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sec)단위의 장노출을 사용한 '물', '폭포', '이끼', '이끼계곡', '이끼폭포',
'바다의 갯바위' 등의 '뿌연 안개같은 사진들'을 만든다
원시림의 이끼계곡 사이로 흘러 내리는 '물'이 주는 의미는 단 한가지 '신비함' 이다.
그리고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도 그것이다.
[D100/AFs 28-70 2.8d/ISO 200/F:11/S:4sec/2003. 봄]
일정한 속도(편의상 '1초' 라고 정하겠다)보다 조금 더 빠른 셔터를 끊으면 물방울의
입자는 신비함과는 거리가 멀게 된다. 그저 툭 툭 갈라지는 산만함만 보여줄 뿐이다.
촬영을 되풀이 할수록 깨닫는 것은 '물' 을 주제로 한 사진은 눈으로 보았을 때 아름다
운 곳이 실제적으로 프레임 안에서도 아름답게 표현된다는 것이다.
물론, 눈으로 보이는 것 이상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위하여 많은 노력들을 하지만 항
상 유념할 것은 '눈으로 볼 때 아름다운 곳'을 먼저 찾아야 한다는 점이다.
'눈으로 볼 때 아름다운 곳? 그곳이 어디에 있지?'
많은 사람들이 '비밀의 정원'을 찾기 위하여 낯선 곳으로 무작정 걸음을 재촉한다. 그
리고 조금 더 욕심을 낸다면 가족들 몰래 혼자만의 휴가를 낼지도 모를 일이다..
[F5/AFs 17-35 2.8d/FUJI velvia 50/F:11/S:6sec/Dual Scan Ⅳ/2004.여름]
이틀간 내린 집중 호우로 계곡의 수량이 풍부하다.
1. 언제 촬영할 것인가?
가. 계절
- 이끼계곡, 이끼폭포 등의 촬영은 계절적으로 '봄' 이 촬영의 적기이다.
겨우내 움추렸던 계곡에 새순이 돋아나고 이끼 역시 파랗게 새옷을 갈아 입게 된다.
봄은 계절적으로 이끼촬영의 적기인 것이다.
촬영은 4월중순 부터 시작하여 6월말 까지 진행된다.
[D100/AF 17-35 2.8d/ISO 200/F:11/S:4sec/2003.봄]
- 그렇다면 여름이 되면 계곡의 이끼는 모두 말라 버린다는 것인가?
답은 'NO' 이다. 태풍에만 잘 견뎌 준다면 계곡의 이끼들은 여름까지는 적어도 그 아
름다움과 순결함을 보존하고 있다. 서식 조건이 양호하다면 가을까지도 괜찮다.
봄에 바쁜 일정으로 이끼계곡으로의 여행을 포기하였다면 여름철 휴가를 이용하여 계
곡을 찾는 것도 늦지 않다는 얘기이다. 7월 부터 9월 까지 해당된다.
- 형형색색의 단풍으로 물든 계곡은 또 어떤가?
[contax RTS III /vario sonnar 28-85 3.3-4.0/FUJI velvia 50]
녹색의 이끼는 그 자체로 매력적이긴 하지만 튀지 않는 '밋밋함' 이 항상 불만이었다
이끼계곡 주변에 철쭉이라도 한그루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을 가져본 사람이 필자 이
외에도 많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생각만 해도 전율이 느껴지지 않는가?' 녹색의 싱그러운 이끼계곡 사이로 흐르는 물
과 그 옆의 분홍빛 철쭉이라니...
가을단풍 속의 이끼계곡은 봄에 한그루 철쭉나무에서 느꼈을 법한 아쉬움을 충분히
채워주고 남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시기의 촬영을 적극 추천한다.
[contax RTS III /vario sonnar 28-85 3.3-4.0/FUJI velvia 50]
- 겨울은 모든 것이 얼어 붙는 계절이다. 그러나 눈과 얼음으로 가득찬 계곡속에서
느릿느릿한 물의 움직임을 표현하는 것은 또 어떤가?
빙벽이 생길 정도의 추위는 피하는 것이 좋고 눈이 내린 뒤의 순백색 계곡을 찾는 것
이 포인트이다. 때로는 얼음속에 물의 움직임을 표현하는 것도 권하고 싶다.
나. 하루중 최적기는 언제인가?
강좌를 작성하게 된 계기중 하나는 어느 갤러리의 이끼사진에 달린 다음의 짤막한
리플을 보게 되면서 부터이다. 촬영시각은 오후 4시경쯤으로 ND8 필터를 사용하여
셔터속도를 늦추고 이끼위로 빛이 새어드는 사진이었다.
'아니 '빛' 이라니? 이게 무슨 봉창 두드리는 소리인가?'
빛이 들어오는 계곡은 촬영 자체가 불가능하다. 적어도 내 기본상식과 경험에 비추어
그렇다는 얘기이다. 왜 그런가? 빛이 들어오는 계곡은 안개와 같은 물의 흐름을 표현하기 위한 최소한의
셔터 속도인 1초가 확보 되지 않는다.
"ND 필터와 PL, CPL 필터를 겹쳐 사용하면 한 낮에도 셔터속도는 얼마든지 늦출 수
있어요" 라고 말하고 싶다면 당장 여기에서 나가 주기 바란다.
그렇게 말하는 당신은 '어슴프레한 때' 까지 도저히 기다릴 여유가 없는 대단히 바쁜
사람이거나, 아니면 귀신이 나올까 겁을 내어 대낮에 서둘러 촬영하고 도망치듯 사
라지는 겁쟁이에 불과할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위와 같이 빛(직광)이 있는 조건에서 기다리지 않고 촬영을 강행한다면 빛이
들어오는 부분은 노출오버(over)로 하얗게 날라가게 된다. 그리고 조리개를 조이거나
, ND와 같은 광량감소필터를 사용하면 빛을 장기 노출로 표현할 수는 있지만 결국 '밋
밋한 빛'을 얻을 뿐이다.
'빛 = 봉창두드리는 소리'라고 한 것이 계속 마음 한구석에 찝찝하게 남아 있다. 일반
적으로 '사진은 빛의 예술'이라 하였는데, 이 '빛'이건 저 '빛'이건 아무튼, 그 옳고 그
름을 따지기 이전에 '빛' 자체를 시비거리로 삼은 것은 실수한 것 같다..
'그렇다면 무조건 빛은 피해야 하는가?'
'직광은 피하고 순광을 찾아라'
계곡에서의 촬영이 시작되는 시점은 계곡의 능선 너머로 해가 넘어 가는 때 이다. 18
시를 전후한 시각으로, ISO 50의 벨비아와 같은 저감도 필름을 사용한다면 이 때를 놓
쳐서는 안된다. 특히, 막 비가 그친 때 이거나, 비가 오는 중이라면 그야말로 다시 없을
최적의 시간대인 것이다.
촬영이 시작되는 시간은 계절과 그외 주변 여건에 따라 다르다.
봄, 가을에는 늦어도 17시에는 삼각대를 펴야 할 것이며, 여름이라면 18시경 도착하
여도 필름 2롤 정도는 소모할 시간이 된다.
반면, 지금 향하고 있는 곳이 가리왕산, 설악산과 같은 깊은산의 계곡속이라면 늦어
도 16시이전에는 도착하는 것이 좋으며, 19시까지 모든 촬영을 마치고 하산을 서두르
는 것이 좋을 것이다.
[F5/AFs 17-35 2.8d/FUJI velvia 50/F:11/S:2sec/Dual Scan Ⅳ/2004.여름]
오후 16시 30분경 촬영하였다. 주변환경과는 달리 이곳은 계곡의 이동로상의 '길목'에 위치한 '개방형 장소'라서 유독, 밝은 순광이 비추고 있는 조건이었다.
바로 옆의 폭포에서 측광한 결과 노출은 F:11 / S:3sec 였으며, 이곳은 F:11 / S:2sec 로 동일한 계곡이지만 몇 걸음의 거리 차이에도 주변 환경에 따라 1sec 의 노출차이를 보여주었다.
봄에서 초여름의 계곡에 해가 완전히 지고 발밑이 분간이 되지 않는 때는 오후 19시
30분경이다. 전혀 색다른 푸른 색감의(이 떄의 푸른색감은 노출부족이 원인이다) 사
진을 얻기도 하지만 이 시기에 접어 들면 30초를 지나 B셔터로 넘어가는 순간이므로
촬영자체가 어려워진다. 즉, 철수를 준비해야 하는 시간인 것이다.
그러면 현실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아침, 저녘의 최적의 시간대를 좀 더 알아 보자.
- 아침(일출 전, 후)
일반적으로 알려진 이끼계곡의 촬영 적기는 새벽의 해뜨기 전후로 알려져 있다. 이
때가 빛의 산란 정도가 가장 부드러우며 따라서 명부와 암부의 노출차를 최소화 하여
전체적으로 완벽한 구성(노출)을 얻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6월과 7월의 일출시각은 05시를 전후한 시각이다. 요즈음 유행하는 '아침형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밤을 새우거나 아니면 적어도 새벽 04시에는 이끼계곡에 도착하는 노
력을 필요로 한다는 얘기이다.
사진이라는 취미가 보통의 정성으로는 어림도 없는 것임을 이쯤에서 짐작할 수 있다.
- 저녘(일몰 전, 후)
'아침형 인간'으로 새벽에 일찍 일어날 자신이 없다면 그 다음으로 노릴만 한 시각이
오후 일몰을 전, 후한 때이다. 촬영은 저감도의 필름을 사용할 경우 보통 오후 16시, 또는 17시경 시작이 된다. 새
벽시간 보다 여유가 있어 많은 사람들이 주로 이 때를 이용한다.
몰입하다 보면 어느새 주변은 어두워지고 셔터속도 역시 1초에서 시작하여 순식간
에 4초, 8초를 지나 30초 이상의 B셔터로 넘어 가게 된다.
'그렇다면 오후무렵 최적의 촬영시기는 언제인가?'
내가 경험한 최적의 시간대는 한마디로 '어슴프레한 때' 이다. 노출은 8초에서 16초의
경계를 넘나들고 주변은 어둑어둑하여 후레쉬를 꺼낼까 말까 고민하는 시점이다. 운
전하고 있는 중이라면 자동차의 헤드라이트 미등을 켜는 때 정도로 이해하면 될 듯 하다.
또한 인적이 드문 깊은 계곡에 홀로 남아 있다면 심각하게 철수시점을 고민해야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조금 더 용기가 있다면 3컷 정도 촬영을 하게 될 것이며 간혹, 이 때
마지막으로 촬영한 결과가 예상치 못한 대박을 안겨다 주기도 한다.
다. 그외 좋은 환경
이 글을 작성하고 있는 몇주전 우리나라에는 장마가 시작되었다. 금년도의 태풍선수
권 대회에 처녀 출전한 태풍 '민들레' 가 다행히 제주도 부근에서 소멸되어 일부지역
에 비 피해만 조금 있었을 뿐이다.
7월 2일 초안을 작성한 후 벌써 한달의 시간과 함께 장마도 무사히 치루었다. 8월말
과 9월초의 기습적인 태풍 한 두개만 잘 대비하면 될 것이다.
아무튼, '비' 는 이끼계곡의 촬영에 더없이 좋은 조건을 제공한다. 더우기 장마철의
높은 습도는 최적의 환경이 아닌가?
다만, 장마철 강수량은 소나기성 호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그 양이 적지 않으므로
비가 그친후 부터 3일에서 5일 정도는 기다린 다음 계곡을 방문하는 것이 좋다.
'부지런함과 현명함은 분명 다르다.'
[D100/AF 17-35 2.8d/ISO 200/F:11/S:1.6sec]
200미리 내외의 폭우가 내린후 5일이 지났지만 계곡에는 여전히 수량이 풍부하다 이처럼 수량이 많은 조건이라면 2초 내외의 짧은 셔터에도 환상적인 물흐름을 표현할 수 있다.
2. 어디서 촬영할 것인가?
가. 가까운 곳을 찾아라
우리나라에서 원시림에 가까운 이끼계곡은 손에 꼽을 정도이다. 물론, 확인되지 않
은 전인미답의 계곡이 아직도 수없이 많겠지만 적어도 알려진 곳 중에서 본연(本然)
의 깨끗함을 잃지 않은 곳은 거의 없다고 보는것이 정확하다.
더구나 위치와 관련한 정보는 몇 몇의 동호인들끼리만 공유될 뿐 이제 막 사진을 시
작한 사람들에게까지 몫이 돌아올 것이라고는 처음부터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따라서 처음부터 무리한 원거리 출사를 계획하기 보다는 우선 집에서 가까운 곳의
폭포를 찾아 저속촬영을 시작해보길 권한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몇 곳의 촬영지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될 것이고 그 줄을 잡고
계속 오다 보면 혹, 이름모를 강원도의 어느 계곡에서 필자와 마주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서로 간단한 눈인사만 나누고 지나치겠지만..
[contax RTS III /vario sonnar 28-85 3.3-4.0/FUJI velvia 50/2003.가을]
한강의 발원지로 알려진 '검룡소'의 가을을 촬영하였다. 때마침 물을 길러 오신 노부부가 있었는데, 함께 담지 못한 것이 지금도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는다.
나. 1년을 매달리고 싶은 설악산의 사계
필자는 불과 몇 년 전만해도 지금처럼 산행을 즐겨하지 않았다. 다만, 선택적인 측면
에서 풍경사진에 흥미를 갖게 되고 그 이후 자연스럽게 산과 계곡을 찾게 되었다. 고
작해야 태백산 몇 번, 그리고 정선 인근의 가리왕산을 비롯 고만 고만한 산을 몇 번
오른게 그동안 경험한 산행의 전부이지만, 그런 와중에도 참으로 욕심이 나는 곳이
설악산이다.
설악산에는 필자가 알고 있는 폭포의 수만 헤아려도 16개가 넘는다. 물과 폭포를
좋아하는 필자가 1년을 매달리고 싶은 심정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는가? 기약이 없지만 아무튼 설악산의 모든 폭포를 담는 것은 필자만의 희망사항은 아닐
것이다.
[F5/AFs 17-35 2.8d/FUJI velvia 50/F:11/S:2sec/Dual Scan Ⅳ/2004.여름. 설악 대승폭포]
다. 바다는 어떤가?
바다의 갯바위는 노출의 정도에 따라 평상시 느끼지 못하였던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
한다. 촬영요령은 이끼계곡이나 폭포를 촬영하는 것과 대동소이하며 새벽에 갯바위에
부서지는 파도를 촬영하는 방법과 저녘무렵 해안가의 갯바위를 찾는 방법이 있다.
갯바위 만을 단독으로 촬영하는 것과, 일출시 해를 집어 넣는 방법, 일몰시 붉은 노을
을 포함하여 구성하는 방법 등 다양한 시도를 통하여 촬영을 하길 권한다.
개인적으로 거제도 학동에 위치한 '몽돌해변'은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기도 하다.
3. 무엇으로 어떻게 촬영할 것인가?
가. 바디와 렌즈의 선택
'물'의 촬영은 정적인 촬영이다. 즉, 수동바디와 수동의 렌즈 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하
다는 얘기이다.
렌즈는 28-70mm 또는 28-85mm 정도의 표준렌즈를 준비하고 여유가 있다면 17-35mm
정도의 광각렌즈를 추가로 휴대하길 권한다. 풍경사진에서 ZOOM 렌즈가 차지하는 비중은 필자의 경우 '절대적'이다. 대부분 산
정상에 삼각대를 세워 두고 있는 중이며, 협소한 계곡의 미끄러운 바위 한 귀퉁이에서
공간을 확보하려 이리 저리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필자에게 '단렌즈'는 얄미운 추억만
을 남겨 주었을 뿐이었다.
가끔 풍경사진에서 '가볍다는 것'과 '화질의 우위'를 이유로 단렌즈를 선호하는 사람
을 만나게 되는데 아무튼, crop 이라는 개념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35mm 필름에서
더 이상 물러나거나 다가갈 수 없는 상황에 부딪히게 될 여러분들의 손에 굳이 단렌
즈가 들려 있어야 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나. 노출의 결정
'어디에 측광할 것인가?'
일반적으로 이끼계곡에서의 촬영시 측광 지점은 이끼 또는 물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필자는 초기에 물에 대한 노출 오버를 경험한 뒤로, 현재에는 화면에서 빛이 들어오
는 가장 밝은 곳에 spot측광하거나 아니면 멀티측광으로 노출을 결정후 촬영을 한다.
'자신만의 촬영데이타를 만들어라.'
필자는 몇 달간 콘탁스 RTS III 를 사용하였다. 여담이지만 RTS III 가 들려 주었던 그
'카랑카랑'한 금속성의 셔터음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바디의 노후화로 겨울철
태백산에서의 작동불능 사태만 없었다면 지금도 필자의 베낭 속에는 RTS III 가 자리
하고 있을 것이다.
현재에는 NIKON F5를 사용중이며 F5의 자랑거리인 3D-RGB 매트릭스 측광으로 대
부분의 노출을 결정하고 있다.
F5의 3D-RGB 측광은 시시각각 노출값이 변화하는 오후 18시를 넘긴 즈음의 계곡 촬
영시 분주하게 움직이는 필자에게 상당한 편리함을 주긴 하지만, 과거에 다루기 불편하였던 RTS III 로 촬영한 사진과 큰차이 없는 결과를 볼 때 마다
장비가 사진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복잡한 광원이나, 명부와 암부 등의 노출차가 큰 경우 필자가 '불편하다'고 표현한
'spot 측광'을 사용할 수 밖에 한다면 이 경우 전체적인 노출은 어떻게 결정해야 하는
가?'
답은 간단하다. '명부'를 기준으로 노출을 결정하고 브라켓팅 촬영하되, 하이라이트
의 계조 손실에 특히 주의한다. '암부'의 계조 손실은 살릴 수 있지만, '하이라이트(명
부)'의 손실은 되살릴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계곡의 어느 폭포에서 명부의 노출이 2sec, 암부의 노출이 4sec 를 지시
한다'고 가정할 때 명부의 노출인 2sec 를 기준으로 전체적인 노출을 결정하고 브라
케팅(2sec, 2와 1/3 sec, 2와 2/3 sec, 3 sec 등) 촬영을 하라는 것이다.
다. 조리개와 셔터
우리가 알고 있는 풍경사진의 일반적인 조리개는 F8 - F11의 값이다. 그리고 셔터속
도는 1초에서 시작하여 B셔터까지 적용할 수 있다.
다음은 필자가 생각하는 최적의 노출값이다.
'F : 11, S : 4-6sec'
'그렇다면 카메라의 조리개를 F11에 세팅하고 셔터속도가 4초에 일치할 때 까지 무
작정 기다려야 한다는 것인가?'
답은 '그렇다' 이다. 그외, 다른 방법을 필자는 알지 못한다.
ISO 50의 저감도 필름을 사용하는 경우 한 낮의 계곡은 빛이 스며드는 조건에서 통
상 F 11, S 1/15초 - 1/30초를 지시한다. 감도가 높은 필름이라면 이런 경우 촬영은 더
욱 어려워 진다.
아무튼, 이 상태에서 조리개를 한단씩 조여 가며 촬영을 시작하게 되는데, 대부분의
촬영자는 부드러운 물의 흐름을 표현하기 위하여 사용렌즈의 최소조리개까지 조이
게 되며, 이 때 많은 '화질 손실'을 가져오게 된다.
[ 상반칙불궤현상]
가. 푸른 색감의 '물' 사진
가끔 갤러리에 올라오는 사진을 보면 푸른 색감의 폭포사진을 보게 된다. 촬영가 자
신이 푸른 색감을 얻기 위하여 의도적으로 촬영하였다면 시비거리가 될 수 없겠으나
일반적으로 사진에 나타나는 청색은 '노출 부족' 이라는 경고 메세지임을 알아야 하
기 때문이다.
물론, 푸른색을 띤 이끼계곡의 물흐름이나 폭포수는 사진에 신비감을 더하여 주기
도 한다.
[F5/AFs 17-35 2.8d/FUJI velvia 50/F:11/S:35sec/Dual Scan Ⅳ/2004. 봄]
철수하기 직전 촬영하였다. 35초 정도의 임의노출을 주었지만, 노출부족으로 물의 색감이 청색을 띠고 있음을 알 수 있다.
5. 조심할 것들
가. 이끼의 보호
2002년의 태풍 '루사'와 2003년의 태풍 '매미'는 전국적으로 엄청난 피해를 가져 왔다.
수년간 이곳 저곳을 다니며 느낀 것은 자연은 사진인에 의한 훼손 보다는 주민들에
의한 악의적인 파괴와 태풍과 같은 자연 재해로 인한 피해가 훨씬 크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진인들에게 모든 책임이 전가되는 것이 억울하게 느껴질 때도
많았지만 아무튼 조심하여서 나쁠 것은 없겠다.
욕심이 생기더라도 이끼위로는 절대 올라가지 않도록 조심하고 필름통과 담배 꽁초
등은 주워서 하산하는 습관을 갖도록 지금부터라도 노력하기 바란다.
'자연보호는 단지 하나의 습관에 불과한 것이다.'
나. 주변정리에 대한 심각한 고민
이른바 '작가'로 불리우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습성 가운데 하나가 '뻔뻔함'이다. 조
금 더 구체적으로 얘기하면 꺽고, 톱질하고, 이곳에서 저곳으로 옮겨 심는 등의 행위
를 말하는데 사실, 아마츄어들에게 조차 이런 '뻔뻔함'은 그리 낯선 일이 아니다.
가끔 사진을 올리면 다음과 같은 댓글이 달리는 경우가 있다.
'좌상단에 나뭇가지를 없애고 주변정리를 하였으면 사진이 더욱 좋았을 것 같습니다..'
'무엇이 더욱 좋다는 것인가?'
필자는 자연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가장 아름다운 것이라고 배웠다. 여러분은 어떤
가? 프레임 안에서 바위 몇 개와 나뭇가지가 거슬린다면 그 것들을 움직이려 하지 말고
우리 자신이 움직이면 되는 것이다. 필자가 알고 있는 자연보호는 그런 것이다.
[F5/AFs 17-35 2.8d/FUJI velvia 50/F:11/S:6sec/Dual Scan Ⅳ/2004. 여름]
숲의 안개로 인하여 더욱 신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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