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쏘기

활의 세기와 선택법

은오 2016. 5. 19. 14:18

* 활의 선택법

1. 머리말

활쏘기는 운동이고, 모든 운동은 힘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활쏘기 역시 이러한 논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활쏘기에서 힘을 쓰는 것은 활을 선택하는 것과 관련이 있는데, 활을 처음 배우는 사람은 활을 선택할 여지가 없다.
다만 여러 단계 활들 중 가장 약한 활로 시작한다.
왜냐하면 처음 선택한 활에 따라 활을 배우는 과정과 속도 역시 크게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약한 활을 선택하는 것이 기본이지만 그 사람의 힘과 능력을 잘 고려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

활을 처음 배울 때는 힘이 약하지만, 활을 당기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궁력은 점점 늘어간다.
따라서 활 역시 이러한 단계에 따라 세기를 점차 늘려갈 필요가 있다.
이러한 초보 단계를 지나서 어느 정도 궁체가 잡혀가는 단계에 이르면 자신의 체력에 걸맞는 세기가 결정된다.
따라서 그때는 자신의 궁력에 맞는 활이 어떠한 것인가를 잘 선택할 필요가 있다.
훈련을 통해서 형성된 궁력에 맞추어 활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서는 이러한 것을 감안하여 세 가지를 알아보도록 한다.
그 세 가지는 다음과 같다.

①궁력 기르기 ②활의 강도 ③활의 선택


2. 궁력 기르기

활을 처음 배우기 시작하면 모든 활이 자신에게 세어서 시위를 당길 때 부담을 느낀다.
그 까닭은 활을 당길 때는 거기에 걸맞는 자세로 힘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당겨야 하는데,
처음에는 그럴만한 기초가 갖추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초보자에게는 일정한 수련을 통해서 얻어지는 근력과 기력으로 구성된 궁력이 없다.
그러다 보니 자신이 지닌 체력만으로 시위를 당기게 된다.
바로 이런 어설픈 자세를 훈련을 통하여 일정한 요령을 터득하고 궁력을 기르게 된다.

처음 빈활 당기기를 할 때는 당기는 사람의 힘을 최소화할 수 있는 약한 활로 한다.
물론 구사에게는 약한 활이지만, 막상 그것을 당기는 신사는 그것도 힘에 버거운 것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그렇게 약한 활을 가지고 꾸준히 수련하게되면 활쏘기에 걸맞는 기초자세가 갖춰지면서 점차 궁력이 생기고
이에 따라 처음에 버거웠던 활이 점차로 부드럽게 느껴진다.
궁력은 연속적인 수련의 양과 비례하여 향상된다.
그러므로 수련을 꾸준히 하게 되면 궁력 또한 점차 늘어서 나중에는 좀 더 센 활도 거뜬히 다루게 된다.

빈활을 당기는 동안 궁력이 늘어나고 궁체가 잡혀간다.
그러면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주살질을 하는 시기로 발전하게 되고 곧이어 사대에 올라 습사를 하게 되는데,
바로 이때부터 활 쏘는 사람과 궁시의 관계는 다음과 같이 이루어져야 한다.

활로 인하여 화살을 제압하고, 힘을 헤아려 활을 고르게 한다.(因弓制矢 量力調弓)
사람의 힘을 헤아려 활을 마음대로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활의 세기를 헤아려 살을 마음대로 할 수 있어야 한다.

(量力制弓 量力制矢)

사람은 활을 제압하고 활은 화살을 제압하는 관계가 되도록 궁시가 선택되면 활쏘기는 원만히 이루어진다.
여기서 제압이라 함은 내가 지닌 현재의 궁력으로 활을 다룰 때 "부담 없이 부린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현재의 궁력으로 부담없이 부릴 수 있도록 활의 세기를 조절하여 선택하면 만작과 발시를 사법대로 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내가 부린 활로 활쏘기를 할 때 부담스럽지 않다는 증후가 다음과 같이 나타난다.

·흉허(胸虛): 앞어깨를 밀지 않는다.
·만(滿): 화살촉까지 당겨 만작한다.
·지(持): 만작한 후 멈춘다.
·심(審): 살펴서 겨냥한다.
·고(固): 앞뒤 힘주며 힘을 고르며 굳힌다.
·주(注): 마음을 모아 집중한다.
·정(靜): 발시 후 몸체의 흔들림이 없다.

이와 같은 동작과 상태를 스스로 느낀다면 그 활을 제압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궁력으로 다루기 부담스러운 센 활을 부리면 다음과 같은 증후가 나타나는데 이를 활쏘기 3대 사벽(射癖)

이라고 한다. 이 증후는 또 다른 요인으로 인해 생길 수도 있다.

①속(速): 당기자마자 멈추지 못하고 발시한다.
②잉(剩): 촉까지 당기지 못하고 덜 당긴 채로 발시한다.
③퇴(退): 살을 빼앗기면서 발시한다.

이런 증후가 보이면 자신의 궁력과 활의 관계를 잘 관찰해 보아야 한다.
상태가 이런데도 이를 고집하고 활쏘기를 계속하면 결국 큰 활병을 얻게 된다.
그리고 나아가 앞어깨(죽머리)가 빠져 흉허 자세를 잃는 지경까지 이르게 된다.

현재의 궁력으로 활을 부릴 때 내 궁력보다 활이 약하면 다음과 같은 증후가 나타난다.

약한 활에 센힘을 쓰면 활은 사람을 항거하지 못해 시위가 손에 묻거나
깍지낀 손가락에 시위가 끌려오다 놓치는 것처럼 발시하게 되어 살걸음이 느리고 중도에 떨어진다.
(弱弓以用猛力弓不人抗絃手來弓稍後 來猛而去緩途矢墜)

이와 같은 증후는 활의 강도가 궁력보다 약해 줌손이 버팀힘을 쓰지 못해 깍지손이 게을러서 생기는것으로
발시를 제대로 하려면 깍지손을 가볍고 부드럽게 다루어 발시해야 한다. 이와 같이 활의 강도가 세거나 약해도

활쏘기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
즉 활이 궁력보다 너무 세어도 뜻대로 부릴 수 없고 약해도 제대로 부리기 어렵다.

발시 순간 줌손과 깍지손을 쌍분시켜 마무리하려면 나의 궁력에 버금가는 힘으로 활이 버텨주어야 한다.
그러나 부리기 부담스러운 센활로 쏘거나, 아니면 제대로 버텨주지 못하는 약한 활로 쏘게 되면 활병이 생기거나 궁력이

떨어지는 결과를 불러온다.
따라서 내 궁력에 버금가는 활로 끊임없이 습사하여 수련량을 늘리면 궁력이 오르면서 지금 쏘는 활로는 힘이 남아도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때를 가늠해 궁력 향상에 따라 활의 강도를 높여 조절하는 것으로, 궁력을 올리려면 내가 부리는 활이

약궁으로 느껴지도록 습사량을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데 좀 센 활로 습사를 많이 하면 머지 않아 몸이 거기에 적응하여 궁력이 오를 것이라고 기대하는 수가 있다.

이런 경우 처음은 힘으로 이겨서 아무렇지 않은 것 같지만 서서히 그 부담이 쌓여 저도 모르게 궁체가 변한다.
이렇게 되면 틀림없이 활병으로 발전한다. 이 점 조심해야 한다.
활쏘는 사람과 궁시의 관계는 궁력이 오르는 정도에 따라 활을 고르는데 궁력에 버금가는 활을 쏘아야 한다.


3. 활의 강도

활 강도의 범위는 빈 활을 당기기 시작할 때부터 사대에서 습사하는 활까지를 말하는 것이다.
빈활은 대개 35#로 시작하고, 사대에서는 65#까지 사용한다.
이와 같은 활 세기의 범위 가운데 활을 쏠 때 활의 세기에 따라 증후가 다르게 나타나는데
35#와 65# 사이에서 50#를 분계로 35#에서 50#까지를 연궁계열이라고 하고,
51#부터 65#까지를 강궁계열이라고 하여,
크게 둘로 나누었을 때 자신의 궁력에 맞춰 쏘는 활이 연궁이거나 강궁에 속하는 것이다.

이를 도표로 그리면 다음과 같다.

- 35# 연궁계열 50# 강궁계열 65# [48# - 52#→유사한 증후가 보이는 부분]

살찌를 보고 계열별 증후를 구별하게 되는데 그 근거가 되는 요인은 다음과 같다.

·살고의 높낮이
·살걸음의 빠르기
·풍세에 의한 화살의 반응 정도

이와 같은 요인은 어떤 계열의 활이든 쏘는 사람의 기량에 따라 증후는 약간의 차이를 보인다.
그러나 연궁과 강궁이 근접한 50# 전후에는 서로 유사한 증후를 보인다.
대체로 두 계열의 증후는 구별할 수 있다.
이렇게 증후가 다른 이유는 화살의 무게와 굵기가 살고의 높낮이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며 결정적 요인은 활의 강도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화살대의 길이를 정하는 것은 체형의 조건에 사법의 잣대를 적용해 정한다.
그러므로 살의 길이는 살고와 속도 등 어떤 증후에도 영향을 주지 않는다.
따라서 궁력과 활의 세기가 밀착되어 작용하는 살의 무게와 굵기만을 계열별로 나누어 분석하면 다음과 같다.

양 계열의 활에 사용하는 화살의 무게와 굵기가 다른 이유는 발시되어 과녁을 향해 날아가는 화살 속도의 완급을 조정하고

살고의 안정감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살고의 높낮이 중에서 안정된 살고는 화살이 과녁을 명중하는 순간 과녁 면과 화살대가 직각이 되도록 떠서 날아오는 것이다.

이런 판단은 습사를 통하여 수련을 하다보면 어느 정도 포물선이 안정된 살고인지 짐작할 수있으며
대개 연궁 계열의 활들은 살고가 높고 강궁 계열의 활들은 살고가 낮아 보인다.

그리고 각계열의 증후는 적중하는데 유리한 것도 있고, 적중률을 떨어뜨리는 불리한 요인도 있다.
이를 계열별로 나누어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연궁 계열

①연궁 계열 가운데 약한 쪽 활(40#가까이)과 센쪽(48#가까이) 활의 살고는 높낮이의 차이가 있지만,
전반적으로 안정된 살고보다는 높은 편에 속한다.
②50#가까운 센 활 쪽은 개인의 기량이 우수하면 강궁 계열의 약한 쪽(51∼52#) 활의 증후와 유사하며
안정된 살고와 큰 차이 없이 비슷한 살고가 된다.
③40#가까운 약한 쪽은 대개 가벼운 화살을 사용하기 때문에 살고가 높아서 바람을 많이 탄다.
④대체로 연궁은 풍세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강궁계열

①강궁 계열의 활들은 전반적으로 안정된 살고와 가깝다.
이 중에 강한 쪽(60#가까이)은 살고가 너무 낮아서 화살의 무게를 올려 안정된 살고가 되도록 조절해야 한다.
②전반적으로 활이 강하기 때문에 그 힘을 받아 살고가 낮고 빠르게 날아간다.
따라서 바람을 연궁보다는 덜 탄다.
③강한 쪽(55#이상)에 속한 활들은 세심하게 다루지 않으면 영축이 생긴다.
예를 들면 쏜 살이 크다고 느끼면 과녁을 넘고 짧다고 느끼면 과녁 밑에 박힌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연궁 계열이나 강궁 계열 활은 살고의 높낮이와 풍세의 반응에서 많은 차이를 보이는데
그 가운데 50#를 전후로 한 연궁쪽의 48#부터 강궁쪽의 52# 사이에 있는 활들은 속도나 살고가 유사해서 계열별증후를

구별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그리고 이사이에 활을 쓴다면 연궁 개념의 활에서 강궁을 쏠 전환 시점에 있다고 본다.
50#정도의 활을 쏠 궁력이라면 꾸준한 습사와 수련을 해 궁력을 향상시켜 강궁 계열 활을 쏠 수 있게 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강한 활에서 분출한 힘이 활쏘는 기량과 접목되어 낮은 살고의 박진감과 빠른 살걸음을 접할 수 있게 된다.
이와 같이 되면 양 계열을 두루 섭렵하게 되는 것인데,
양 계열 중 어느 한쪽의 절정에 치우쳐 편협한 활쏘기가 되지 않도록 꾸준한 습사와 수련을 해야 한다.
왜냐하면 연궁의 느슨한 살고와 강궁의 박진감 넘치는 살고는 각각 다른 느낌의 활쏘기이기 때문이다.

활의 강도는 연궁과 강궁계로 크게 구분하고 내가 쏠 활이 어느 계열에 소속되든 각 계열의 증후를 수용하여 개인의

기량으로 보강하면 적중률이 극대화될 수 있다.

무릇 활을 쏘는 것은 명중하기를 기대하는데 적중할 수 있다면 낮은 살고도 옳고 높은 살고도 옳다.
맞추지 못한다면 살고가 높거나 낮은 것 또한 옳다고 할 수 없다.
(夫射期于中 中則平亦可 不中則 高固不可 平亦未見可也)


4. 활의 선택

연궁과 강궁 계열의 특성을 얻기 위해 자신의 궁력보다 세거나 약한 활을 마음대로 선택해 쓸 수 는 없다.
따라서 궁력의 세기와 버금가는 힘을 발휘하는 활이 자신이 쏠 활이 되며,
만약 궁력이 나아지거나 떨어지면 활의 세기 또한 적절하게 조정해야 한다.

자세의 총체적 결과는 만작할 때 나타나고, 쏨세의 총체적 결과는 발시 때 나타나며, 마무리에서 모든 것이 매듭된다.
그런데 활이 궁력보다 세거나 약하면 궁력과 활이 서로 균형이 맞지 않아 자세가 흐트러진다.
그러므로 궁력과 활힘이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적절한 활을 선택하려면 먼저 본인의 궁력을 가늠하고 여기에 적절한 활을

고른 뒤 궁력과 활을 함께 관리해야 한다.

사람의 키가 크면 팔도 길어 활과 화살의 길이도 이와 맞아야 하며, 키가 작으면 팔도 짧아 활과 화살의 길이도 이와 맞아야

한다. 이것이 (활과 화살의 길이를 정하는) 정론이다.(人長則 臂長而弓矢之長亦稱之, 人短則臂短而弓矢之短亦稱之, 此而定論)

나는 활을 잘 쏘기 때문에 약한 활로 화살의 (살고를) 평형되게 쏠 수 있다고 하는 사람은 스스로에게 속는 것이다.

(吾善射能使弓弱而矢平是自欺耳)


*용어해설

-.근력: 온몸에서 우러나오는 뚝심
-.기력: 단전을 원천으로 하는 복부의 뱃심
-.빈활: 화살을 먹이지 않고 당긴 활.
-.사벽: 활병
-.쌍분: 발시 순간 줌손과 깍지손을 똑같은 힘으로 나눔.
-.사법의 잣대: (화살 길이 정하는 법) 줌손을 이마 높이에서 고정하고 시위를 당겨 만작할 때
  화살대가 입술꼬리 부분에 닿도록 깍지손을 높이거나 낮춰서 조정하고
  줌손에서 화살대를 지나 깍지손의 뒷꿈치까지 일직선을 만들면 뒤팔의 팔꿈치는 수평이 된다.
  이때 화살촉이 출전피에 닿으며 이를 기준삼아 화살 길이를 정한다.
-.치마죽: 화살대의 굵기가 촉에서 깃쪽으로 가늘어지며 흐르는 댓살.
-.자세: 시위를 당겨 만작한 상태의 외적 모양새.
-.쏨세: 발시 동작과 그 후 마무리 되어가는 모양새.

                    (마당쇠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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