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부님의 내기 버릇 ]
새로 부임해 온 보좌신부가 본당신부의 마음에 들기는 한데 딱 한가지가
문제였다.
그것은 다름아니라 누구하고나 내기를 하자고 덤비는 버릇이었다.
어느 날 이 사실을 본당신부로부터 전해들은 주교님이 이렇게 권고했다.
"신부님, 그 보좌신부를 며칠 안으로 저에게 보내십시오. 그럼 제가 그
버릇을 단단히 고쳐 놓겠습니다!"
그리하여 그 보좌신부는 주교님을 뵙게 되었는데, 뵙자마자 주교님 발만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것이었다.
그래서 주교님이 그에게 물었다. "내 발에 뭐라도 묻었소?"
그랬더니 그 보좌신부가 뒤통수를 긁적이며 "주교님, 대단히 죄송한 말씀입
니다만, 주교님의 엄지발가락이 보통 사람들보다는 두툼하게 보입니다.
혹시 주교님 엄지발가락에 커다란 사마귀가 나 있는 것 아닙니까? 혹시나
해서요…."
"그럴 리 없습니다. 사마귀가 있다면 내 자신이 그걸 모를 리가 있겠습니까?"
주교님의 이 말씀이 끝나기가 무섭게 예의 그 버릇이 튀어나왔다.
"주교님, 저하고 내기 하시겠습니까?"
그래서 주교님은 이제야말로 이 버릇을 고쳐줄 때가 왔구나 하며 회심의
미소를 머금고, 한 병에 1만 원씩이나 하는 좋은 포도주 20병을 내기로 걸었다.
그러고선 주교님이 샌들을 벗고 양말까지 벗어 엄지발가락을 그 보좌신부의
코앞에 내밀면서
승리감에 도취되어 큰소리로 외쳤다. "자. 신부님 보세요. 사마귀가 있습니까?
없습니까?"
아무리 살펴봐도 사마귀 같은 건 없는지라, 보좌신부는 고개를 떨구고 주교님
한테 포도주 20병 값을 치르고서 본당으로 돌아갔다. 보좌신부가 주교관을
나서자마자
주교님은 즉시 그 본당신부에게 전화해 이제 그 보좌신부는 아마 앞으로는
절대 내기를 하지 않을 거라고 자신했다.
주교님의 전화 말씀을 들은 그 본당신부가 깜짝 놀라며 주교님께 이렇게
소리치는 것이었다. "
아이구, 주교님, 그게 아닙니다요. 그 친구가 주교관으로 떠나기 전에 저하고
또 내기를 걸었다니까요.
자기가 주교관에 도착해서 15분 안으로 주교님의 신발과 양말을 벗길테니
포도주 50병을 내기로 하자고 말입니다. 그런데 주교님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