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야 백 서방뿐이지만 일이천도 아닌
사천 원님을 모시려면 그 고생이 오죽하겠소?"
그러자 사천 원은 말문이 탁 막히고 말았다고 합니다.
마침 배가 건너편에 이르러서 사천 원이 배에서 내리자
여인이 소리쳤습니다.
"잘 가거라, 아들아!"
"아니 아들이라니, 이게 무슨 말이냐?"
"아~ 내 배에서 나갔으니 내 아들이 아니오?"
사천 원은 다시 말문이 꽉 막힌 채 혀를 내두르고 말았습니다.
'이야, 이거 시골 여인네가 보통이 아닌걸!'
그가 강을 건너서 길을 가노라니 앞에 웬 여인이 걸어가는데
치마 뒷편이 풀어져서 속치마가 보였답니다.
그가 침을 꼴깍 삼키며 말을했지요.
"여보슈, 거 뒷문이 열렸습니다 그려."
그러자 여인이 얼른 치마를 수습하면서 한 마디를 했답니다.
"어마!, 개가 안 짖었으면 도둑 맞을 뻔했네!"
사천 원은 졸지에 강아지 신세가 되고 말았다.
'이거 정말 만만치 않은걸.'
그가 다시 길을 가는데 어느 집 울타리 안에서
젊은 여자가 세수한 물을 길바닥에 쭉 뿌렸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서 사천 원이 다시 농짓거리를 붙였지요.
"야, 그 여인네 아랫물 한번 걸쭉하구나."
그랬더니 그 여자가 사천 원을 쓱 쳐다보면서 말하였습니다.
"내 물이 좋긴 좋군. 별난 어린애가 생겨나서 떠드는걸 보니..."
사천 원은 그 말에 완전히 나가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아이구, 여기서 함부로 여인네를 희롱했다가는
뼈도 못 추리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