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개념 뜸 요법이란 또 무엇인가. 뜸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질병 치료와 보건, 예방 등을 포함)에 대해서는 앞에서 대략적으로 살펴보았다.
이처럼 문헌에 밝혀진 사실로도 뜸의 효과를 과히 짐작할 수 있으나, 우리 고유의 전통 의술인 뜸 요법이 세계적인 의술로, 나아가 전 인류의 보건과 질병 예방에 큰 기여할 수 있는 의료수단으로 발전, 보급되기 위해서는 뜸의 소프트웨어적 이론 요소와 하드웨어적 기술 개발이 뒤따르지 않고서는 힘든 것이 작금의 지구촌 의료현실이다.
모든 것이 디지털화되고 있으며 특히 생명공학 부분에는 유전자 복제를 통한 장기(臟器) 생산체제의 개막을 가시화하고 있다. 이에 필자는 우리 민족의 우수한 뜸 요법이 세계적인 의술로의 도약을 꿈꾸며 미력하나마 힘을 다하고자 한다.
1. 신의학(新醫學) 이론에의 뜸 접목(接木)
세상은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이 변화의 격랑 속에 새로운 것이 어느 듯 옛것이 되고, 밀물과 썰물처럼 왔다간 사라지고, 또 다시 새로운 가치(價値)와 풍물(風物)들이 세상을 이끌어 간다.
특히 과학의 발달은 하루가 다르게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여 하룻밤 사이에 새것이 헌것으로 밀려난다. 전산과 교수인 친구의 푸념이 그랬다. 수(數)개월(個月) 힘들여 익혀두면, 그사이 또 새로운 이론이 발표되어 몇 달의 공부가 수포로 돌아가 버린다는 것이었다.
그렇다. 세상에는 아직도 밝혀질 진실과 가치가 수없이 묻혀있다. 의학이론도 마찬가지로 정설(定說)처럼 여겨져 왔던 생명현상에 대한 이론들이 하나, 둘 가설로 밀려나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이러한 이론 역시 언제 충돌하여 종적을 감출지 모르는 일이다.
여러 이론 중 필자가 뜸과 연계하여 참고가 될만한 사안들만 골라서 소개해 보고자 한다.
1. 조혈론(造血論)
혈액 이론의 거장 모리시타 박사의 장(腸)조혈설은 필자에게 충분한 참고자료가 되었다. 그는 피는 뼈에서 만들어지는게 아니고 장에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갖가지 실험과 데이터를 들어 증명하고 있다.
그는 또한 조혈 구조를 생리적 조혈과 대상성 조혈로 나누고 장의 조혈은 생리적 조혈이며 뼈도 조혈에 관여하는데 이는 장이 생리적 조혈작용을 멈출 때, 다른 물질을 피로 환원시키는 일을 뼈가 맡고 있는데 그 작업이 대상성 조혈이라는 것이다.
혈액에 관한 한 모리시타 박사를 능가할 이론을 갖고 있지 못한 필자로서 그의 이론에 감히 토를 달기가 어려우나, 피가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지에 대해서만큼은 모리시타 박사의 이론보다 한층 더 복잡한 과정을 가지고 있으리란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그 이유로 우리 전통의학에서는 피와 관련된 장기를 심(心), 폐(肺), 간(肝), 비(脾), 신(腎)의 오장(五臟)을 두루 들고 있기 때문이다. 소장(小腸)에서 피의 원료를 만든다면 간, 비장, 콩팥 등이 함께 조혈 작업에 관여함으로 비로소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같은 구체적인 혈액 성분들이 형태를 갖추지 않나 싶다.
모리시타 박사의 조혈설에 무언가 석연치 않는 부분이 있는데, 소장에서 모적혈구가 발견되었는데 이 모적혈구가 다시 적혈구로 그리고 백혈구로 변화하는 이유에 대하여는 언급이 없다. 그냥 살펴보니 일정 시간이 경과하여 그렇게 변화하더란 이야기다.
그냥이 아닐 것이다. 이 변화 과정에는 오장(五臟)의 긴밀한 관여가 이루어졌음을 예측 할 수 있다.
그러면 장조혈과 뜸이 무슨 연관인가. 실험에서 뜸이 조혈에 참여하는 것으로 밝혀진 사실이 있기에 혈액의 장부 조혈설은 뜸 임상에서 그 당위성을 제공하고 있다. 다시 바꾸어 말하면, 뜸이 조혈에 작용하는 과학적 근거가 마련됐다는 것이다.
2. 혈액공간(micro space) 이론
일명(一名) 제 3의 장기라고도 한다. 우리 몸에는 무수한 실핏줄이 전신을 순환하는데, 말초혈액, 림프, 세포 이들 사이에 일정의 틈새가 존재하고 이 공간을 통해 여러 가지 생리적 기능이 수행된다.
즉 혈액, 림프, 세포들로부터 분비되는 갖가지(호르몬, 유기물, 중금속, 배기가스 등의 체내 온갖 독소) 물질들이 이 공간에 모여들어 처리되는 것이다. 온몸에 퍼져있는 이 공간을 거둬들이면 거대한 장기 하나가 될 만치 무수하다는 것. 이를 두고 말초혈액공간, 혹은 또 하나의 폐기물 처리기관이라 하는 것이다.
뜸은 온열 효과 하나만으로도 신진대사 활동을 돕는데, 특히 간접뜸(우보뜸의 경우)은 뜸 기운이 닿는 표면적이 넓어 그 효과가 상당한 부분에 이른다.
뜸의 원적외선 및 열의 파장이 이 공간을 녹이고 흔들어 주어, 독소가 응고되어 머무르지 않고 곧바로 배출됨으로 혈액의 순환이 원활해지고 모든 대사가 순조롭게되는 것이다.
뜸 요법에 말초혈액공간 이론의 도입은 뜸 기운의 피부자극에 대한 생리반응 현상에 구체적 답안을 제시하고 있다.
3. 글로뮈(glomus) 이론
우리는 몸 속을 흐르는 피가 심장의 박동에 의해서만 가능하다고 여겨왔다. 이러한 이론을 뒤집은 사람이 프랑스 해부학자 레알리(Lealis)다.
그는 혈관의 샛길(by-path)을 발견함으로 모세혈관에 문제가 발생하여도 혈액이 역류하지 않고 제대로 순환하게 되는 원리를 설명하게 된 것이다.
글로뮈는 철길의 교차로나 하천의 방수로와 마찬가지로 모세혈관마다 곳곳에 가설되어 있는데, 특히 사지의 진피에 많이 분포되어 있다고 한다. 또한 이곳은 신경과도 관련이 있어 글로뮈가 발달하면 정신이 맑고 마음의 평화가 깃든다고도 한다.
뜸을 뜨면 글로뮈 공간이 윤활해지고 깨끗해짐으로 혈핵의 순환은 물론, 신경적 안정을 가져와 불면과 초조, 불안 등의 문제를 방지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