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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신소녀경] 불타오르는 정욕(情慾)의 화신/ 제 22회

은오 2008. 5. 29. 16:46
 

[소설 신소녀경] 불타오르는 정욕(情慾)의 화신/ 제 22회


글 · 그림 정한기


본성(本性)을 드러낸 야수 같은 여자


“발생한 당시부터 나는 알고 있었소. 이 땅 위에서 추악한 살상과 능욕, 그리고 약탈을 일삼는 인류가 쓸모없는 미치광이 광대라는 것을......”

 

만족 출신의 박수무당 유천광이 내뱉듯 말하는 입 언저리에는 씁쓸한 미소가 감돌고 있었다.

 

우보궐 악설령과 그의 심복 환관 달구지, 그리고 행동대장 격인 고역사는 유천광은 독기 서린 푸념에 완전히 주눅 들어 금붕어처럼 입만 뻐끔거릴 뿐이었다.

“유천광! 네놈이 싸재낀 오줌이 고드름이라 하였더냐?”

 

“그렇소이다. 죽음의 사자 밤까마귀가 비위에 거슬리기에 내 오줌, 즉 고드름을 던져 심장을 멈추게 했소이다. 이해하시구려.”

 

“그...... 그렇다면 유천광 네놈이 그 얼음, 아니 그 고드름으로 수비부(守備府) 친위대장 주철도를 살해하였더냐?”

 

“그렇소이다.”

“하면 만족 출신의 미녀...... 아니 폐하의 총애를 받던 연화(蓮花) 어녀(御女), 그리고 강녀(降女), 채녀들도 그렇게 죽였더란 말이냐?”

 

“어김없소이다. 대항하는 사나이들은 예리한 고드름으로 숨을 멈추게 하고, 여인들은 보시다시피 환상적인 황홀경...... 즉 지상 최고의 쾌락사(快樂死)를 선사하였사옵니다.”

 

“네놈의 몸은 분명 따스한 피가 통하는 살아 있는 육체이거늘, 어찌하여 오줌이 고드름이 되어 배설된다는 말이냐?”

 

“그때 악설령 우보궐께서 지방순시 차 나오셨을 때 제 배가 가라앉아 바다를 헤매다 구사일생으로 구조되었잖습니까?”

 

“암, 그랬었지.”

“그때 여인들이 알몸으로 제 몸을 덥혀 동사(凍死)는 면했었습니다만 남근(男根)만은 미처 여인들이 피부로 덥히지 않아 그냥 얼어 있었던 것이지요.”

유천광의 남근이 얼어붙은 채 이날까지 그대로일 리는 없겠고, 설사 남근이 얼어 있다 하더라도 그곳에서 분출되는 오줌이 고드름이라니?

 

이런 상식 밖의 의문으로 정신적인 여유를 잃은 악설령 우보궐은 마치 열병이라도 앓는 듯한 음성으로 엉뚱한 소리를 신음처럼 속삭였다.

 

“유...... 유...... 천...... 광...... 나와 마지막 거래를 하자.”


터질 것처럼 무르익은 젖무덤에 얼굴을 파묻은 황제(皇帝)는 미칠 듯이 젖가슴을 애무하며 견딜 수 없이 사랑스럽다는 듯이 혀와 이로 마구 핥고 깨물고 어루만졌다.

 

채홍사(彩虹使)들이 천신만고 끝에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 실크로드를 오가는 대상(隊商)으로부터 사들인 이 호빌이라는 여인은 그야말로 지상 최대의 걸작품이었다. 균형 잡힌 육체가 그러했고, 그 부분의 감촉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좋은 사상 최고의 명기(名器)였다.

 

 황제는 아래쪽의 검은 숲을 헤치며 떨리는 손길로 호빌의 그곳을 더듬어보았다. 그리고 살며시 갈라본 정욕(情慾)의 용광로는 정신이 번쩍 들 정도로 선명한 진분홍색으로 꿈틀거리고 있었다.

 

너무나 아름다운 색깔이기에 황제는 이성을 잃고 그 진분홍색의 비경(悲境)을 입에 품었다. 황제는 혀에 감치는 맛깔스러운 감촉에 황홀경에 빠져들었다.

 

호빌의 온갖 신경이 한곳으로 모아졌고, 강한 전류(電流)에 감전이라도 된 듯이

“아...... 아...... 아...... 악......”

 

울음을 참듯 감창(甘唱)을 씹으며 온몸을 꼬아댔다. 백설 같은 피부가 바야흐로 연한 분홍색으로 물들었다. 쾌감(快感)의 감도는 걷잡을 수 없이 상승되어 호빌은 모든 체면과 이성 그리고 정숙함 따위의 허울을 단번에 벗어던지고 마치 야수처럼 울부짖으며 황제의 등에 날카로운 손톱을 세웠다.

 

황제의 집요하고도 진한 애무는 마침내 호밀을 미치게 했다. 색도(色道) 30년의 이력을 자랑하는 황제의 온갖 정성을 다한 애무의 소나기는 호빌을 치태(痴態)에 가까운 희열과 쾌감의 회오리 속으로 몰아넣었다.

 

“어...... 어...... 어...... 서...... 주...... 주시...... 옵...... 소...... 서.”

 

호빌의 달콤한 음성이 황제의 귀를 간지럽혔다.

 

“무엇을? 무엇을 달라는 것이냐?”



피리를 부는 정욕(情慾)의 여인


그것은 경악(驚愕)이었다. 피리의 명수인들 이처럼 교묘하게 피리를 다룰 수는 없을 것이었다. 호빌은 능수능란한 입놀림으로 피리와 퉁소를 불듯이 감미롭고도 정열적으로 황제를 작살냈다. 마침내 황제의 그 부위는 강철로 둔갑했다.

“으으으아아아아아악!”

 

 

황제는 자아를 잃고 소리높이 외쳤다. 이토록 황홀한 희열의 극치를 일찍이 맛보지 못했던 황제는 온몸이 녹아나는 듯해 정신이 가물가물할 지경이었다.

“호...... 호...... 빌...... 이...... 이리로......”

 

황제는 광기(狂氣)어린 손길로 호빌의 자세를 바로잡아 선녀(仙女) 소녀(素女)가 일전에 전수해준 사람의 구법(九法) 중 용번(龍?)의 체위(體位)로 몸을 섞었다.


“악설령 우보궐님 지금 거래라 하셨더이까?”

“그렇다. 거래지.”

 

갑자기 번뜩이는 직감(直感)은 악설령 우보궐로 하여금 그답지 않은 엉뚱한 생각을 하게 했다. 그것은 자신도 미처 몰랐던 새로운 계획이었다. 어쩌면 잠재의식 속 깊이 간직되어 있던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였는지도 모른다.

 

“유천광! 네놈은 어차피 살아서 고국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겠으나...... 내가...... 그래, 내가 너를 무사히 만족의 세계로 돌아가도록 해주마. 단, 한 가지 조건이 있다. 내 부탁을 들어준다면 말이다.”

 

악설령 우보궐의 말은 유천광에게 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자기자신을 설득하는 것처럼 들렸다.

 

“너는 만족의 족장 철룡(鐵龍)의 밀명에 의해 이곳으로 잠입하여 만족 출신의 미녀 세 명을 죽였다. 세 명 모드 최근 들어 황제의 총애를 받던 궁녀였었지....... 암...... 헌데 만족의 피를 더럽힌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네놈이 세 미녀 모두에게 황홀한 죽음을 선사했다.

 

 하지만 나는 그 심사를 헤아릴 수 있겠느니라. 그와 마찬가지로 나는 내 조국, 이나라를 위해 우리나라 여자를 죽이련다.”

 

“이나라의 여자란 대체 누구오이까?”

만족의 주술사(呪術師)이며 박수무당인 유천광의 얼굴에 야릇한 의문의 빛이 감돌았다.

 

“유천광!! 내가 죽이고자 하는 여자는 여(呂) 소의(昭儀)이니라.”

“여 소의라면 궁중에서도 가장 아름답고 황제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궁녀가 아니오이까?”

 

 

“그렇다.”

“헌데 왜?”

“장애물이기 때문이다.”

“장애물? 무슨 장애물이란 말입니까?”

 

 

“네놈은 그 깊은 속사정을 모를 것이다만 우리 세력의 막강한 지원자가 누구냐? 바로 진(陣) 귀비(貴妃)가 아니더냐? 진 귀비께서는 황후가 서거하신 이후 내궁의 수장 즉 황후를 능가하는 엄청난 세력을 지니게 되었느니라.

 

진 귀비는 내 손으로 찾아내서 폐하께 바친 여인이기도 하지. 그런 고로 기필코 폐하의 후계자는 진 귀비께서 낳으셔야만 하느니라. 세자 말이다.”

“그런데 여 소의는 왜 죽이려 하시오이까?”

 

“최근 폐하께서 여 소의의 침실에 부쩍 자주 드시고 보니 이거 잘못하다가는 여 소의가 먼저 세자를 잉태할까 싶어 밤에 잠이 안 올 지경이니라.”

“흐흠...... 치맛바람에 휩싸인 사나이의 비애...... 뭐 이런 것이 아니오이까?”


 

 


대지(大地)의 울부짖음


황제는 쇠고기는 약간 상했을 때가 가장 맛이 좋고, 여체는 순탄하게 무르익었을 때가 가장 환상적인 쾌감을 준다는 사실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전설상의 성수(聖獸)인 사신(四神) 중에서 청룡(靑龍)이 몸을 뒤척이며 하늘을 나는 모습과 흡사하다 하여 ‘용번(龍飜)’ 이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이 체위는 남자와 여자의 백병(百病)을 치유한다 하였다. 따라서 건강과 장수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황제는 호빌을 반드시 눕히고 두 허벅지 사이에 자신의 몸을 넣어 무릎은 땅에 대고 두 손은 호빌의 팔 양쪽에 놓고 몸의 중심을 잡으며 선녀 소녀가 일러준 방식대로 서서히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환상적인 정상을 향해 숨 가쁘게 몰아붙였다.


선녀 소녀는 봄기운이 무르익어 가자 정든 사슴 등에 올라 모처럼 봄나들이에 나섰다. 혼탁한 궁전을 빠져나와 산과 들, 그리고 강을 대하게 되면 자신도 모르게 머리가 맑아지며 심신이 상쾌해지는 것은 무슨 연유일까?

 

아마도 산과 나무, 그리고 강물이 뿜어내는 기(氣)가 온몸 구석구석의 묵은 때를 말끔히 씻어내 주며 호연지기를 불어넣어 주기 때문 아닐까?

선녀 소녀의 눈앞에는 눈부시게 빛나는 강이 한없이 펼쳐져 있었다.

 

‘강이 연주하는 이 장엄한 음악의 마지막 장 속에서 오직 나만을 지켜줄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이 아닐는지......’

 

이런 감개에 젖어보는 것은 실로 오랜만이었다. 선녀 소녀는 사슴 등에서 내려왔다. 저 멀리 대지(大地) 끝의 지평선이 아득히 보였다. 선녀 소녀는 어머니의 품 같은 대지를 향해 목청껏 어머니를 외치며 마음 깊이 뿌리박혀 있는 그리움에 흐느꼈다.

 

하염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이 우울하고 답답한 가슴을 속 시원히 씻어내렸다. 그것은 오히려 청량음료처럼 상쾌했다.

 

선녀 소녀에게 맡겨진 임무가 무엇인가? 아수라장 같은 세상 속에서 아옹다옹 살아가는 중생(衆生)들에게 건강과 장수를 가져다주는, 남자와 여자의 교접으로 이루어지는 방중술을 전파하라는 사명을 띠고 태어난 기구한 팔자가 아니었던가?

 

지금은 구중궁궐 깊숙한 곳에서 황제에게 방중술을 전수하며 ‘방중술 연구위원회’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는데, 서양 성의학의 태두 에드몬드 킨제이, 핑크 카사노바, 거양(巨陽)의 소유자 장강쇠, 세기적인 색골녀 칼멘, 게다가 조선 한의학계의 학구파 하준 의원이 위원회의 화려한 연구원들이 아니던가.

 

 

소녀의 마음은 조금씩 조급해지고 있었다.

‘어느 세월에 이 넓은 땅 위에 흩어져 사는 수많은 민초들에게 올바른 방중술을 전파할 수 있을 것인가?’

 

소녀의 궁극적인 소망은 좀더 많은 백성을 상대로 올바른 성생활과 올바른 성지식을 골고루 주입시키는 일이었다. 그러나 아직은 요원하기만 했기에 마음이 조급해지는 것이었다.

 

“하기야 내가 황제에게 전수하는 방중술은 확실하게 필기되고 있으니, 그 기록이 후세에 전해진다면 나의 방중술은 그 빛을 영원히 발하리라.”

작은 바람이긴 하지만 그것이 소녀를 지탱하는 유일한 위안이기도 했다.

소녀의 두 눈동자에는 노을빛이 스며들어오고 있었다.


 

 




황홀사(恍惚死)를 도모하는 암살자


불탄다! 불탄다! 여자의 온몸이 불탄다! 격렬하게......

아름답고 요염한 이국의 미희 호빌이 보이는 온갖 사랑의 작태는 황제를 더욱 흡족하게 만들었다. 호빌은 농염(濃艶)한 교접의 여음이 행여나 사라질세라 황제를 으스러지게 포옹하며 감미로운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황제는 이 놀랍도록 격렬한, 사랑의 행위를 위해서는 아낌없이 온몸을 불사르는 호빌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다.

 

‘암! 이것이야! 이것이야말로 인간의 적나라한 본능이 아니겠는가? 욕망의 진수를 모조리 빨아 당기는 화심(花心)! 놀랍도록 대담하고 거침없는 사랑의 작태야말로 내가 갈구하던 이상향(理想鄕) 속의 참 여인이 아니겠는가’

 

황제는 자신을 부등켜안고 놓지 않는, 살쾡이 같은 호빌의 목덜미에서부터 등줄기, 그리고 부드러운 능선을 그리는 엉덩이 부위까지 부드럽게 애무하며 오늘밤 대어(大魚)를 낚은 것에 쾌재를 불렀다.


“유천광 어떡하겠는가? 내 뜻에 동조하겠는가? 아니면 그 귀중하고도 질긴 목숨을 헛되이 버리겠는가? 대답은 미룰 수 없다. 지금 당장 이 자리에서 결정하고 답하라.”

 

“일이 성사되면 무사히 고국으로 돌려보내 주시겠다는 약조를 믿어도 되겠습니까?”

“물론이지! 일구이언하지 않겠다.”

 

“좋습니다. 이번에는 이나라 여인들 사냥에 나서보겟습니다.”

“여 소의 말고도 진 귀비에게 위협적인 궁녀가 두 사람 더 있느니라.”

“이름을 알려주십시오.”

 

“경화와 수양!”

“그 세 여인만 환희의 안락사(安樂死)를 시키면 내 임무는 끝나는 것이오이까?”

 

“그렇다! 셋이다! 세 궁녀를너의 재간으로 쾌락사(快樂死) 시키면 되는 것이다. 그 길만이 이나라, 이 국가의 초석을 다지는 지름길이니라!”

 

“초석을 다지든 망하든 그후의 일은 내겐 관심 밖이외다.”

“닷새 후에 실행하라! 경화, 수양, 여 소의 순으로 열흘 간격을 두고 차례차례 황홀한 결빙사(結氷死)를 선사하라!”

 

“에! 분부대로 거행하오리다!”


자문전(紫門殿)의 아침은 황금봉황의 울음소리로 시작됐다. 황제는 오늘 유난히 느긋하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어전강의를 위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