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쏘기

죽 검은 죽 붕어죽

은오 2017. 11. 22. 12:52

언어 속에 깃들어 있는 우리의 산 역사를 생각해 본 일이 있으십니까?
검은 죽, 붕어 죽이란 말을 혹시 들어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오늘 말하려 하는 검은 죽, 붕어죽이란 말은 우리 말 사전에도 없는 것이기에
아마도 처음 들어보는 분들이 많을 줄 압니다.
혹 어떤 분은 붕어 죽이란 말을 보고 물고기와 함께 끓인 어탕을 말하는가 라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닙니다.
우리 인체의 부분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이 말은 우리의 전통 활과 관련된 전문용어입니다.
팔의 특정부분을 지칭하는 말이기에 활을 쏘시는 분들은 다 아시는 이야기입니다.

보통 우리들은 어깨 죽지란 말은 알고 있습니다.
새들에게는 날개 죽지가 있지요?
우리 선조 분들께서는 자연의 모습에서 우리 인간이 살아가야 할 지혜를 터득해 온 것 같습니다.
새의 날개 짓에서 우리 인간이 힘쓰는 법을 연구했던 선조 들의 지혜 앞에
머리가 절로 숙여짐을 느낍니다.
흔히 우리는 힘깨나 쓰게 생긴 사람을 일러 기골이 장대하다고들 합니다.
뼈가 힘을 받쳐주기는 하지만 뼈가 기운을 대변하지 않기 때문에
기골이라 하여 "기"라는 말을 써 왔습니다.
기의 통로가 바로 힘을 쓰는 통로이기에 뼈는 보조적 의미는 있어도 힘을 바로 대변하지는 않는 것입니다.
새들이 철 따라 수 만리 창공을 날며 이동하는 것을 보고
선조 들께서는 과연 저 새들이 저토록 오래 그리고 멀리 날 수 있는 것은
어디의 힘에서 비롯된 것일까 라고 깊이 연구하여 온 듯 싶습니다.
그 결과로 우리 선조 들께서는 고대사회의 전쟁무기로서 가장 발달된 형태의 활을 만들어내고,
동아시아 전체를 지배하게 되는 웅혼을 길러 왔던 것입니다.
정적인 상태에서 동적인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순간동작에 대한 활쏘기 동작을 잘 들여다보면
우리 선조 들이 새들의 날개구조와 인체의 상체구조의 연구를 통하여
세계 어느 누구도 흉내내기 어려운 매우 과학적 전쟁무기체계를 발전시켜 왔다는
사실에 대해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무슨 이야기를 하느냐고요?
새가 날 개 짓을 하는 것을 자세히 살펴보면,
우리가 팔을 안으로 엎어서 아래위로 흔드는 것과 같은 모양입니다.
즉 어깨와 팔굽의 안쪽 근육이 아니라
바깥을 흐르는 근육을 사용하여 날개 짓을 하는 모양임을 알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활을 쏘는 동작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정지된 상태의 에너지를 순간적으로 매우 빠른 속도의 동적인 에너지로
전환하는 행위로 정의 할 수 있습니다.

정중동의 대표적 행위이지요.
그런데 사람이 정지된 상태에서 순간적으로 강력한 속도에너지를 분출해 내기 위해서는
단순한 근력만으로는 불가능한 것입니다.
단전에 쌓인 지기와 천기를 에너지의 근원 점으로 하여
그 에너지를 등 힘을 통해 어깨로 밀어 올리고
또 그 힘을 팔의 바깥부분으로 연결되어 있는 힘의 통로를 따라 손목으로,
또 그것을 손의 안쪽에 있는 반 바닥과 가운데 손가락, 약지, 새끼손가락의 힘을 합쳐
분출해 내는 통로를 이용하여 순간적인 속도 에너지를 창출해 내는 것입니다.
이 과정 중에 쓰여지는 모든 힘을 궁력이라 하기도 합니다.

그러면 여기에서
검은 죽과 붕어 죽의 의미가 해설되어야 하겠지요?
활을 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한 손은 활의 몸통에 붙어있는 줌통을 잡고 앞으로 미는 동작과
다른 한 손으로는 깍지를 잡고 화살과 함께 활의 시위를 뒤로 끌어당기는 동작이 정교하게 이루어 질 때
올 바른 쏘기가 이루어집니다.
미는 동작과 당기는 동작이 힘의 균형을 이룰 때 그것을 쌍분이라고 하며
그 순간 내재되어 응축된 에너지는 외부로 표출되면서 강력한 속도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밀고 당기는 동작에서 우리는 에너지를 표출할 수 있는 기본 바탕을 만드는 것이지요.

밀 때에 나타나는 동작에서 우리는
검은 죽과 붕어 죽을 만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선조들 께서는 어깨를 죽 머리라 하고 팔꿈치를 중구미라고 했습니다.
여기에서
중구미는 죽이 굽어지는 곳 즉 "죽굽이"가 세월 따라 흐르면서 "중구미"로 변형 된 것입니다.
그리고
어깨의 밑뿌리가 되는 견갑골 주변을 우리는 어깨 죽지라고 합니다.

따라서
우리의 선조 들께서는 팔 전체를 "죽"이라고 불렀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활을 쏘기 위해 줌통을 미는 동작에서,
팔의 안쪽이 위로 올라오는 모습을 붕어죽이라고 하고
팔 등 쪽이 위로 올라오는 모습을 두고 검은 죽이라고 합니다.
팔 오금이 하늘로 보고서는 것이 아니라 오금 약간 아래 바깥쪽의 튀어나온 근육 군들이
바로 세워지면서
오금이 몸 쪽 안으로 숨는 모습을 말합니다.
먼저 설명에서
단전에서 올라 온 기운은 팔의 뒤쪽을 타고 흐른다고 설명 드렸습니다.
만약 팔의 안쪽이 위로 올라오도록 자세를 잡고 민다면
사람은 단전의 힘을 제대로 미는 힘으로 연결시킬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로 본다면 "활은 기로써 쏜다"고 한 말의 뜻을 알 것 같아집니다.

그래서 우리 선조 들은 이를 경계하기 위해서 팔의 안쪽은 늘 그늘지므로 색깔이 희고
팔의 바깥 부분은 햇볕에 그을려 검기 때문에 검은 쪽이 위로 올라오도록 팔을 세워 활을 쏘라는 의미로
검은 죽을 강조하여 말씀하신 것입니다.
그리고
붕어 죽은 붕어의 배가 희기 때문에 이를 비유해 말씀하신 것입니다.
붕어는 흰 배를 하늘로 보이면 이미 그 생명이 끝이 났음을 의미합니다.

참고로 양궁에서는 붕어 죽이 되던 검은 죽이 되는지가 문제되지 않습니다.
사람의 정교한 힘인 기를 이용하기보다는 기계적인 힘에 의존하기 때문입니다.
국궁과 양궁, 어느 쪽이 한 수 더 위라고 느껴지십니까?

이렇듯 우리가 일상생활에서는 쓰고 있지 않지만,
특정 전문분야에서는 옛 조상들이 즐겨 쓰시던 언어들이 곳곳에 남아 있어서
그분들의 슬기와 만날 수 있는 것이고 이것이 바로 살아 있는 역사인 것입니다.

우리 선조 들께서 쓰시던 우리의 옛 고어들이 지금도 만주어나 몽고어 속에 많이 남아 있다고 합니다.
역사를 왜곡했다고 뉘우칠 줄 모르는 역사학자나 편협된 정치가들을 나무라기 앞서서
이제 우리는 우리 스스로가 각자 자기 전문분야에서 유물과 언어 속에 숨어 있는
역사를 찾아내고 발굴하여 우리의 모습을 찾는데 스스로 앞장서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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