 최근엔 연초 이후 1월 22일까지 원·달러 환율이 1.9% 오르는 등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달러로 표시된 금값이 급등하는 충격이 확대됐다. 한편 작년부터 불어온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미국이 선택한 금리 하락도 달러화 약세를 부르면서 금값 상승을 초래한다.

 

금리를 낮추면 미국 자금이 해외로 나가면서 달러에 대한 선호도가 낮아져 달러 가치 하락을 초래한다. 그러나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가 금값을 한 방향으로 몰고 가지는 않는다. 작년 7~8월 위기 때는 미국의 투자자들이 자금을 회수해 본국으로 옮기면서 달러가 강세를 보였고 이때 잠시 금값이 하락하는 현상을 보였다.

 

국제 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도 금값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원자재 가격 상승이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물가가 오르면 화폐 대신에 실물 자산인 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다. 때문에 원자재 가격 상승도 금값 상승의 원인이다.

 

국제 금값은 작년 한 해 31% 올랐다. 오히려 금값보다 더 많이 오른 원자재도 있다. 원유 가격은 미국 서부텍사스유(WTI) 기준으로 작년 한 해 57.2% 올랐고 밀(76.6%), 콩(75.4%) 등의 상승률도 높았다. 금은 원유나 곡물과 달리 한 번 사용하면 사라지는 게 아니라 다시 녹여 재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가격 상승률이 낮다.

 

향후 금값 전망에 대해서는 최근 단기간에 급등해서 꼭지점에 도달했다는 의견도 있지만 전반적으론 상승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수급 상황 악화, 달러화 약세, 원자재 가격 상승이라는 3대 악재가 단기간에 해결될 전망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런던금시장협회의 올해 금값 전망 조사에서 24명의 응답자 중 14명이 1온스당 1000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응답자의 올해 금값 예상치는 평균 862달러로 나타났다. GFMS는 지난 1월 17일 올해 상반기 온스당 평균 840달러를 기록하고 하반기에는 더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올해 안에 온스당 1000달러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金테크  세가지 방법 집중분석

국제 금값이 연일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면서 금(金)이 재테크 시장의 화두로 떠올랐다. 국제 금값은 1월 초 온스당 833달러에 출발해서 14일 900달러를 돌파했다. 3년 전에 비해서는 약 215% 급등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 여파로 미국 증시가 계속 불안한 데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확산되면서 투자자들이 안전(安全) 자산인 금으로 대거 몰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금값이 최근 많이 오르긴 했지만, 더 오를 여지가 있어 금값 1000달러 시대도 멀지 않았다고 예측한다. 상투가 아닐까 걱정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하자니 금값 상승에 대한 유혹이 만만치 않다. 부동산, 예금, 주식에 이어 '제4의 자산'으로 각광받는 금에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봤다.


방법①: 금괴 투자… 사고팔 때 수수료 꽤 들어요

일반인이 금에 투자하는 첫번째 방법은 금 실물을 사서 보관하고 있다가 값이 오른 후 되파는 것이다. 일반 귀금속업체나 은행에서 살 수 있다.

은행 중에서는 신한은행과 기업은행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순도 99.99% 골드바(금괴)를 팔고 있다. 신한은행의 경우 1㎏(3050만원), 500g(1525만원), 100g(305만원) 등 3가지 종류를 팔고 있다(가격은 14일 기준, 부가세 포함). 기업은행에선 1㎏짜리가 3130만원 정도다.

그런데 금 실물은 사고팔 때 비용이 만만치 않다. 금 실물을 살 때엔 부가가치세, 거래수수료 등으로 추가 비용(13~15%)이 든다. 또 갖고 있던 금을 은행에 되팔 때에도 3~5%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신한은행만 재매입). 결국 금 실물을 투자용으로 구입한다면, 총 16~20% 이상 수익을 내지 않으면 손해인 셈이다. 은행 대여금고 등을 이용하지 않는다면 도둑이 들까 봐 집안에 마음 편히 보관하기도 부담스럽다.


방법②: 가상 투자… 환율 꼭 챙겨야 해요

전문가들은 투자 목적이라면 금 관련 금융상품 가입이 바람직하다고 권한다. 통장에 금을 쌓아둬 금 실물에 직접 투자하는 효과를 보면서, 수시 입출금이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다. 현재 금 통장은 신한은행의 '골드리슈'가 유일한데, 기업은행도 곧 출시할 예정이다. 골드리슈는 매달 조금씩 금을 적립하는 적립통장과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는 자유통장 등 두 가지로 나뉜다.

 

자신이 원하는 양(g)의 금을 구입하면 되는데, 펀드에 가입할 때처럼 약간의 거래 수수료(매매 기준가의 1%)는 내야 한다. 투자 수익에도 세금이 붙지 않고, 중도해지에 대한 불이익도 없다. 나중에 금 실물로 찾아가지 않으면 별도 세금이 없고, 실제 금으로 찾아간다면 부가가치세(10%)를 내야 한다. 신한은행 황재호 과장은 "금 가격은 달러로 표시되기 때문에 금 가격이 올라도 환율이 폭락하면 원금 손실을 볼 수도 있다"며 "환율 하락 위험을 막으려면 선물환 계약을 병행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이때 선물환 계약은 반드시 매번 은행 창구에서 처리해야 한다.

 

'골드리슈 금 적립통장'의 수익률은 지난 1년간 약 42.67%이고, 지난 3개월간은 약 22.61% 정도다(14일 기준). 신한은행의 금 거래량은 2006년 5555㎏에서 2007년 1만1553㎏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고, 2008년은 1월 11일까지 1259㎏나 거래됐다. 주식시장이 불안해지면서 대안 투자처로 금을 찾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는 게 은행측 설명이다. 황재호 과장은 "달러화 약세가 이어지면서 장기적으로 금값이 더 오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지만, 묻지마식 투자를 하게 되면 자칫 큰 손해를 볼 수 있다"며 "금값은 등락이 심하므로 장기 분산 투자 차원에서 자산 포트폴리오의 10% 이하 정도만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방법③: 파생 투자… 10% 이하로 분산시키세요

금값 상승기에는 금 관련 파생상품이나 펀드에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다. 하나은행이 25일까지 판매하는 '골드연동형 주가지수연동예금'은 국제 금값에 연동해서 수익이 결정된다. 만기때 신규일 대비 20% 이상 상승하면 최고 연 11%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원금 보장이 되며, 최저 가입액은 500만원 이상이다.

 

이 정도 수익이 성에 차지 않는다면 금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해외펀드에 투자할 수도 있다. 금값이 오르면 금을 다루는 기업 주가도 오르기 때문이다. 메릴린치의 월드골드펀드, 월드광업주 펀드나 기은SG의 골드마이닝 펀드가 대표적이다. 메릴린치 월드골드펀드는 1년 수익률(11일 기준)이 61.47%를 기록했다. 6개월과 3개월 수익률도 각각 39%와 11.04%를 올렸다. 세계 유명 금광업체에 투자하는 월드광업주 펀드의 1년 수익률은 66.06%였다. 다만 금 관련 펀드는 원금 보장이 되지 않고 가격 변동성이 심하기 때문에 전체 자산의 10% 이하로 분산 투자하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