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쏘기

비정비팔의 발디딤

은오 2016. 5. 19. 14:35

활 잡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저를 괴롭히던 것이 바로 비정비팔(非丁非八) 발디딤입니다.

 

여러책에서 내용을 찾아보니 공통적으로 '우궁일 경우 왼발끝을 과녁의 왼쪽끝에 맞추고 오른발은 왼발길이의

절반정도 뒤로 물리고 어깨넓이 정도로 벌려선다.'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대회장이나 주위의 한량들께서는 아래 그림1과 같이 많이 서더군요.

 

      


아니!  이건 양궁의 Open stance 아닙니까? 책이 맞다면 많은 한량들께서 한국정통발자세를 지키지 않고 저런 식으로

양궁흉내를 내고 있다는 것인데 이거 아주 심각한 문제 같은데요. 레골라스 흉내를 내고 있더라 이겁니다. 나중에 완전히

90도로 돌아서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비정비팔은 한국활쏘기의 여러 특징 가운데 겉으로 아주 많이 드러나는 요소인데 양궁이나 타민족 활쏘기의 발모양을

따라간다면 정말 안타까운 일 아닙니까?

그림1 발모양은 몸이 편안하고 맞추기 쉽게 하는 자세니 저 것이 옳다고 하면 더 이상 할말은 없습니다만...

 

왜 전통을 지켜야 하는지는 이야기가 길어지므로 다음에 하기로 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책에 있는 비정비팔이 왜 그런모양이냐를 한번 따져보겠습니다.

 

떠도는 해석중 한가지입니다. 그림2를 보십시오.

 

     

 

 

우궁의 경우 丁자의 첫째획과 둘째획처럼 왼발과 오른발이 직각이 되게 서지 않고 오른발을 반시계방향으로 조금 돌려

丁자 모양도 八자 모양도 아니게 선다는 이론입니다. But.... 아니 그러나 이 이론에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사람은 자연

스럽게 설때 처음부터 八자 모양으로 서지 그림1의 왼쪽 그림처럼 서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자연스럽게 팔자로 서는데

굳이 丁자를 들이대며 丁자로 서지 말라고 한다는 얘기인데 뭔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억지로 끼워맞춘 느낌이 듭니다.

이건 아니라고 봅니다.

 

또 다른 이론입니다. 그림3을 보십시오

 

     


 

우궁일 경우 왼발끝을 관혁의 왼쪽끝에 맞추면 관혁과 왼발이 이루는 모양이 올바른 丁자 모양이 아니고 丁자의 두번째

획이  왼쪽으로 치우쳐 非丁이라는 이론입니다.그런데 145m나 떨어져 있는 관혁까지 빌려와 丁자 모양을 상상한다는 것은

논리의 과도한 비약이 아닐까요? 이것도 아니라고 봅니다.

 

 

非八은 분명히 八자 모양이 아닌게 확실한데 非丁은 합당한 해석이 안되니....

 

 그럼 도대체 어떻게 풀이해야 하나? 생각에 생각을 거듭했습니다.

 

그래!  흔히 고무래 丁자니까  고무래와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고무래가 뭔지 찾아보니...

 

    

 

 

 

(-.,-)''' 이런 제기...이런 게 고무래라네요. 발모양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것을 깨닫는데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집사람에게 물었습니다. '고무래 정이 도대체 뭐냐?'

집사람 曰 '정이니까 바르다는 뜻도 있지 않을까?' 

제가 曰 '바르다라고? 正하고 음이 같다고 바르다냐?'

 아니지..... '짐작만 하지 말고 확인을 해봐야겠다.'

 

인터넷 한자사전을 살펴보니, 그리고 서점으로 달려가 서점주인 아주머니의 눈치를 봐가며 옥편 열댓권을 뒤져보니

 

하느님 맙소사!      Oh! my god!

 

 

 

    

 

'바로', '바로 서다'란 뜻이 있었습니다! '바로 서다'란 뜻이 있었는데 계속글자의 모양에 맞추려고 했으니 답이

나오지 않았던 것이지요.

(또한 고무래라는 뜻도 없구나)

..........................................................................................

 

 

책 조선의 궁술에 아래와 같이 쓰여져 있습니다.

 

궁체의 종별 챕터에

 

'발은 정(丁)자(字)모양도 아니오 팔(八)자(字)모양도 아닌 체형으로 벌려서되 관혁의 좌우 아래끝을 바로 향하여 서고 두

발끝이 항상 숙지 아니토록 할 것이며 전체의 중량을 앞과 뒤의 두발에다가 골고루 싣고 설지니라'

 

신사의 배우는 차례 챕터에

 

좌우궁을 막론하고 두발을 팔자(八字)로 벌려딨되 관혁좌우의 아래 끝을 정면으로 향하여 딨고 얼굴과 이마를 또한 관혁과

정면으로 대하여 서고...... 이하 생략

 

 

 

 

조선의 궁술 저자들도 非丁을 글자모양으로만 해석한 겁니다. 우리는 그것을 답습한 것이고요.

丁이라는 글자가 생긴 이후 오랜세월이 지나 넷째 천간, 장정 등의 뜻으로 쓰이고  민간학설인(틀린) 고무래까지 혼돈을 가중

시켜서 바로서다라는 뜻을 생각하지 못한 겁니다.

 

그러므로 非丁은 '바로가 아니다' 내지는' 바로서지 않는다'라고 해석해야 합니다.

非八부분과 다른 부분을 적용시켜 해석하면 아래 그림4와 같은 결론이 나옵니다.

 

    

 

<궁체의 종별> 쳅터에 의거하여

1.비정(非丁)===>바로가 아니다. 바로서지 않는다. 정면을 보고 섰지만 한쪽발을 뒤로 물렸으므로 丁이 아니다.

2.비팔(非八)===>八자 모양이 아니다.

3.관혁의 좌우 아래끝을 바로 향하여 서고 ===>정면을 향하여 서니까

4.두 발끝이 항상 숙지 아니토록 할 것이며===> '숙다'는 '기울어지다'라는 뜻이므로 힘쓰기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이

 주제인 평면상 발모양에서는 따질 필요 없고

5.전체의 중량을 앞과 뒤의 두발에다가 골고루 싣고 설지니라===>한쪽발을 뒤로 조금 빼므로 앞과 뒤의 두발이라는

  개념에도 부합한다.

 

 

<신사의 배우는 차례> 챕터에 의거하여

1.좌우궁을 막론하고 두발을 팔자(八字)로 벌려딨되 ===> 八자 발모양으로 선다. '궁체의 종별'과 일치하지 않음.

  온깍지 궁사회의 현곡접장은 八字형 발디딤을 신사의 특별훈련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설득력이 큼.

2.관혁좌우의 아래 끝을 정면으로 향하여 딨고 얼굴과 이마를 또한 관혁과 정면으로 대하여 서고===>정면으로 선다.

 

 

그림4의 발모양은 기존이론보다 앞의 발이 줌뒤쪽으로(우궁일 경우 반시계 방향으로) 조금 더 돌아가있는 것이 특징이며 

'궁체의 종별'의 내용에 하나도 빠짐없이 부합합니다. 신사의 차례에 나오는 八字형과는 맞아 떨어지지 않으나 그것은 조선의

궁술안에서도 서로 어긋나므로 궁체의 종별에 나오는 발자세가 기준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신사의 배우는 차례'의 발자세는 다른 한편으로 매우, 아주,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확실히 정면으로 서라는 얘기인데 이는 우리 활쏘기가 관혁과 마주보는 것이 기본이라는 것을 말해주며 또한 우리 활쏘기는

말위에서 쏘는 활이 바탕이라는 것을 시사합니다.  정면으로 돌진하는 말을 타고 정면으로 쏠 수 있는 활이라는 것이지요.

 

위 내용은 그림4의 줌뒤쪽으로 돌아가 있는 앞발에 더욱 신빙성을 줍니다.

 

4번이라고요. 4번요.(ㅠ.ㅠ)

 

'조선의 궁술'이 틀렸다고 말하지 마세요. 고전이라고는 '조선의 궁술'과 '사법비전공하'밖에 없는데  뭐 다른 참고 거리가

있어야지요.  (마당쇠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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