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를 위로 하는 날
글 / 이해인
나를
위로 하는 날
가끔은 아주 가끔은
내가 나를 위로할 필요가 있네
큰일
아닌 데도 세상이 끝난 것 같은 죽음을 맛볼 때
남에겐 채 드러나지 않은 나의 허물과
약점들이 나를 잠 못 들게
하고 누구에게도
얼굴을
보이고 싶지 않은
부끄러움에 문 닫고 숨고 싶을 때
괜찮아 괜찮아,
힘을 내라구 이제부터 잘 하면 되잖아
조금은 계면쩍지만 내가 나를 위로하며 조용히 거울
앞에 설 때가 있네
내가
나에게 조금 더 따뜻하고 너그러워지는
동그란 마음, 활짝 웃어주는 마음
남에게 주기 전에 내가 나에게
먼저 주는 위로의 선물이라네
-이해인의
〈외딴 마음의 빈 집이 되고 싶다〉중에서
흐르는 음악 : 봄처녀 제 오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