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구역

[소설 신소녀경] 현란한 정욕의 함정 / 제 29회

은오 2008. 5. 29. 16:38
 

[소설 신소녀경] 현란한 정욕의 함정 / 제 29회


글 · 그림 정한기


애정 없는 성생활이 질병을 부른다.


10월이 왔다. 번영의 황금물결이 개선하는 계절…. 무거운 속삭임에도 불구하고 소녀 선녀의 거대한 걸음걸이는 가을 들판으로 옮겨진다. 가을바람이 스치고 지나가는 수목 사이로 그 기나긴 순례자(巡禮者)와도 같은 걸음걸이는 이어진다. 소녀 선녀는 수목의 아름다우면서도 유구한 생활과 그녀 자신이 한데 흔연히 뒤섞여감을 느꼈다.

 

“나도 거대한 수목이 되고 싶어, 백년 아니 천년을 하루와 같이 온갖 풍설을 겪어내면서 유연히 이 대지 위에 우뚝 서서 흐르는 세월 속에 동화되고 싶다”

소녀 선녀는 천년의 갖은 상흔을 담은 거목을 부둥켜안았다.

 

“나는 하나의 가지가 되고 싶어.”

수목은 말없이 소녀 선녀를 자신의 일부분인양 찬란한 빗살 아래 그녀를 심었다. 소녀는 어설픈 덧니박이처럼 하나의 가지가 되었다.

 

“그래 나는 이 시각부터 이 대지와 나무숲과 물을 사랑하리라”

그리고 소녀 선녀의 근육과 온갖 신경은 그녀의 몸을 새털처럼 가볍게 했다. 소녀 선녀는 메아리 없는 대지로 향해 이렇게 외쳐댔다.

“힘은 신성하다! 사람이라면 그 무엇이든 대담한 계획으로 처절한 생(生)의 각인(刻印)을 이 대지 위에 확실하게 할 것이다!”


국화꽃 향기 그윽한 황제(黃帝)의 서재에서는 전날에 이어 소녀 선녀의 방중술 강의가 이어지고 있었다. “소녀 선녀 천단법(天丹法), 지단법(地丹法)의 마무리는 아직 되지 않은 듯하오. 오늘이야말로 삼단법(三丹法)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인단법의 정수(精髓)를 일러주기 바라오.”

 

“예, 요컨대 인단법은 앞서 말씀드린 성생활의 결점을 시정하는 방법을 논한 셈입니다. 이러한 생각을 궁극적으로 압축하온다면 남자와 여자가 합궁하여 함께 생활하게 될 경우 상대방을 처음부터 일생에 한번뿐인 반려라고 생각하는 것은 어리석은 생각이옵니다.”

 

“아, 아니…. 하면 남녀가 결혼하면 백년해로하라는 것은 말짱 헛말이 아니오?”

“폐하 백년해로를 강조하는 것은 윤리도덕에 어긋남을 삼가라는 뜻이옵고 실인 즉, 인간이란 상대방을 오인(誤認)할 경우가 허다하옵니다. 싫어진 다음에 혐오감을 느끼는 상대와 억지로 부부생활을 한다는 것은 모든 질병의 원인이 되옵니다.”

 

“하나, 자식은 부부간의 정의를 잇는 꺾쇠라 하지 않았소?”

“맞사옵니다. 어김없이 자식은 부부간의 꺾쇠 역할을 해줄 것이옵니다. 하지만 바꿔 생각한다면 이처럼 자식을 우롱하는 말도 없을 것이옵니다. 잠자리를 같이 하는 아내의 의무쯤으로 생각하옵고 애정에 의한 뒷받침도 없이 헛되이 음경(陰莖)을 삽입(揷入)한다 한들 아내의 몸이 촉촉이 젖을 리가 없사옵니다.

 

‘아내는 나의 소유물’ 쯤으로 간주하는 어리석은 사나이에게 애정이 솟아날 리가 있겠사옵니까.”

 

“허허허, 이거 민망하게 남성들을 싸잡아 신랄하게 질타하시는구려.”

“질타가 아니오라 남녀간의 순리와 도리를 논하는 것이옵니다. 이러한 잘못된 성생활을 계속하다보면 건강의 균형이 무너져 몸은 최악의 상태로 빠져들게 되옵니다(성 호르몬을 중심으로 한 대뇌계의 신경호르몬의 균형이 깨지기 때문).

 

그뿐 아니오라 정신적으로도 안정을 잃어 필연적으로 식생활도 문란해져 모든 성인병 발생의 원흉이 되옵니다.”

 

“애정 없는 성생활이 모든 질병을 부르게 된다? 납득이 갈만하오. 이 나이에 비로소 여성들의 원인 모르는 질병에 관한 근원을 깨우친 것 같소.”

 

“황공하옵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의 상태가 된다면 사나이는 일(구실만 그렇다)이나 도박이나 술 그리고 딴 여자를 보게 되어 그쪽에 빠져들게 되옵고 여자 쪽에서는 자식들에게 지나친 애정을 쏟아 과잉보호에 빠져들게 되옵니다.

 

이것이 여태까지의 유형이었습니다만, 최근에 와서는 극히 희소하기는 하옵니다만 일부 부유층 여성 중에는 남성에 가까운 유형을 따르고 있는 사례도 있사옵니다.”

 

“아니 그렇다면 내궁 쪽의 짐이 총애하는 궁녀와 빈들도 그런 유형을 따르고 있다는 뜻이오?”



질(膣) 속의 황금방울을 훔친 사나이


야수들이 숨어 모이는 숲속보다 더 매운 향기가 풍기는 가을이 내궁에도 어김없이 찾아들었다. 무르익은 가을이여! 산책의 가을이여! 갈색의 향기! 수지(樹脂)의 향기도 새롭게 여름을 떠나보내고 내궁 정원의 숲은 가을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어인 말씀이시옵니까? 진귀비(陣貴妃) 마마, 그것이 없어지셨다니 무엇 말씀이시옵니까?” 친정에서 대동한 유모와 시녀가 의아한 표정으로 넋을 잃고 침상에 앉은 진귀비에게 되물었다.

 

“이를 어쩌면 좋으냐? 방울, 금방울이 없어졌느니라”

“그, 그럴 리가 있사옵니까? 이부자리 속을 한번 찾아보심이….”

“그렇지가 않아. 아무 곳에나 함부로 굴러 떨어질 리가 없지 않으냐? 손가락을 깊숙이 넣지 않고서는 그 금방울을 끄집어낼 수가 없어.”

 

진귀비의 아무렇게나 내뱉은 그 말이 뜻하는 엄청나게 비속한 내용을 미처 의식하지 못한 진귀비의 유모 그리고 심복 시녀는 공포에 떨며 이렇게 말했다.

“진귀비 마마, 폐하께서는 열흘 후에 이곳에 납시게 되어있사옵니다.”

 

열흘 후에 황제가 이곳에 온다. 그때 금방울이 분실된 것을 알게 된다면? 아니지 눈치 채지 않을 리 없어. 황제는 바로 그 황금방울이 울리기만을 기대하며…. 또한 그 황홀한 음율을 즐기기 위해 이곳을 찾아올 것이 아니겠는가?

 

“황희열(黃喜悅)! 그, 그자가 나의 몸 속 깊숙한 곳에 숨겨둔 금방울을 훔쳐간 게 분명해!” 진귀비의 요사스럽고도 아름다운 두 눈이 허공을 응시하며 이를 바드득 갈고 신음하듯 말했다. 그 광대의 악사, 피리 부는 미남청년 황희열과 교접 중 최절정에 이르러 환희의 감창(甘唱)을 소리치며 허무하게도 의식을 잃은 자신의 몸엔 아직도 불쾌한 나른함이 남아 있었다.

 

“그, 그자가 광대 악사 황희열이 분명 내게 요상한 극약 향기를 맡게 한 것이 분명해! 그 그래서 나는 정신을 잃었던 거야.”

“하오면 마마께서 정신을 잃으신 사이에?”

 

“맞았어. 그 짧은 사이에 내 질 속을 뒤져 황금방울을 훔쳐간 것이야.”

“하오나, 그 황금방울은 마마께서 쾌감의 절정에 이르시지 않으시면 오묘한 음율을 울리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사옵니다만?”

 

“유모! 난 그 보잘것없는 광대 악사 황희열의 미모에 홀려 두 번째 교접을 갖다 그만…. 황홀하고도 격렬한 정점에 이르렀었느니라”

“하오면 그 황금방울이?”

 

“암, 기막힌 가락을 울리는 소리를 들으며 나는 혼절했었느니라”

“제아무리 그처럼 신비로운 황금방울이라고는 하나 제깟 광대 따위가 감히 훔쳐내다니요?”

 

이때 진귀비가 미친 듯이 고함쳤다. “베어라! 황희열이라는 광대 녀석을 베어치워라! 아니 그 자를 사로잡아라! 황금방울을 되찾지 못한다면 나뿐만이 아니라 그대들도 목이 달아날 것이야!”

 

“아니, 어쩌다 이처럼 어처구니없는 불상사가?”

유모와 심복 시녀는 어안이 벙벙해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광대와의 정사를 마련한 유모와 시녀는 그 책임이 막중함을 인식하자 등골이 오싹했다.

 

바로 그 금방울이 없어졌다는 것은 진귀비의 밀통(密通) 사실을 노출시키는 일이며 동시에 이 정조관념이 희박한 여주인의 부정(不貞)을, 설사 마음 내키지 않았다고는 하나 어쨌든 자신들의 손으로 정사를 주선한 이상 자신들에게 내려질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는 묻지 않아도 자명했다. 가혹한 죽음일 게다, 참혹한 죽음.


 


처참한 치정(癡情)의 대가


유모는 사태의 추이를 면밀히 검토해 보았다. 평소에 몇 차례 초빙하여 광대들의 공연을 즐기긴 하였으나 돌이켜 생각해 보니 그자들의 출신성분을 자세히 살펴보지 못했던 어리석음에 회한(悔恨)의 입술을 지그시 씹었다.

 

‘하면 그 젊은 미남청년 황희열 독단의 범죄일까? 아니면 그 광대의 무리들은 전혀 모르는 일이었을까? 한데 가장 염려스러운 것은 또 다른 폐하의 총애를 받는 궁녀나 비가 획책한 음모라면 문제는 걷잡을 수 없는 회오리를 일으킬 것이고 물론 나와 시녀는 극형을 면치 못 할 것이야.’

 

유모의 등골엔 전율이 번개처럼 흘렀다. 유모는 당황하여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이 여주인의 대죄를 다룬 자가 눈치 채선 안 된다는 다급함에서였다. 게다가 한시도 지체할 수 없는 심각한 사태가 아니겠는가? ‘그래, 쑥스럽긴 하지만 우보궐(右補闕) 악설령님께 힘을 빌리는 수밖에….’


시 후 우보궐 악설령의 집무실에는 다섯 명의 자객들이 은밀히 집결했다.

“고역사(高力士) 이자들의 무술 솜씨를 믿어도 되겠느냐?”

우보궐 악설령의 둘도 없는 심복 고역사가 입 언저리에 미소를 머금으며 자신 있게 대답했다.

 

 

“창술, 검술, 봉술, 철퇴, 궁술의 일인자 중의 일인자들이옵니다. 염려 놓으옵소서”

 

“그래, 하면 즉각 말을 몰아 그 수상한 광대들 뒤를 쫓아 악사 황희열을 필두로 모조리 참살하라. 그리고 황희열과 광대들의 소지품을 모조리 뒤져 황금방울을 찾아내어 즉각 돌아오도록 하라.”

 

“예, 즉시 거행하오리다! 얘들아 즉각 출발하라!”

“예으입-!”

 

다섯 명의 음산하고도 험상궂은 자객단이 말을 몰아 질풍을 일으키며 성문을 빠져나갔다.

 

“고역사!”

“예! 말씀 하시옵소서”

“만약 무사히 황금방울을 찾아오는 날엔….”

“푸짐한 상금을….”

“아니지 술 한 잔씩을 대접하라”

 

“술이라 하셨사옵니까?”

“그렇다. 그 술엔 영원히 깨어날 수 없는 비상이 들어가 있을 것이니라.”

“하오면? 독살하라는 말씀이시옵니까?”

 

“불민하긴 하나…, 그 수밖에 없으이…. 극비사항이 새어나가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아까운 저 다섯 명의 자객들을 죽인다함은 너무하신 가혹한 처사가 아니시옵니까?”

 

“때로는 냉정할 필요가 있어, 어차피 그림자와 같은 저 자객들은 소모품이 아니더냐?”

 

“소… 소모품이라 말씀하셨습니까?”

“그 말이 마음에 들지 않느냐? 염려 말아라! 너만은 영원한 나의 수족일 것이다.”

 

“예…, 하온데 그까짓 황금방울 하나가?”

“그 내용은 묻지 말라! 죽기 싫거든”

“아, 예… 예… 알려하지 않을 것이옵니다.”

“그래 난 잠시 내궁의 진귀비 마마를 찾아뵙고 오겠다.”




 


 



관능에 도취한 두 남녀


우보궐 악설령의 손은 진귀비의 치마를 갈라 그녀의 매끄럽고 따스한 허벅지 윗부분을 더듬었다. 그리고 그 손은 곧 허벅지 뿌리 쪽의 짙은 숲의 감촉을 포착했다. 진귀비는 치마 속에 아무 것도 입지 않은 알몸이었다. 악설령은 또 한쪽 손으로 진귀비의 손을 잡아 자신의 그곳으로 안내했다.

 

또 하나의 그의 손은 진귀비의 가장 민감한 돌기(突起)를 사로잡고 있었다. 진귀비는 얼굴을 돌려 턱을 자신의 어깨에 파묻으며 그 무엇인가에 대해 억지로 억제하는 표정을 지었다.

 

 입술을 지그시 깨물고 미간에는 가는 세로 주름이 새겨졌다. 눈망울, 입가, 코, 아랫입술 그러한 화사하고도 섬세한 부분이 경련을 일으킨 듯 잘게 떨고 있는 것을 악설령은 자신의 눈으로 확인했다.

 

 

악설령의 손가락은 부드러운 숲 속의 감촉을 음미하며 돌기에서 부드러운 계곡의 부분으로 내려갔다. 진귀비의 몸이 덜컥 흔들렸다. 그리고 진귀비의 손이 고양될 대로 된 악설령의 그 부분을 강하게 조여왔다. 악설령의 손가락은 여유 있게 계곡의 촉촉한 감촉을 즐기고 있었다.

 

 

다음 순간 두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 듯이 동시에 손을 놓고 격렬한 포옹을 하며 입술을 겹쳤다. 악설령은 날렵한 동작으로 진귀비의 옷을 벗겼다. 그리고 그 자신도 벌거숭이가 되었다. 진귀비는 마치 술에 취한 듯이 흐려진 눈으로 입을 벌린 채 악설령의 고양된 그 부분에 눈을 돌렸다. 진귀비의 손이 살며시 뻗어 그 부분을 잡으며 입술을 가까이 육박해왔다.

 

 

혀를 구사했다. 조금도 흐트러짐 없이 유연하고도 자연스럽게 악설령을 농락했다. 상기된 진귀비의 얼굴은 분명 술기운이 아니라 관능의 자극에 의한 것이었다.

 

악설령은 진귀비의 가늘고 부드러우며 풍부한 머리를 한 손으로 쓰다듬고 있었다. 비단조개와 같이 섬세하고 앳된 귀, 목덜미 그리고 묵직한 중량감을 담은 진귀비의 유방은 약간 딱딱하면서도 맥박 치는 정열이 손바닥에 전해져 왔다.

“마마 침상에서 넉넉한 시간을 두고 서로 교환합시다.”

 

 

황홀감에 도취해 서 있던 악설령이 진귀비를 살며시 안아 침상 위에 눕혔다. 진귀비는 촛대의 촛불을 끌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마도 그녀는 자신의 육체와 얼굴에 자신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은밀히 숨길 필요를 느끼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악설령 역시 처음으로 밝은 불빛 아래 진귀비의 너무나 아름답고 싱그러운 그 육체를 감상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널찍한 침상 위에서 맹수들의 격렬한 유희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긴 입맞춤에 이어 악설령은 유방을 살며시 어루만진 다음 입 속에 품었다.


황금의 거품, 윤택한 융단, 기수와 준마는 무거운 말굽 소리를 울리며 밭과 밀림을 두드린다. 자객들의 무리는 마치 섬광처럼 달려 기수의 폭풍우 같은 채찍질에 잘려나간 나뭇잎들이 오리털처럼 회오리치며 하늘을 뒤덮는다.

 

멀지 않아 이 연못가를 선혈로 물들일 자객들의 칼바람이 창백한 십삼야 밝은 달을 움츠리게 한다.

“여봐라, 걸음을 멈춰라!”

 

바람 따라 들려오는 다급한 고함소리에 50여명이나 되는 광대들의 무리가 걸음을 멈췄다. “아뿔싸! 진귀비가 보낸 자객이다!”

광대의 악사 황희열이 당황하며 혀를 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