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의 종소리
치악산은 원주의 진산이다. 산의 규모에 비해 지형이 험하고 골짜기가 많은 것이 특색이다. 1973년 강원도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가 1984년 국립공원으로 승격되었다. 치악산은 주봉인 해발 1,288m의
비로봉을 중심으로 동쪽은 횡성군, 서쪽은 원주시와 접하고 있다.
남북으로 뻗어내린 치악산은 비로봉을 중심으로 남대봉(1,181m)과 북쪽의 매화산(1,085m)등 1천여 m의 고봉들이 연이어 솟구쳐 있으며 사이사이로 가파른 계곡들이 자리잡고 있다. 산세의 품이 크고 넉넉해 큰골· 영원골· 입석골·등 크고 작은 계곡들과 구룡폭포, 세렴폭포, 영원폭포, 그리고 입석대, 신선대,
세존대 등을 품고 있다
.
치악산 자락에는 구룡사 ∙ 상원사· 석경사· 국향사 · 보문사· 입석사 등등의 유서깊은 사찰들이 가람을 배치하고 있다. 그리고 그 사찰들에는 여러 전설이 내려오고 있는데, 그 중에서 치악(雉樂)이란 이름에 얽힌 다음과 같은 전설을 소개한다.
치악산에 한 사찰에서 하루는 스님이 포행을 하다가 절 근처에서 커다란 구렁이와 꿩 한마리가 뒤엉켜 싸우고 있는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다. 안간힘을 다해 구렁이에 대항하던 꿩은 서서히 힘이 빠지는 듯 했다. 구렁이는 그런 꿩을 금방이라도 삼킬 듯 했다. 이 순간 스님은 지팡이로 구렁이를 쳤다. 구렁이가 움찔하고 놀란 사이 꿩은 목숨을 구해 달아났다.
그날 밤 열시경이 되어 사위가 고요해졌을 때였다. 하얀 옷을 입은 노인 한사람이 스르르 스님 앞에 나타났다. 노인은 스님을 노려보더니 쇠붙이가 부딪치는 듯한 소리를 내며 말했다.
“나는 예전에 이 절의 종을 주조한 하주승(化主僧)이다. 시주를 모아 큰 종을 주조하였는데, 종이 울리지 않아 도리어 응보를 받아 구렁이가 되었다. 오늘 꿩 한 마리를 먹어 주린 배를 채우려했었는데, 네가 방해를 하여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대의 자비 때문에 내가 굶주렸으니 그대를 먹는 것으로 대신해야겠다.”
스님은 놀라 항변했다.
“난 죄 없이 죽어가는 꿩을 구했을 뿐이오.”
“그럼, 나를 위해 종을 울리게 하라. 종이 소리를 내면 나도 자비심을 내어 널 살려 주겠다.”
노인은 말을 마치고 사라졌다. 그 직후 지금까지 울리지 않았던 사찰의 종이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스님은 누가 종을 쳤는지 알아보기 위해 종루를 살피다가 꿩이 종을 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둠 속에서 한 쌍의 꿩이 부리를 이용해 종을 울리고 있었다. 암컷과 수컷이 번갈아가며 종을 치자 종소리가 한번은 크고 한번은 작게 퍼저 나갔다. 스님은 그 꿩이 낮에 자신이 구해 준 꿩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꿩의 보은으로 스님은 목숨을 구하게 된 것이었다.
동이 틀 무렵 노인이 다시 나타났다.
“나는 종소리가 울려 과보를 벗고 해탈하여 승천을 하게 되었소. 억겁의 고통을 벗게 해 준 그대에게 감사드리며, 원컨데 내 육신을 태워 주기 바라오.”
노인은 인사를 마치고 사라졌다.
해가 떠오른 후 밖으로 나왔던 스님은 남쪽 처마 밑에 구렁이 한 마리가 죽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스님은 노인의 말을 떠올리며 예를 갖춰 구렁이를 화장 해 주었다. 그 후부터 이 산을 꿩치 자를 써서 치악(雉樂)으로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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