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쏘기

화살의 회전

은오 2023. 2. 22. 15:01

 

1. 스트레이트 방식 (Straight Fletching)

가장 보편적으로 알려진 방법입니다. 화살 샤프트와 나란하게 붙이기 때문에 화살 비행을 빠르게 안정시켜 줄 수 있습니다. 특별히 장점이나 단점이 크게 존재하지 않습니다. 스트레이트는 화살 회전에 아무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세팅이나 튜닝이 잘 된 안정된 활에 많이 사용합니다. 화살 비행 방향에 따라 깃이 붙어있어서 공기저항을 가장 적게 받습니다. 하지만 회전하는 화살에 붙은 플라스틱 깃이라면 공기 저항을 줄이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최근 이루어진 연구 결과에 따르면, 화살 회전에 아무 영향을 주지 않는 것이 오히려 화살 비행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결론입니다. 스트레이트 방식이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되었던 것을 생각하면 다소 놀라운 결과입니다. 이 방식은 화살을 회전시키지 않는 활에서 널리 사용되었지만, 현재에는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바람같은 외부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고, 빠르게 화살 비행을 안정시킬 필요가 있는 실내대회(18미터)나 단거리(사냥)에서는 아직도 많이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2. 옵셋 방식 (Offset Fletching)

옵셋은 화살을 회전 시킬 목적으로 붙이는 방법입니다. 예를들어 깃의 앞쪽 끝부분이 오른쪽으로 비뚤어지게 붙이는 라이트 옵셋은 화살을 오른쪽으로 회전시킵니다. 반대로 레프트 옵셋은 화살을 왼쪽으로 회전시킵니다. 만일 오른쪽으로 회전하는 화살에 라이트 옵셋으로 깃을 붙이면 화살 회전을 추가로 주게 됩니다. 왼쪽도 마찬가지입니다. 국궁에서 일반적으로 꿩깃을 붙이는 방법으로 우궁사는 오른쪽 옵셋을 주고, 좌궁사는 왼쪽 옵셋을 줍니다. 이렇게 옵셋을 주어 화살 회전을 추가하는 목적은 최초 활에서 화살이 나갈 때 화살 회전을 빠르게 적용하고 회전 력을 높여 화살의 안정성과 스피드를 높여주기 위함입니다.  

 

2-1 옵셋의 방향

화살 깃을 샤프트 직선에서 오른쪽으로 비뚤게 붙이는 것은 깃을 이용해서 화살을 오른쪽으로 회전시켜주기 위함입니다. 반대로 라이트 옵셋은 화살을 왼쪽으로 회전시켜 줍니다. 일반적으로 우궁을 쏘는 궁사가 가장 많이 선택하는 플래칭 방법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좌궁을 쏘는 궁사가 선택할 수 없는 방법은 아닙니다. 좌궁을 쏘는 궁사도 오른쪽으로 기울어진 옵셋을 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우궁사도 좌측 방향으로 옵셋을 줄 수 있습니다. 옵셋의 방향 선택은 두 가지 요인으로 결정합니다.

 

첫 번째는 화살의 회전과 스피드입니다. 예를들어 우궁사가 오른쪽 옵셋을 주면 화살 회전은 늘어나고 화살 스피드도 늘어납니다. 회전하는 화살은 주변 환경 변화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두 번째는 더 안정된 자세입니다. 우회전 하는 우궁사가 화살을 왼쪽으로 회전시키는 레프트 옵셋을 적용하면 어떻게 될까요? 최초 발사 때 화살은 우 회전을 하려는 성질이 있지만 좌측으로 기울어진 옵셋의 영향으로 화살은 초기 비행 시 회전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이유는 화살이 우회전하려는 성질을 옵셋이 방해하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일정 거리가 지나면 화살은 옵셋 방향인 왼쪽으로 회전합니다. 즉 오른쪽으로 회전해야 하는 화살을 플레칭을 통해서 왼쪽으로 회전시키는 것이죠. 이 방법은 화살 스피드는 다소 줄어들 수 있지만, 화살은 오른쪽 옵셋을 주거나 스트레이트로 붙인 깃보다 훨씬 안정적인 비행을 보여줍니다. 관용도가 높아지는 것이죠. 화살 깃이 발생시키는 공기 저항은 화살의 패러독스를 빠르게 잡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깃을 최초 회전의 반대 방향으로 붙여 화살을 안정화시키는데 중점을 둘 수도 있습니다.

 

화살 깃을 스트레이트로 붙일 것인가? 아니면 옵셋으로 붙일 것인가?는 궁수의 선호도에 달려있습니다. 빠른 스피드와 직진도를 원한다면 우측 옵셋을, 관용도를 높여 비행 안정성을 확보하고 싶으면 좌측 옵셋이 유리합니다. 물론 그냥 스트레이트로 붙이는 방법도 있습니다. 플레칭 방법에 따른 결과에 대해서 외국의 연구에 더해서 국내에서도 연구진이 프로 선수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가 논문으로 나온 사례가 두 차례 있습니다. 

위에 나타난 연구 결과를 보면 <R>로 표기된 오른쪽 옵셋 방식이 가장 좋은 결과를 만들었으며, 다음으로 <L>로 표기된 라이트 옵셋이 좋은 결과를 만들었으며, <S>로 표기된 스트레이트 방식은 모든 항목에서 가장 나쁜 결과를 만들었습니다.

 

3. 국궁 죽시의 옵셋

옵셋 방식으로 깃을 붙이는 것은 죽시에도 있습니다. 죽시는 꿩 날개 깃을 화살의 깃으로 사용하는데 대체로 우궁 궁사에게는 왼쪽 깃을 붙이고 좌궁사의 화살은 오른쪽 깃을 붙입니다. 깃의 형태를 잘 살펴보면 아래 꿩의 오른쪽 날개깃 사진과 같이 깃이 직선 모양이 아니라 한쪽 방향으로 약간 휘어진 모양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깃을 휘어진 모양 그대로 붙이면, 자연 스럽게 옵셋 형태의 플레칭 결과가 나타납니다.

 

위 사진은 죽시의 깃을 비교한 사진입니다. 위쪽 우궁사용 죽시는 꿩의 왼쪽 깃을 붙인 것으로써 오른쪽 옵셋으로 깃이 붙어있습니다. 아래 사진은 좌궁사용 죽시로 꿩의 왼쪽 깃을 붙인 것으로 왼쪽 옵셋으로 깃이 붙어있습니다. 죽시의 깃이 위 형태와 같이 붙어있다면 우궁사용 깃은 옵셋의 영향으로 오른쪽으로 회전을 하고 좌궁사용 깃은 왼쪽으로 회전하게 되어있습니다. 

 

여기서 만일 깃을 바꿔 붙인다면 어떤 현상이 발생할까요? 우선 천연깃은 새의 왼쪽 날개와 오른쪽 날개의 모양이 다르지만 화살 깃으로 사용할 때는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 일반적 이론입니다. 어느 쪽 깃을 붙여서 사용하던 화살의 회전이나 직진도 등에는 유의미한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다만, 화살의 회전 방향과 반대되는 형태의 옵셋이 적용될 경우에는 위에 언급한 것 같이 화살 회전에 따른 영향을 받습니다.

 

지난 9월 17일. 유튜브에 재미있는 영상 하나가 올라왔습니다. 세계 최대의 활 유통 전문회사인 미국 랭카스트아처리(Lancaster Archery)에서 제작한 영상으로, 옵셋에 따른 화살 변화를 보여주는 영상입니다.

 

위 영상에서 보듯이 왼쪽 옵셋을 준 화살은 왼쪽으로 회전하며 날아가고, 오른쪽 옵셋을 준 화살은 오른쪽으로 회전하며 날아갑니다. 마치 당연한 영상처럼 보이지만, 특이한 부분은 왼쪽 옵셋을 준 화살(위 영상)은 화살이 시위에서 벗어나자마자 회전을 시작하는데, 아래 영상은 화살이 시위에서 벗어난 뒤에는 회전을 하지 않다가 활을 벗어나는 시점인 일정 거리가 지난 후에 오른쪽으로 회전을 합니다. 옵셋의 형태에 따라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할까요?

 

이것은 최초 화살의 회전과 관련이있습니다. 위에 사용된 활은 깃을 붙이지 않는 베어 샤프트 상태에서 화살을 발사했을 때 화살은 왼쪽으로 회전하는 방식의 활입니다. 화살의 회전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다음에 설명드리겠습니다. 즉. 깃을 붙이지 않는 맨 화살이 왼쪽으로 회전하는 화살에 오른쪽 옵셋의 깃을 붙이면 최초 발사 시 회전 저항으로 인해 일정 거리 동안은 화살이 회전을 하지 않은 상태로 날아가다가 옵셋의 영향이 강하게 적용되는 시점부터는 최초 화살의 회전과 관계없이 화살은 옵셋을 적용한 방향으로 회전하면서 날아갑니다.

 

위 실험 결과를 알 수 있는 것은 베어 샤프트 화살 회전 방향에 더해서 깃의 옵셋을 통한 회전을 추가할 것인가? 아니면 화살 회전과 반대되는 옵셋으로 저항을 높여 화살을 빠르게 안정시킬 것인가를 선택하는 방법입니다. 화살 회전과 반대되는 옵셋을 적용하면, 화살이 회전 저항으로 인한 손실과 반대로 패러독스 현상에서 화살이 빠르게 안정화가 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화살 옵셋은 궁수의 선호도에 따라 달라집니다. 어떤 접장님은 죽시를 주문할 때 <왼쪽 깃을 붙여 주세요> 혹은 <오른쪽 깃을 붙여 주세요>라고 주문을 합니다. 우궁과 좌궁에 관계없이 화살 회전에 따른 선호도를 선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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